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지몰린 부동산개발업계 "인허가라도 빨리 내달라" 아우성
지방광역시에서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A시행사는 본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넘어가지 못해 최근 대출 금리를 더 높이면서 브리지론(토지 매입단계 대출)을 만기 연장했다. 본 PF로 전환하려면 인허가를 득해야 하지만 해당 관청이 규정에 없는 여러 요구사항을 들이대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서다.
상업지역 내 법적으로 오피스텔을 개발할 수 있음에도 담당 공무원이 부정적 의견을 제시한데다, 지구단위계획에 야간경관 계획시 용적률 30%를 추가할 수 있음에도 도시계획심의의원이 그 절반으로 줄이도록 요구했다
이 시행사 대표는 "고율의 대출이자를 물고 있는 요즘같은 긴박한 상황에서 인허가가 지체되면 어떤 시행사도 버텨낼 재간이 없다"면서 "인허가 관련 불합리한 그림자 규제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범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로 궁지에 몰린 부동산 개발업계가 각종 인허가 리스크로 인해 또 한번 눈물을 흘리고 있다.
도시계획 및 건축 심의 과정에서 규정에 없는 내용을 반영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내줘 심의의원의 의견을 맞추기 위해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업계는 호소한다. 또 다른 개발사업의 경우 기존 부지의 비주거시설(상업시설) 면적 만큼 비주거 비율을 맞추라는 지자체 요구로 인허가가 반려됐다. 인근 주민들의 수요가 없는 상업시설을 지으면 사업성이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해당 관청은 막무가내로 듣지 않았다.
일부 심의의원은 전문영역이 아닌 분야에도 의견을 제시하거나 사업자의 설명을 듣는 기회 없이 심사 의견의 일방적 반영 여부만 평가해 사업을 허가해주고 있다. 예를 들어 교통분야 심의의원이 건축분야나 조경분야 의견을 제시해 그 말 한마디로 사업을 변경해야 하는 불합리한 부분이 발생한다는 게 사업자들의 얘기다.
더욱이 금리 급등기에 인허가 기간이 길어질수록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한국부동산개발협회가 지난달 회원사를 상대로 현황 조사한 결과 브리지론 만기 연장시 금융사들이 30% 이상 고율 이자 및 조발비용을 요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같은 지역에서 PF대출을 실행한지 3개월만에 이자율이 5.5%(3월 기준)에서 10%(6월 기준)로 4.5%p나 급등했다.
이처럼 금융비용은 크게 불어났는데 반해 인허가 기간은 되레 늘어나면서 사업 중단위기에 직면한 업체가 적지 않다. 부동산개발협회가 지난 7월 인허가 소요기간을 조사한 결과 서울에서 단지형 아파트는 10.5개월, 주상복합은 12개월이 각각 걸린다. 경기도에서 오피스텔 인허가는 9개월, 강원도 생활형숙박시설 인허가는 무려 18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요 절차별 인허가를 보면 건축심의(1.5개월) 교통영향평가(1.5~3개월) 경관심의(3개월) 소방성능위주설계(8~11개월) 교육환경평가(3개월) 학생배치(4개월) 사전재난영향성검토(2~3개월) 환경영향평가(5~7개월) 에너지절약계획서(3개월) 안전관리계획서(3개월) 등이다.
부동산개발업계는 국토교통부가 지자체를 상대로 특단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서라도 법적 테두리를 벗어난 그림자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현재 진행중인 개발 사업이라도 인허가를 신속히 진행하지 않으면 건설업계와 금융권 동시에 부실 우려가 전이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부동산개발협회 관계자는 "심의의원이 전문성있는 부분이 아니면 발언을 자제하고 자신의 심의분야에 한정된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설령 의견을 내더라도 단지 참고사항으로 표기하고 반드시 의무 적용 사항에서 배제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