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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시대, 주차장업계의 종말일까(현장에서 본 주차장 운영업의 미래)

김은희
김은희
- 12분 걸림 -
파크앤플레이가 운영 중인 나대지 주차장 100면

자율주행차 얘기만 나오면 주차장 업계가 사라질 거라는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15년간 이 바닥에서 현장을 지켜온 입장에서는 솔직히 답답할 때가 많다. 특히 업계 유일한 여성 대표로서 각종 세미나나 포럼에서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느끼는 건, 대부분이 책상머리에서 나온 이론일 뿐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주차장 운영이 단순히 차를 세우는 자리만 제공하는 사업이거나, 주차설비를 설치하고 단순 관리하는 운영업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나는 매일 수천 대의 차량 데이터를 분석하고, 시간대별 가동률을 예측하며, 동적 요금제를 통해 매출을 최적화한다. 이것이 바로 주차장 운영의 현실이다.

15년간 현장에서 목격한 주차장 업계의 변화

2010년 이 업계에 발을 들여놨을 때만 해도 주차장 운영은 정말 단순했다. 입구에서 주차권을 뽑고, 나갈 때 요금을 내는 게 전부였다. 당시의 핵심 지표는 회전율과 가동률뿐이었고, 매출 예측도 전년 동월 대비 수준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고객들은 주차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길 원했고, 예약을 통해 확실한 주차 공간을 보장받고 싶어 했다. 나는 2015년부터 입출차 데이터를 본격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시간대별 이용 패턴, 요일별 수요 변화, 날씨와 주변 이벤트가 가동률에 미치는 영향까지 세밀하게 추적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경험으로만 판단하던 것들이 데이터로 명확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우리 주차장의 경우 상권별 가동률 구간 차이를 시각적으로 명확히 파악할 수 있었고,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가 피크타임이며, 오후 8시 이후에는 가장 한가하다는 패턴을 발견했다. 이 패턴을 활용해 시간대별 차등 요금제를 도입한 결과, 같은 면적에서 월 매출이 평균 30% 증가했다.

전기차 도입도 빼놓을 수 없는 변화였다. 2018년부터 전기차 충전 회사들이 충전소 확보를 위해 주차면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심 주차장의 가격은 높았고, 수요자들은 주차요금과 충전요금을 모두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민원을 제기했다. 전기차 제조사나 충전 사업자 모두 어디에 얼마를 지불해야 할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었다. 그런 점에서 테슬라는 자동차 제조사이면서 충전 및 주차 데이터를 동시에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격 산정을 해온 몇 안 되는 기업이며, 그 기반에는 10년 이상의 시간과 막대한 투자가 있었다.

2022년 투자 열풍과 현장에서 본 배경

업계에 본격적인 변화가 찾아온 것은 2021년 말부터였다. 갑자기 대기업들이 주차장 업계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GS파크24 인수, 쏘카의 모두컴퍼니 인수, 휴맥스모빌리티의 공격적 인수까지. 총 3조원 가까운 자금이 주차장 업계로 유입됐다.

언론에서는 이를 ‘모빌리티 데이터 확보’ 차원으로 해석했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내 눈에는 다르게 보였다. 진짜 이유는 주차장이 가진 ‘확정적 수익 구조’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주차장 운영 수익은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이다. 특히 도심 상업지역 주차장의 경우 월 가동률 85% 이상을 유지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회사가 운영하는 강남권 주차장의 경우, 지난 5년간 월 매출 변동폭이 15%를 넘은 적이 없다. 코로나19 시기에도 50% 수준까지 하락한 뒤, 6개월 만에 원상회복됐다. 이런 안정성이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에 투자자들이 주차장 업계를 주목하게 된 배경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투자 이후 3년이 지난 지금, 많은 업체들이 현실의 벽을 실감하고 있는 듯하다. 단순히 주차장 숫자만 늘린다고 수익이 비례해 증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깨달은 것이다. 주차장마다 상권 특성이 다르고, 이용객 패턴이 다르며, 최적의 운영 방식도 달라진다.

자율주행 위협론에 대한 현장 전문가의 관점

MIT나 서울연구원 같은 기관에서는 “자율주행차 보급으로 주차장 수요가 70%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는다. 하지만 이런 전망이 현실적인 운영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첫째, 자율주행차라고 해서 주차 공간이 아예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레벨 4 ~5의 완전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더라도 차량은 어딘가에 ‘대기’해야 한다. 다만 그 장소가 도심에서 외곽으로 이동할 가능성은 있다. 더 중요한 건, 완전 자율주행이 상용화되기까지는 최소 15년은 걸릴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현재 레벨 2 ~3 차량의 기술적 한계와 법·제도적 인프라 미비를 고려한 현실적인 판단이다.

둘째, 주차장의 기능은 이미 다변화되고 있다. 단순한 주차 공간을 넘어 전기차 충전소, 차량 관리 서비스, 배송 허브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 주차장의 경우 지난해부터 공유차량 및 렌터카 거점으로도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연간 기존 매출의 10% 이상을 추가로 창출하고 있다.

셋째,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데이터다. 15년간의 경험을 돌아보면, 주차장에서 나오는 데이터의 가치는 단순한 주차 요금보다 훨씬 클 수 있다. 입출차 시간, 이용 빈도, 체류 시간, 결제 패턴 등을 종합 분석하면 해당 지역의 상권 흐름과 소비 패턴을 일정 수준까지 예측할 수 있다.

보험업계 변화와 주차장 운영의 새로운 가능성

최근 주목하고 있는 변화 중 하나는 자동차 보험 시장의 흐름이다. 2020년 금융위원회가 레벨 3 자율주행차 전용 특약을 도입하면서 기존 보험료보다 3.7% 높은 요율이 적용됐다. 시스템 오류나 해킹 등 새로운 리스크를 반영한 결과인데, 이는 주차장 운영자에 새로운 수익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본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된다면, 주차장 운영사는 보험사와 협업해 주차장 내 사고 데이터를 실시간 공유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될 것이다. CCTV와 센서 데이터를 통해 사고 상황을 정확히 기록하고, 이를 보험 처리에 활용하는 서비스를 통해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향후 레벨 4~5 자율주행차가 보급되면 제조물 책임과 사이버 리스크가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이때 주차장이 보유한 상세한 운행 데이터는 보험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데이터 기반 매출 예측과 가동률 관리 시스템

현재 우리 회사의 수익 구조는 5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과거에는 정기권 주차매출이 전체의 95%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50% 수준이다. 나머지 50%는 데이터 분석과 마케팅을 기반으로 설계한 다양한 주차 상품에서 발생한다.

가동률 관리 방식도 진화했다. 과거에는 월 평균 가동률 85%만 유지하면 됐지만, 지금은 시간대별로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우리는 자체 개발한 데이터 시각화 모델을 활용해 시간대별 가동률을 파악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사용자가 만족할 수 있는 요금제와, 매출이 증가되는 구조의 요금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정교한 운영을 통해 같은 면적에서 창출하는 월 매출은 지난 3년간 평균 38% 증가했다. 더 중요한 것은 고객 만족도도 함께 높아졌다는 점이다. 대기 시간은 평균 8분에서 2분으로 줄었고, 가동률은 시간대 집중도를 줄이는 대신 회전율은 오히려 증가했다.

주차장 업계의 중,단기간별 변화 예측

단기적으로는 시장 통합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위 5개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20%에 불과한 파편화된 구조는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다. 기술력과 자본을 갖춘 업체들이 중소 운영사를 흡수하며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중기적으로는 주차장이 모빌리티 허브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전기차 충전은 기본이고, 자율주행차 대기 공간, 차량 공유 서비스, 마이크로 모빌리티 스테이션까지 통합된 복합 시설로 진화할 것이다. 수익 모델 역시 단순 임대에서 서비스 플랫폼으로 이동할 것으로 본다.

장기적으로는 물리적 공간보다 데이터와 플랫폼이 핵심 자산이 될 가능성이 높다. 15년간 축적해 온 운영 노하우와 고객 데이터가 진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변화에 대한 현실적 접근과 준비 방향

15년간 현장에서 일하며 매년 업계를 흔드는 키워드들이 존재했고, 그에 따라 주차장 산업도 변화했다. 대부분의 변화는 도심의 일부에서 시작되지만, 결국 파급력은 크다. 보수적인 산업에서 변화를 두려워하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됐다. 하지만 무작정 새로운 흐름만 좇는 것도 위험하다. 기본이 탄탄해야 새로운 기회도 잡을 수 있다.

자율주행이 주차장 업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변화의 속도와 양상을 정확히 읽고 대비한다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핵심은 데이터 기반의 정교한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022년 투자 붐 당시 많은 업체들이 주차장만 확보하면 끝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라고 본다. 확보한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얼마나 다양한 수익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생존을 좌우할 것이다.

업계 유일한 여성 대표로서, 그리고 15년간 현장을 지켜온 전문가로서 주차장 업계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만은 않다고 본다. 다만 변화에 적응할 준비가 된 자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아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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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희

김은희는 데이터 기반 주차장 운영 브랜드 KRC/파크앤플레이(ParknPlay) 대표입니다. 2013~2020년 일본 주차장 개발사인 NPD코리아 본부장을 거쳤으며 2020년 KRC를 설립했습니다. SH공사가 발주한 '공부지를 활용한 주차장사업 시행방안 연구' 를 발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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