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금융의 새로운 물결, NAV 금융의 도약

'순자산가치 금융(Net Asset Value Financing)'은 펀드가 보유한 전체 포트폴리오의 순자산가치(NAV)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화 금융 방식입니다. 기존에는 주로 사모펀드에서 활용됐지만, 최근 인프라펀드 시장에서도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는 포트폴리오 전체를 담보로 하는 방식뿐 아니라, 펀드의 NAV를 기반으로 한 무담보 소구(unsecured recourse) 방식이나, 단일 자산 또는 특정 자산군에 대한 지분 기반 레버리지(back-leverage)도 포함됩니다. 이러한 구조는 인프라 펀드의 장기 운용 전략에 새로운 자본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1. 시장 배경: 고비용·장기화 압박과 유동성 공백
Currie & Brown은 2025년 글로벌 건설비가 7% 오를 것으로 전망합니다. 맥킨지에 따르면, 메가 프로젝트의 98%는 예산을 30% 이상 초과하고, 77%는 일정이 40% 이상 지연됩니다. 이로 인해 연간 5~6% 수준의 추가 자본비용이 발생하고, 이는 곧 프로젝트 수익률(IRR)에 부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한편, 금리 상승 영향으로 2024년 인프라 PF 스프레드는 평균 120bp 확대됐고, 인프라펀드의 자금 조달은 최근 10년 중 최저 수준으로 위축됐습니다. 결과적으로 기존의 시니어 대출이나 프로젝트 파이낸싱만으로는 자본 구조를 완성하기 어려운 ‘유동성 갭(Liquidity gap)’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2. NAV 금융의 전략적 가치
NAV 금융은 이러한 유동성 공백을 보완하면서도 효율적인 자금 조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포트폴리오 전체를 담보로 하여 단일 자산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대출 조건에서도 보다 유연한 협상이 가능합니다. 펀드 레벨에서 자금을 조달하므로, 개별 자산의 금융 조건(covenants 등)을 건드리지 않고도 건설 및 운영 단계에서 추가 레버리지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보통 LTV(Loan to Value)는 10 ~25% 수준으로 대출자에게 하방 안전성을 제공하며, 가산금리는 300 ~450bp 수준으로 PF 대비 경쟁력이 있습니다.

3. NAV 금융의 구조적 고려사항: 인프라 및 사모펀드 관점에서
(1) 기본 구조와 특징
NAV 금융은 개별 자산이 아닌, 펀드 전체 포트폴리오 가치를 담보로 하는 대출 방식입니다. 인프라 및 사모펀드는 보수적인 LTV를 유지해 대출자에 안정성을 제공하며, 금리 조건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합니다. 또, 기존 프로젝트의 부채 구조와 충돌 없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어 전략적인 자금 운용 도구로 활용됩니다.
다만, NAV 대출은 펀드 레벨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산 레벨의 기존 대출자보다 경제적·법적으로 후순위에 놓입니다.
(2) 중간 지주회사 구조와 우선순위 이슈
인프라 펀드는 개별 자산 외에도 여러 자산을 묶은 중간 지주회사(Intermediate Holding Company) 구조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구조는 담보권 행사 시 우선순위 문제와 실질 회수 가능성에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포트폴리오 회사나 중간 지주회사의 대출 계약에는 '지배권 변경 시 조기 상환(Change of Control)' 조항이 포함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NAV 대출자가 담보권을 행사하면, 하위 채권자가 먼저 권리를 주장할 수 있어 실질 담보 가치가 훼손될 수 있습니다. 전략적 인프라 자산의 경우 규제당국의 승인 요건까지 발생해 NAV 금융의 장점이 제한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중간 지주회사가 NAV 대출보다 앞선 우선순위의 부채를 새로 확보할 경우, 자산 수익이 먼저 지주회사로 흘러 들어가게 됩니다. 이 경우 NAV 대출자는 자산에서 직접 회수하기 어려워지며, 포트폴리오 분산의 장점이 약화됩니다.
(3) 리스크 완충 장치 및 제한 요소
NAV 금융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구조적 장치뿐 아니라 실제 위험 요소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자산 집중 위험, 건설 단계 자산 비중, 수요 리스크 등에 대해 상한선(cap)을 설정하고, 중간 지주회사의 신규 차입을 제한하며, 담보권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는 다층 보안 구조(cascade security package)를 설계해야 합니다.
또한 환율·상품 가격 변동성, 지배 구조 복잡성, 담보권 행사 시 제약 요소 등도 사전에 충분히 고려해야 구조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4) 대출 형태의 유연성
인프라 운용사들은 NAV 금융을 Term-out RCF(회전형 신용 한도 후 만기 전환) 또는 Delayed-Draw Loan(지연 인출형 약정 대출) 형태로 활용합니다. 이는 투자 집행 시점에 맞춰 자금을 유동적으로 투입할 수 있게 하며, 15~20년 장기 운용 구조를 가진 인프라 펀드에 적합한 방식입니다. 일반적인 바이아웃 펀드의 단일 인출형 NAV 대출과는 차별화됩니다.
(5) 실무적 장점
펀드 단위로 자금을 조달하면, 기존 시니어나 메자닌 대출자들과 개별적으로 협의하지 않고도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기존 프로젝트 대출 구조 위에 얹히는 ‘상위 자본층(financial overlay)’ 역할을 하며, 자산 편입이나 자본 운용 전략 수립에서 더 큰 유연성을 제공합니다.
4. NAV 금융, 인프라 운용의 전략 도구로 부상
Pemberton Capital Advisors는 글로벌 NAV 금융 시장 규모가 2030년까지 약 7배 성장해 7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합니다. 고금리 기조의 지속, 민간 자본의 인프라 유입 확대, 그리고 탈탄소·디지털 전환에 따른 인프라 투자 수요 증가가 맞물린 결과입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NAV 금융은 단순한 유동성 확보 수단을 넘어, 인프라 펀드 운용사의 핵심 전략 도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펀드 전주기에 걸쳐 자산의 유동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구조화 금융으로 설계되어, 운용사는 자본 전략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포트폴리오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를 실현하려면 정교한 문서화, 리스크 통제, 담보 구조 설계 등 고도화된 운용 역량이 필요합니다. 대출자 역시 구조의 복잡성, 회수 가능성, 규제 요건 등을 고려해 맞춤형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NAV 금융은 인프라 자본 시장에서 점차 표준적인 자금조달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며, 향후 수년간 시장의 주류로 부상할 것으로 보입니다.
참조: Net asset value finance gains ground with infrastructure manag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