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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실사를 준비하는 심사역의 자세

이인석
- 7분 걸림 -
사진=ChatGPT 이미지

이번 기고는 기업 현지 실사와 인터뷰가 주요 주제입니다. 오랜만에 심사역의 입장에서 기업  인터뷰에 나서다 보니, 의도치 않게 몇 가지 실수를 하기도 했던 것 같네요. 스스로 돌아보며 반성하게 됩니다.

참고로 기업 실사나 탐방에는 정해진 정답이나 매뉴얼이 있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자신만의 루틴이나 방식을 미리 설정해두면 훨씬 수월하게 준비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해본 ‘기업 실사를 준비하는 심사역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무의미한 브리핑은 지양
기업 실사 자리는 단순한 방문이 아닙니다. 저는 늘 이 자리에 임할 때, 제가 몸담고 있는 기관의 대표 자격으로 상대를 만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 시간만큼이나 상대방의 시간도 소중하다고 여기고, 불필요한 말은 최대한 삼가려 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불필요한’ 말이란, 사전에 충분히 전달된 자료를 다시 반복해 설명하는 것입니다.  투자설명서(IM) 자료 내용을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이 읽어주듯 그대로 따라 읽는 건 실사 시간을 낭비하는 행동이라는 점,  모두가 꼭 기억했으면 합니다.

밥은 내 돈으로 사먹자
과거 은행에 근무할 때 한 선배 심사역이 떠오릅니다. 실사 갈 때마다 제일 먼저 찾는 건 그 동네의 맛집이었죠. 정작 실사는 뒷전이고, 상대가 어디서 밥을 사줬는지가 승인 여부의 기준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당시 40대 중반이었는데도 꽤나 꼰대였던 것 같네요.

이런 태도는 상대방도 금방 느낍니다. 그 선배는 결국 그런 행동이 소문이 나면서 심사 업무에서 배제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출장을 나가 새로운 곳을 다닌다는 건 즐겁고 의미 있는 일이지만, 동시에 큰 책임이 따른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부디, 밥값은 스스로 내는 심사역이 되시길 바랍니다.

새로운 시각으로, 편견 없이 보기
과거 연수원에서 심사 교육을 받을 때면 백발의 교수님들이 이런 말씀을 자주 하셨죠.
“사업장 화장실이 지저분하면 그 기업은 관리가 안 되는 회사다.”
직접 경험해보니, 이 말은 절반만 맞는 이야기였습니다.

예전에는 비재무적 요소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이런 ‘라떼’식 이야기가 많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해당 건물 화장실이 회사 직접 관리인지, 외주 관리인지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성급한 판단은 오히려 독이 됩니다.

특히 IR 담당자의 말솜씨나 번지르르한 건물 외관에 속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합니다. 실사 일정에 맞춰 급히 치워놓은 화장실일 수도 있다는 점, 꼭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실사 준비는 철저하게
최근 읽은 책 ‘한국형 가치투자’(최준철, 김민국 저)에서 인상 깊은 문장이 있었습니다. “기업 탐방 고수는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탐방 현장의 리듬을 타며, 상대방이 편하게 알고 있는 바를 모두 말하게 만든다.”

무릎을 탁 치게 되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런 고수가 되려면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수입니다.  주식 시장에서 어설프게 들은 이야기나, 신용평가보고서 몇 줄 보고 나서 아는 척하는 것은 진짜 준비가 아닙니다.  그런 준비는 결국 실사 현장에서 모두 드러납니다. 반드시 걸러진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실사 자리는 장기자랑하는 곳이 아니다
가끔 실사 자리에서 자신의 지식을 뽐내려는 분들을 볼 때가 있습니다. 이들은 모르는 것을 묻기보다는 자신이 얼마나 많이 아는지를 과시하려 합니다. 저는 실사에서 되도록 질문을 짧게 던지고, 최대한 듣는 데 집중합니다.
질문도 정말 궁금한 것들 위주로 합니다. 어려운 용어보다는 상대방이 편하게 느낄 수 있는, 익숙한 언어를 사용하려고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던졌던 질문 중에는 이런 것들이 있었습니다.
“우리 회사 주력인 포크레인 한 대 가격은 얼마인가요?”
“탄피는 재활용이 가능한가요?”

이런 질문은 책이나 리포트에서는 절대 들을 수 없는, 현업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실사의 핵심입니다. 증권사 리포트에 없는 이야기, 실무자의 언어를 파악해야 진짜 인사이트가 생깁니다.

또한 어설프게 아는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업계에서 관용적으로 쓰는 계약 형태나 용어조차 정확히 모른다면, 겸손하게 설명을 부탁하세요.  여기서 ‘겸손하게’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질문하는 태도 역시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가끔 보면 형사처럼 취조하듯 질문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런 방식은 서로를 곤란하게 만듭니다. 대신 꼬리질문을 통해 상대방의 설명이 일관되는지, 논리적으로 이어지는지 파악해보는 건 좋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상대방이 이 딜에 얼마나 정통한지를 체크하는 것이 실사의 핵심 목적이 되어야 합니다.

간만에 기업 실사를 다녀오며 정리해본 이야기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덧붙이자면, 실사나 탐방은 많이, 자주 가보시길 바랍니다. 직접 눈으로 보고 듣는 경험의 힘은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니까요.

기업 실사를 준비하는 모든 심사역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마무리합니다.

작가와 대화를 시작하세요.
파이낸스오피니언심사역

이인석

이인석은 금융업계에서 투자자산 사후관리, 익스포저 관리 및 신용리스크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은행과 보험사에서 20년 가까이 투자심사와 심사기획 업무를 했습니다. 기업 M&A인수금융 심사에 노하우가 있으며 기업 재무위험 및 재무분석 업무를 장기간 수행했습니다. 앞으로 기업금융이나 심사 관련 주제를 알기 쉽게 풀어나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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