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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수혈 PF유동화시장, 정부의 향후 규제 시나리오 예측

원정호기자
- 8분 걸림 -

이번주부터 증권업계가 중소 증권사 보증 PF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의 매입 신청을 받는 등  ABCP시장  경색 방지 프로그램이 본격 가동되고 있다.  이는 지난달 27일 발표된 자금시장 안정화 방안의 일환으로  9개 대형 증권사(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총 4500억원을 출자해  중소 증권사가 보증한 A2(-)등급 이상 ABCP를 업권 내에서 매입하는 프로그램이다.  제2의 채권안정(채권시장 안정) 펀드라고도 불린다.

구체적으로는 미래에셋증권·메리츠증권·삼성증권·신한투자증권·키움증권·하나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NH투자증권 등 9개 대형 증권사가 각각 500억원씩 총 4500억원을 각출해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한 뒤 이 법인을 통해 신청한 중소형사들의 PF ABCP를 매입한다. 자금은 절반씩 총 두 차례에 걸쳐 집행할 예정으로, 우선 이달 넷째 주(오는 21∼25일) 중 2250억원이 중소형사들의 PF ABCP를 매입하는 데 사용된다.

아울러 최대 2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채안펀드)를 통해 경색이 심한 여전채부터 매입을 개시했다. 채안펀드는 회사채와 일반 기업어음(CP) 등 우량채가 지원 대상이지만 이번 대책에서는 단기 자금시장 불안 때문에 여전채와  PF ABCP도 포함됐다.

PF유동화회사수 추이(자료:나이스신용평가)


정책자금 중심의 채안펀드와 대형 증권사 중심의 제2 채안펀드가 본격 가동에 나서면서  꽁꽁 얼었던 CP시장 자금경색이 어느 정도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무리하게 보증을 활용해 부동산 PF 영업을  늘려온 중소 증권사의 리스크를 대형 증권사와 정책자금으로 해결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호황기에는 인센티브와 돈벌이 수단으로 삼고 부실  위험이 발생하자 그 책임을  정부와 대형 증권사가 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선비즈>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채안펀드 등을 통해 PF ABCP를 매입해 일부 금융사에 유동성을 제공하는 데 대해 “돈 벌기 위해서 리스크를 지고 한 데 대해 직접 ABCP를 매입해 준다는 것은 많은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은 급한 불을 끄는 비상 시국인 만큼 유동성 지원이 주가 되며 증권사의 자율적 자구계획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유동성 지원을 받는 증권사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전날 외신기자 오찬 간담회에서 "유동성 지원을 받는 증권사가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자구 계획 이행 여부 등을 철저히 관리해 도덕적 해이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점차 단계별로  증권사들의 PF ABCP 영업 관행에 실질적인 정부 규제가 가해지고 시장 상황이 악화될 수록 규제 강도도 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단계별 PF유화증권 규제 시나리오를 예측해 봤다.

당장 연내에는 유동성 지원을 받은 중소 증권사에  손실 충당 의무를 지우는 방안이 나온다.  부동산 경기침체 장기화 등으로  제2채안펀드가 매입한 PF ABCP의 손실이 발생할 경우 보증 중소형사가 그 손실에 대해 우선 충당하도록 하는 것이다.

자산보유자가 5%채권 인수..위험보유규제 도입추진

다음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PF유동화증권 전반의 규제를 생각해볼 수 있다.  개발 자산 유동화시  자산보유자(시행사)가 5% 수준의 신용위험을 보유하게 하는 위험보유 규제(Risk Retention)가 도입될 전망이다.

대개 자산 보유자인 시행사가 후순위 유동화증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미국‧일본‧ 유럽연합(EU) 등이 이미 채택한 규제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자산유동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작년 말 발의했으여, 현재 국회 위원회 심사를 기다리는 등 계류돼 있다.  이번 PF사태를 겪으면서 법률 개정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자산 보유자가 부실자산을 유동화하는 등의 도덕적 해이를 막고 유동화 자산 품질을 담보하기기 위한 장치다. 다만  지나친 유동화시장 위축이 발생하지 않도록 위험보유 방식을 다변화하고, 공적기관 보증증권 등 우량자산에 대해서는 규제 도입을 면제·완화할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5% 위험보유규제를 도입하면 유동화거래를 설계하고 자금을 조달한 시행사, 주간사 등의 책임성이 강화되고, “자금조달자와 투자자간 유인 일치로 부실자산 유동화 위험을 조기에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발사업과 단기 ABCP간 만기 불일치 해소

부동산PF ABCP의 경우 자금 조달과 운용의 미스매치가 발생하는데 증권사가 이런 차환(롤오버) 리스크를 떠안고 있어 이번에 자금 경색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기초 자산의 만기는 개발사업 특성상 2~3년 이상인데, 만기 3개월~1년의 단기 유동화증권으로 발행되고 있다.

이에  부동산PF ABCP를 단기로 자금을 조달해 차환을 통해 장기 사업에 운용하고 있는데, 듀레이션(기간)을 일치시키는 방향으로 금융위원회가 개선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는 시장 상황을  고려하고 업계 의견을 수렴해  중장기적으로 개선 방안을 마련해 갈 수 있다.

중소 증권사, 단순 PF주선만 할 가능성

부동산 불황이 장기화하고 중소 증권사가 실제 디폴트에 직면할 경우 추가 유동성을 지원하되 좀 더 강력한 규제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무분별하게 PF사업에 신용 보강한 건설사들의 부도가 잇따르자 정부가 건설사의 채무보증을 강력히 규제한 바 있다. 이를 참고하면 일정 자본 이하 중소 증권사는 단순 PF주관만 영위하고  매입약정이나 유동성 공여와 같은 신용보강을 아예 막는 형태를 검토해볼 수 있다.

이 경우 증권사 IB는 기업공개나 회사채 인수, 유상증자 등 전통적 IB업무로 회귀하고 부동산금융은 단순 브로커리지만 남는 등 조직이 급속히 재편될 수 있다.  이에 따라 PF 취급 수수료 수입이 급격히 줄어 인센티브가  축소됨은 물론 대규모 구조조정도 뒤따를 수 있다.  

한 IB 담당 고위 관계자는 "부동산 IB영업이라는게 증권사 돈을 깔고 성과급 받아가는 것인데 이제 중소 증권사들이 위기 상황이고 대형사들 보고 도와주라고 하니 새로운 규제가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 두 번째)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5대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서울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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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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