블라인드펀드들, 인프라PF시장서 위력발휘...대주 모집 난항때 해결사 역할
앞으로 인프라 사업주나 금융주선기관은 대주단을 모으기 어려울 때 블라인드펀드(위탁운용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를 많이 찾아가야 할 것 같다. 최근 블라인드펀드들이 인프라시장에서 자금 조달의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금융약정을 체결한 대전 하수처리장 시설현대화 민자사업도 마찬가지다. 사업주인 대전엔바이로(대표 건설출자자자: 한화)와 공동 금융주선사인 산업은행·기업은행은 작년 말 이 사업의 파이낸싱 과정에서 대주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다.
환경민자사업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인 1조2400억원 파이낸싱에 나섰지만 금리 급등과 시장 불안으로 기존 대주 플레이어였던 은행이나 보험사들이 참여를 꺼렸기 때문이다. 산은과 기은이 국책은행으로서 각각 4000억원의 앵커 대주단으로 참여했지만 나머지 대주단 모집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블라인드펀드 4개가 선순위 대주단에 참여하면서 딜 클로징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 사업의 대주단으로 참여한 블라인드펀드는 ✅삼성인프라전략1호(운용사명 삼성자산운용) ✅한국비티엘인프라투융자회사(키움투자자산운용) ✅ 키암코(KIAMCO)인프라스트럭쳐1호(KDB인프라자산운용) ✅우리G인프라뉴딜1호(우리글로벌자산운용)이다.
이들 블라인드펀드 4개와 한화생명 농협생명 농협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등 보험사 4곳이 대등하게 대주단으로 참여했다. 재무출자자는 프로젝트펀드인 ✅키암코대전엔바이오로사모특별자산(KDB인프라운용)과 ✅ IBK대전엔바이오로일반사모특별자산(IBK자산운용) 등 2곳이다.
인프라 대주시장에서 블라인드펀드 바람은 대전하수처리장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대규모 태양광사업의 딜클로징에도 에너지블라인드펀드의 역할이 컸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난해 금리가 급등하고 이지스리얼에셋운용의 태양광 부실이 터지면셔 파이낸싱이 막혔지만 기 조성된 에너지 블라인드펀드들이 자금줄 역할을 톡톡히 해 금융약정을 체결할 수있었다"고 강조했다.
블라인드펀드의 대주단 참여 확대는 불과 몇년 새 이뤄진 변화다. 블라인드펀드가 목표수익률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고 운용사 소속 전문가들이 굴린다는 장점이 부각된 결과다. 특히 과거 저금리 시대에 조성된 블라인드펀드들은 당시 요구 수익률이 낮았던 탓에 최근 금리 상황에서도 펀드 투자 운용을 확대할 수 있다.
여기에다 은행·보험사들이 대주단에 참여하려 했지만 내부 승인을 받기 어려울 때 자신들이 LP(펀드수익자)로 참여한 블라인드펀드를 통해 대주단에 우회 참여하기도 한다. 금융사 관계자는 "은행들이 자금 한도를 채워 신규 승인이 어렵거나 원하는 금리를 맞추기 어려운 사업에, 또는 보험사들은 자금 배정이 어려울 때 계열 블라인드펀드를 투자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아예 지난해부터 대체투자 분야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삼성자산운용의 블라인드펀드에 맡기고 있다.
앞으로 금융산업이 발전할수록 해외 사례 처럼 운용 전문가(자산운용사)가 굴리는 블라인드펀드의 투자 스킴이 확산될 것이라고 시장 참여자들은 예상한다. 운용사 관계자는 "지금도 해외 투자는 전문성을 인정해 블라인드펀드에 맡기고 있다"면서 "국내 사업은 은행·보험사들이 잘 안다고 생각해 직접 투자했지만 앞으로는 조금씩 국내운용사에 위임하는 형태로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위탁한 블라인드펀드를 굴리는 운용사에 펀드 수익자가 특정 사업 참여를 요청하는 것은 논란이 될 소지가 있다. 운용사에 위탁 운영한 만큼 수익자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운용사에 독립적 운용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진설명> ㈜한화 김우석 재무실장(왼쪽 일곱번째)과 ㈜한화 건설부문 송태을 신재생사업 담당임원(왼쪽 다섯번째), 산업은행 박형순 부행장(왼쪽 여섯번째), 기업은행 최광진 부행장(왼쪽 여덟번째)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20일 ‘대전하수처리장 시설현대화 민간투자사업’ 프로젝트금융 서명식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한화 건설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