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의 '건축·주택 사업모델과 운용상품' 이해하기
건설사들은 건축·주택 분야 사업 유형(Biz. Type, MVP Minimum Viable Product)을 어떻게 나누는지 외부에서 궁금해하는 분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건설사의 리스크 매니지먼트(RM)로 일하면서 과거 주니어급 직원에게 건축업무 입문 교육을 했었는데요. 당시 강의내용을 토대로 수익과 리스크 구조 측면에서 건축 사업유형을 살펴볼까 합니다.
(1)단순 도급사업 (저위험 저수익)
자금력이 풍부하고 신용도가 높아 “탄탄하고 우량한 발주처”와 공사(도급) 계약하는 사업입니다.
“우량한 발주처”는 세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1) 퍼블릭 섹터(Public Sector) : 사우디 아람코나 LH(토지주택공사), SH(서울주택공사) 등 국내외 범정부 계열이 있습니다.
2) 프라이빗 섹터(Private Sector) : 대형 시행사(신영, MDM, DS네트웍스, SK D&D 등)와 민간 디벨로퍼 등입니다.
3) 파이낸셜 소사이어티(Financial Society : 은행, 이지스자산운용이나 마스턴투자운용과 같이 부동산에 특화된 자산운용사와 그들 상품인 리츠, 펀드, PFV, SPC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시공사(계약상 “을”)는 2개월마다 공사한 만큼(기성)을 발주처(“갑”)에 청구해 공사비를 수금하는 행위를 합니다. (기성청구와 공사비 수금입니다)
우량 발주처는 돈이 많으니, 돈 떼일 일은 거의 없지만, 매출 이익률이 정말 박하죠. 공공사업의 경우에는 경쟁입찰이 대부분이어서, 시공사의 당기순이익은 거의 없는 것으로 봐야 합니다.
(2)개발형 도급사업 (초기단계 신용보강형, 중위험 중수익)
자금력이 풍부하지 않고 신용도가 낮은 시행사(민간사업자)가 사업 초기에 토지를 확보하려고 브릿지론을 일으키는데, 통상 이자율이 높습니다. 이 때, 신용도가 높은 시공사가 “지급보증” 등으로 “신용공여”를 해주면, 브릿지론 이자율을 낮출 수 있죠. 물론 시공사도 프로젝트의 사업성(feasibility)과 수익성을 따져보고 들어가요. 신용공여의 리스크를 진 만큼 기대 수익율을 (적어도 단순도급보다) 높여야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시공사 입장에서는 리스크 대비 수익이 불공평하다고 봐요. 은행권에서는 PF(프로젝트 파이낸싱)로 이 사업에 돈을 빌려줄 때, 시공사의 “책임준공”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책임준공”은 시공사가 공사비를 못 받아도 “책임지고 (외상공사를 해서라도) 준공해라”는 뜻이에요. 준공을 해야 아파트가 완성되고, 은행은 등기된 건물에 담보를 잡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시공사는 눈에 불을 켜고 분양성을 따져봅니다. 입지, 분양가격, 실거래가, 호가, 중도금, 입주율, DTI/LTV 정책 등입니다. 분양이 잘 돼야 시행사에 판매대금이 들어오고, 그 재원에서 공사대금을 받아올 수 있기 때문이죠. (공사비를 다 받아낼 수 있는 분양율을 엑시트(EXIT) 분양률, 또는 브레이크 이븐 포인트(BEP)라고 해요.)
물론 시행사가 공사비 지급을 연체하면, 시공사는 연체료를 물립니다. 그러나 썰렁한 모델하우스를 보면서 외상공사를 하는 것은 생각보다 크게 고통스런 부분입니다.
(3) 투자형 도급사업 (개발이익 공유형, 중위험 중수익)
초기 개발 단계에서 일정 지분(통상 5%~30%)을 투자하고, 그 지분만큼 개발이익을 배분받는 구조입니다. 물론, 도급계약에 의한 건설공사 수익은 별도로 봐야 하구요. 그래서 이 사업의 이익총합은 “시공이익 + (투자지분 만큼의) 개발이익”의 합인거죠. 시공사는, 이제야 좀 리스크 대비 수익의 균형이 공평해지는 느낌을 받을 겁니다.
(4) 자체개발사업 (고위험고수익)
시공사가 직접 땅을 사고, 건축물도 지어서, 판매까지 하는 것입니다. 프로젝트 라이프 사이클 전 과정을 관장하는, (시공사가 시행자 역할을 병행하는) 사업입니다. 당연히 경기 변동에 100% 노출된 고위험 고수익 상품이겠죠. 건설사에 많은 경험치(프랙티스)가 쌓여 있으니, 포트폴리오상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아요.
건설사가 땅을 산다는 말이 나오면 호가가 즉시 올라갑니다. 토지입찰 의사결정이 너무 느리기 때문이기도 하고, 포트폴리오 전략 상이나 리스크 한도 관리상, 회사별 적정 한도를 정해놓기 때문에, 시공사 내부 수주·투자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난 3년간 (2019~2021년) 주택시장 호황기에 중견 주택건설사들의 약진의 근간이 바로 이 자체개발사업입니다. 고위험 고수익 속성으로 인해 많은 현금창출원을 확보했다고 봅니다.
(5) 재개발·재건축과 지역주택조합사업
다수의 토지주이자 조합원들이 뽑은 "대표법인-시행사"가 바로 "조합"입니다. 아파트가 준공되면 청산돼 없어지는(해산되는) 1회성 법인이기도 하죠.
모든 프로젝트의 발주처가 다르고, 모든 조합은 해당 사업이 처음이겠죠. 그러니 이 사업은 발주처 네트워크 관리를 통한 “연속사업”이나, “연계수주”, “패키지 딜(Package Deal)”의 개념이 없습니다. 시공권 확보(수주)단계의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조합원의 투표에 따라 시공사가 결정되기 때문에 사업 초기 단계에 “대선 선거 캠프” 수준의 홍보전문가들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