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해외건설 주인공은 누구? 인프라냐 플랜트냐
올 하반기 해외건설 수주를 이끌 주역은 누가 될까. 올 상반기에는 해외 수주가 부진했음에도 하반기에는 우리 기업의 해외 수주가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그동안 지연되거나 취소됐던 중동 대형 프로젝트의 발주가 유가 회복에 힘입어 하반기 재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17일 수출입은행과 해외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하반기에는 해외 민관(PPP) 인프라 프로젝트가 꾸준히 이어지는 가운데 그동안 부진했던 오일앤가스(Oil&Gas) 플랜트 분야에서 대형 사업의 수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발발 이후 수요 침체로 유가가 하락하면서 중동 산유국은 건설 프로젝트 발주를 줄줄이 연기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돌파하고 최근 배럴당 100달러 수준을 유지하면서 그동안 연기 또는 취소됐던 사업 재개 및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 발주가 탄력을 받고 있다.
유가 상승으로 석유화학 제품 공급을 위한 플랜트 증설 및 현대화 건설 수요가 커졌고, 탈석유 시대를 대비한 스마트신도시 개발, 신재생에너지 등에 대한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이 가시화되고 있다.
플랜트 분야에서는 설비 증설 및 현대화, 카타르 LNG 생산시설 확대, 쿠웨이트세 계 최대 석유화학 연구센터(R&D) 건립 등의 발주가 예상된다.
먼저 사우디 국영기업 아람코는 올해 400억~500억달러의 자본 투자를 계획하면서 업스트림 석유에 30%, 업스트림 가스에 27%, 다운스트림 프로젝트에 33%를 각각 사용한다고 발표했다.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카타르는 라스라판 산업단지의 가스생산 시설 확장 등을 통해 LNG생산 능력을 연간 7700만톤에서 2027년까지 연간 1억3000만톤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밖에 △UAE 탄소중립 프로젝트 사업 △오만 그린수소 및 그린암모니아 시설 건설사업 △카타르-사우디 GCC철도연결 건설사업 등이 하반기 주목되는 사업이다.
모처럼 찾아온 플랜트 대목을 맞아 수출입은행도 기업 지원을 위해 분주하다.
신용 한도 등 주요 조건을 사전에 약정하고 신속하게 금융을 제공할 수 있는 기본여신약정(Framework Agreement, FA)의 활용 범위를 넓힌데 이어 중동 대형 발주처와 이 FA협약을 늘리고 있다.
그간 FA가 기자재 물품구매자금 등의 수출금융에만 한정하면서 중동 발주처의 외면을 받았다. 이에 수은은 제도를 개선해 중동 발주처의 수요가 많은 합작사업이나 공동개발 사업 등으로 금융지원 범위를 넓힌 것이다.
수은은 올 초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애드녹) 및 아람코와 각각 50억달러, 60억달러 규모 FA를 체결했다. 이어 카타르에너지(QE)와도 FA체결을 검토중이다.
이와 관련, 수은 관계자는 "우리 기업의 빅(Big) 발주처를 상대로 프로젝트 관련 금융을 제공하는 것이어서 다른 나라에 비해 수주 경쟁력이 더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동 플랜트시장은 산유국의 정치상황, 국제 유가 추이, 환율 및 금융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므로 사업관리를 철저히 해 수익성 개선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해외건설협회는 당부했다.
플랜트 분야가 고유가에 힘입어 활황 조짐을 보인다면 우리 기업의 해외 민자 인프라사업 수주는 꾸준히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우선 파라과이 경전철 사업을 비롯해 바레인 메트로, 베트남 하수처리장 등의 시설이 있다.
6억달러 규모의 파라과이 경전철 사업은 이 사업 진행을 위한 특별법이 현지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연내 특별법이 국회 승인을 거치는대로 우리기업이 파라과이 정부와 실시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건설사로는 현대엔지니어링 계룡건설 LS일렉트릭 등이, 재무 투자자로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공사(KIND)가 각각 참여한 사업이다.
사우디 국부펀드인 PIF가 주도하는 거대 신도시인 사우디 네옴도시 건설사업(사진)도 순차적으로 발주하면서 우리기업의 수주 가능성이 큰 사업이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사우디 북서부에 위치하며, 서울 44배에 달하는 2만6500㎢ 규모로 건설되는 대규모 신도시 사업이다. 총 투자액이 5000억달러(약 640조원)에 이른다.
이밖에 호주 노르웨이 등 선진국에서 발주하는 도로 교량 등의 민자사업에 대한 국내 대기업의 관심이 많으며 사업 상담도 적지 않게 들어온다고 수은은 설명했다. 앞서 GS건설은 지난해 호주 민자 NEL터널사업, SK에코플랜트는 올 초 노르웨이 민자 소트라 도로사업을 각각 수주한 바 있다.
수은 관계자는 "PPP 관련 법 제도가 잘 돼 있고 AP를 제공하는 선진국이 리스크 관점에서 개도국에 비해 유리해 우리 기업들이 선진국 교통 인프라를 많이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AP(Availity Payment) 지불방식이란 민간 사업자가 시설물을 건설한 후 이용 가능한 상태로 유지할 경우 정부가 약정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도 "제도와 투자 환경 측면에서 우수한 선진국 PPP사업을 중점 추진하고자 하며, 개도국은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G2G(정부간 협의)기반이나 다자개발은행(MDM) 참여 사업 등을 대상으로 선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건협에 따르면 상반기 해외건설 수주실적은 120억4000만달러로 작년 상반기(147억달러)의 82% 수준에 그쳤으며, 2019년 상반기(119억달러)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실적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