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 B노선 해결사 기업은행, 지분·후순위에 2000억 투자 검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B노선 민자사업이 맥쿼리인프라의 이탈로 위기를 겪던 가운데, 기업은행이 구원투수로 등장하면서 숨통이 트이게 됐다. 기업은행은 지분 및 후순위 펀드 2000억원에 선순위 대출 3000억원을 더해 총 5000억원을 B노선 사업에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선순위, 후순위, 지분 투자를 포함한 총 5000억원 규모의 참여 방안을 이달 말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이후 다음 달 중순 내부 보고와 심사를 거쳐 최종 승인받는 전략이다. 펀드는 2000억원 이상을 목표로 하며, 선순위 대출은 최대 5000억원까지 승인받되 실제 집행액은 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한다.
금리 하락 국면에 접어든 현 상황에서, 기업은행은 GTX B 투자 수익률이 나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융주관사인 신한은행이 제시한 후순위 수익률은 연 12%이며, 지분을 포함한 펀드 통합 수익률은 9%대다. 선순위 대출의 경우 변동금리부 기준의 금리는 AA- 등급 회사채(3년물)에 2% 스프레드를 얹은 수준이다. 대출 만기는 40년이다.
민자 활성화를 위한 금융당국의 정책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2월, BTO(수익형 민자사업) 지분 투자 시 위험가중치(RWA) 산정 기준을 기존 400%에서 250%로 완화하는 방안을 시행했다. 기업은행의 투자 검토에 힘이 실린 배경이다.
기업은행이 투자 참여를 최종 확정하면, 주관사인 신한은행도 자금 모집 부담을 상당 부분 덜 수 있다. GTX B 전체 자금 모집 규모는 펀드(지분·후순위) 9200억원, 선순위 대출 2조6000억원이다. 이 중 선순위 대출에는 신용보증기금의 산업기반신용보증 1조원이 포함돼 있다.
신한은행은 펀드에 5000억원 이하, 선순위 대출에는 금융사 미참여분 잔액 인수 방식으로 5000억원 이상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적으로 약 1조원 규모다. 기업은행이 통 크게 참여할 경우 사업 신뢰도가 높아져 나머지 대주 모집이 수월해지고, 신한은행의 잔액 인수 부담도 줄어들 전망이다.
앞서 맥쿼리인프라는 지난해부터 GTX B 사업의 지분 및 후순위 투자 방안을 검토해왔으나, 지난달 말 투자 계획 철회를 사업주 측에 통보했다. 맥쿼리인프라는 선순위 대출 금리를 낮춰 지분 및 후순위 대출의 위험조정 수익률을 높여줄 것을 요구했으나, 사업주인 대우건설 컨소시엄 측과의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건설 출자자의 자본을 선투입해 이미 B노선 착공에 들어간 상태다. 2030년 개통을 맞추기 위해선 선착공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다.
GTX B노선 사업은 인천 연수구에서 경기 남양주시까지를 잇는 광역급행철도 사업으로, 총사업비는 4조2894억원(불변 기준)이다. 사업이 준공되면 인천대입구에서 서울역까지 소요 시간은 80분 이상에서 30분으로, 남양주 마석에서 청량리까지는 45분 이상에서 23분으로 대폭 단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