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vs 실속형, 실버타운 개발의 두 갈래 길

실버타운 개발을 준비하는 많은 시장 참여자들과의 대화에서 아쉬움을 느끼는 점은, 현재 공급되어 운영 중인 과거 실버타운 모델을 절대적으로 맹신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최근 3~4년간 실버타운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와 개발 시장의 높은 관심에 비해 실제 공급 및 입주 사례가 많지 않았던 점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민간 실버타운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실버타운 개발에 필요한 개별 이슈들이 현재 시장에서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향후 실버타운의 방향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분석하는 것입니다.
필자는 앞으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한 국내 실버타운 개발 트렌드를 분석하고, 실무적으로 기획 단계에서 고민해야 할 다양한 이슈를 짚고자 합니다. 그 첫 번째 주제로, 하이앤드 실버타운과 실속형 실버타운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두 유형에 대한 정의를 살펴보겠습니다. 필자는 최근, 전국의 다양한 실버타운 정보를 소비자 관점에서 소개하는 전문가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업계가 정의하는 '실속형 실버타운'에 대한 기준을 공유받은 바 있습니다. 또한 실버타운 입주를 준비 중인 소비자들로부터 ‘가성비가 좋은 실속형 실버타운’의 기준을 직접 들을 기회도 있었습니다.
물론 이 기준들이 절대적인 판단 기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소비자의 현재 자산 평가 가치와 서비스에 대한 지불 의사를 고려했을 때, 최소한의 판단 기준은 될 수 있습니다. 실속형 실버타운의 정의는 아래와 같습니다.

그렇다면 왜 필자는 실버타운 개발 트렌드 중 가장 먼저 ‘하이엔드 vs 실속형 실버타운’ 이슈를 제안했을까요?
그 이유는 실속형 실버타운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최근 3~4년간 기획된 실버타운 대부분이 하이엔드 실버타운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입소보증금 분석 자료(위 그림1)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런 경향은 시행사 주도 실버타운 개발 사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공사비 상승과 과도한 초기 토지 매입으로 인한 금융비용 증가를 감안하면 이러한 흐름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하지만 필자는 최근 몇 년간 여러 실버타운 프로젝트를 검토하면서, 실속형 기준에 부합하는 대상지를 2~3곳 찾은 바 있습니다.
이는 공사비와 토지비 절감을 위한 사업구조 조정, 입지 조건을 고려한 맞춤형 상품 기획 등을 통해 가능했습니다. 실속형 실버타운의 구체적인 기획 전략은 추후 칼럼에서 별도로 다룰 예정입니다.
한편, 개발 단계에서 원가 절감을 통해 합리적인 입소보증금과 관리비 수준을 실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전제되어야 할 더 근본적인 이슈가 있습니다.
바로, 최소한의 주거 성능을 갖춘 ‘시설이 아닌 주거’로서 실버타운을 기획하는 일입니다. 지금까지 국내의 실속형 실버타운은 대부분 공공이 운영하는 무료 양로원, 요양원 형태였으며, 주거보다는 시설의 관점에서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해왔습니다.
입지 면에서도 광역교통망, 배후 인구, 생활 인프라, 병원 접근성 등 민간 실버타운이 고려하는 주요 입지 요인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았습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실속형 실버타운은 단순히 가격이 합리적인 수준을 넘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주거 성능과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입지 선정, 입지에 맞는 컨셉 수립, 커뮤니티 프로그램 구성, 적정 규모 산정 등 기획 단계에서 다양한 요소에 대한 치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이러한 실속형 실버타운의 기획 단계에서 어떤 실무 전략이 필요한지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다루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