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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주택 재건축의 경제,사회학적 의미와 지향점

김갑진
- 10분 걸림 -
서울의 한 아파트숲 전경(사진=게티이미지뱅크)

총선이 경제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선뜻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민의를 통해 국민의 대리인을 선정하는 일이야 지극한 정치의 영역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일상에서 우리는 시시각각 변하는 여건에 맞춰 경제활동을 하고 그것은 일종의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흐름의 경제가 특정 정치 이벤트에 의해 좌우되기에는 흐름을 만들어 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총선을 계기로 경제와 관련한 다양한 전망을 했습니다. 이를테면 부동산 PF위기가 총선 이후 본격화될 것이라는 주장은 건설업 4월 위기설과 결부되어 마치 총선을 상황발생의 분기점으로 삼는 듯 했습니다. 공공요금의 인상은 선거 전후 물가변화를 설명하는 단골 메뉴입니다. 표심을 얻으려 공공자원의 적정가치를 억누르다 선거 후 본전을 찾는다는 게 요지입니다.

세상사 만면이 경제요, 인간사 모든 관계가 정치라면 이 둘 역시 상호작용을 하지 않을 리 없습니다. 결국 어려운 경제를 다시 활기차게 이끌어 내는 것의 상당부분은 정치의 몫입니다.  정치 이벤트로서 총선은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총선이 지난 후 처한 국내외적 경제 상황은 마치 의도한 것같은 변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미 총선 직전에 국내 물가(3월 CPI 3.1%)와 미국 물가(2월 CPI2.8%)가 기대보다 높게 나오는 상황에 난감했고, 총선 후에는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중동 불안이 심화되면서 환율과 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에 맞닥뜨렸습니다.

요컨대 총선이라는 정치 이벤트를 전후한 국내외 경제 여건의 변화는 의도와 예상여부와 무관하게 객관적으로 한국 경제를 어렵게 하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2022년 코로나 회복과 우크라이나 전쟁 즈음에 직면했던 인플레이션은 지지부진하게도 긴 생명력을 확인시켜주고 있으며, 환율과 유가 급등은 국내물가를 한 번 더 치켜올리며 소비수요를 감소시킬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을 예상하게 됩니다.

한국의 재건축 시장, 스태그플레이션!

전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정부당국은 공동주택 재건축에 대한 상당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전년 말 국회를 통과해 오는 4월 27일 시행되는 노후계획도시정비특별법으로 대규모 공동주택 재건축에 사실상 용적률과 안전진단 메리트가 부여됩니다.

또 1월 주택공급활성화 대책, 3월 민생토론회, 4월 도시주택 공급점검회의 등에서 정부는 30년 이상 아파트의 재건축 안전진단을 사실상 면제하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를 폐지하며, 13년 내외의 재건축 소요기간에 패스트트랙을 적용해 10년 이내로 단축시킨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습니다. 안전진단 면제나 초과이익 폐지와 같이 법령개정이 필요한 사항의 실효성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정부당국은 현재 공동주택 재건축을 활성화하려는 정책방향을 잡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문제는 정부당국의 정책의지와 별개로 시장이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2월까지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 1분기 10대 건설사 도시정비사업 수주실적이 모두 전년에 비해 약 20%이상 감소한 상태입니다.

정부의 의지 표명과는 상반된 양상입니다. 원인은 물가인상에 따른 건축비 급등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기왕 착공에 들어간 재건축 사업장에서 조합과 시공사간 공사비 갈등으로 공사가 중지되는 뉴스가 심심찮게 전해지고 있습니다.

표준건축비 평당 760만원 시대, 일부 브랜드 건설사의 경우 평당 1000만원을 넘는 건축비를 책정하기도 합니다. 국민주택규모(84㎡) 아파트를 짓는데 건축비만으로 4억원 안팎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재건축 붐을 통해 신규주택 공급량을 확보하자는 정책방향과 달리 현실적인 비용부담으로 정책방향 실현은 고사하고 예년을 밑도는 공급량으로 이상과 현실이 부조화된 재건축의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인 것입니다.

재건축의 경제·사회학적 의미

물리적으로 주택 재건축은 내구재인 주택소비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감소된 소비효용을 재창출하는 변화입니다. 쉬운 말로 ‘헌집 줄 게 새집 다오’와 같습니다.

헌집을 새집으로 짓는 데에는 당연히 녹물이 나오고 천정에 물이 새는 노후화를 더는 감당하지 못하겠다는 이유가 앞서기 때문일 것입니다.  도시주거 환경개선도 물리적 개선을 필요로 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직면한 도심의 주택 재건축은 단순히 헌집을 새집으로 짓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사업’이 의미하듯 비용과 수익이 결부되는 경제활동입니다. 이 가운데 우리에게 자리잡은 재건축의 경제·사회적 비용관념에는 공공의 공중재산인 용적률을 늘리거나 종상향을 통해 새집을 헌집 보다 많이 짓고 이를 팔아(분양) 그 수익으로 내 집을 짓는 비용을 충당한다는 것이있습니다.

이 관념은 재건축을 통해 내집 자체가 새로워 지면서 가치를 높이는 것(신축효과)과 최초 건축 후 재건축에 이르기까지 그간 집 주변에 축적된 공공 인프라의 가치를 내 집의 가치에 환산적용하는(인프라효과) 수익관념 보다 앞설 때가 많습니다.  이익은 극대화하고 비용은 최소화하는 것이지요.

재건축의 수익관념 중 신축효과는 이미 아파트 시장에서 연차별로 가격이 차별화되는 양상으로 실증됩니다. 신구축간 가격차이는 이미 적게 잡아 20%이상 벌어지고 있습니다. 또 인프라 효과에 대해 초과이익 환수의 사유재산권 침해논쟁이 지속되는 현상을 보더라도 그 효과 자체는 검증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도심주택의 생산과 소비패턴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

수도권을 기준으로 1960년 후반부터 짓기 시작한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그로부터 수십년이 지나 재탄생하는 과정은 재건축의 가장 근원적인 의미라 할 수 있는 헌집의 새집 대체가 아니라 경제·사회적 비용, 수익관념으로 온전히 접근되는 현상을 낳았습니다.

그래서 내집을 새로짓는데 돈이 들면 뭔가 손해 보는 느낌이 드는 것입니다. 재건축을 통한 인프라효과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와 같은 다소 과격한(?) 방식이 아니라면 미국의 멜로루즈세금과 같은 개발이익 향유자가 부담토록 하는 제도변화를 고려할만 합니다.

멜로루즈 세금은 특별부과금의 한 종류로, 새로 지어지는 주택단지 내의 사회적 생산기반, 경제활동의 기반을 형성하는 기초적인 시설, 댐, 도로, 및 학교, 병원, 공원등 사회 복지환경 시설을 건설하고 유지하는 비용을 위한 세금을 충당하기 위해 1982년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 헨리 멜로 헨리 멜로(Henry Mello)와 주 하원의원 마이크루즈(Mike Roos)가 만든 법안입니다.

한국의 주택 중 공동주택 비중이 60%를 넘어서고, 이 공동주택은 일정기간(40년 전후) 사용 후 재건축돼야 하는 것이 주택생산과 소비의 장기패턴이 된다면 이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미 우리는 이것이 장기패턴이라는 인식없이도 현실에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장기간에 걸친 주택생산-소비패턴은 인구, 소득은 물론, 공간의 질, 자산가치의변동, 비용과 이익 등 매우 다양한 변수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이 과정에 주택생산-소비가 지향해야할 가치는 무엇일까요? 재건축으로 내집의 가치를 일약 올리는 것이어야 할까요? 사회 전체적으로는 주거공급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개별가구 등 수요자 단위에서는 안정적인 자산가치 유지가 그 답이 되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결국 공동주택 재건축의 개념은 헌집을 새집으로 대체하는 과정에 자산가치나 주택수급의 급격한 변동을 초래하는 일을 지양하고 안정적인 주거수요를 유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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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재개발재건축

김갑진

보증기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건설경제의 어제와 오늘(우리가 사는 집과 도시)' 저자입니다. 아주대 겸임 교수를 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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