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운용사, RE100 펀드 설정 러시

국내 주요 인프라 자산운용사들이 RE100(재생에너지 100%) 펀드 설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RE100에 가입한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조달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산업용 전기요금이 꾸준히 오르면서 장기 고정가로 전기를 확보하려는 산업계 수요가 펀드 조성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한다.
22일 운용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303억원 규모의 ‘RE100 태양광 펀드 1호’를 조성한 데 이어 최근 800억원 규모의 2호 펀드를 마무리 단계에 두고 있다. 이달 말 주요 수익기관의 투자심의가 끝나는 대로 내달 초 약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미래에셋은 국내 운용사 중 선도적으로 RE100 특화 태양광 펀드를 선보이며, 1호 펀드로 총 8개 태양광 프로젝트에 투자해 약정액 대부분을 소진한 상태다.
iM에셋자산운용(구 하이자산운용)도 1000억원 규모의 ‘RE100 일반사모투자신탁 1호’ 모집을 시작했다. iM금융그룹 계열사인 iM뱅크를 앵커 투자자로 확보한 뒤, 교보생명, IBK기업은행 등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펀드레이징은 오는 7월 말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강에셋자산운용 역시 700억~800억원 규모의 RE100 태양광 펀드를 조성 중이다. 5월 말, 늦어도 6월 중 투자 약정 체결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RE100 펀드는 재생에너지 사용을 의무화한 기업들과 20년 이상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맺은 태양광 발전 시행법인(SPC)에 대출을 제공하는 구조다. 블라인드 펀드 형태로 다양한 SPC에 분산 투자한다. 민간기업과의 계약인 만큼 전력 구매기업의 신용도와 장기계약 이행 가능성이 핵심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대개 목표 수익률은 연 5% 후반대에 설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 수요가 늘어난 배경에는 RE100 이행을 위한 민간기업들의 실질적 투자 수요 확대가 있다. 한국RE100협의체에 따르면 2025년 3월 말 기준 국내 K-RE100 가입 기업 수는 842곳에 이르며, 이들 기업의 총 재생에너지 사용량은 약 14만3881MWh에 달한다.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 현대차, 포스코 등이 대표적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RE100 이행 의무 외에도 산업용 전기요금 상승에 대한 기업들의 선제적 대응이 펀드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의 에너지 요금 정상화 기조에 따라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4년 기준 kWh당 110~160원 수준까지 올라섰으며, 여름철 피크 시간대는 200원을 넘기기도 한다. 기업들이 장기 고정가 PPA를 통해 비용 예측 가능성을 높이려는 이유다.
업계는 RE100 펀드가 향후 신재생에너지 시장과 기업 에너지 전략의 연결고리로서 입지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