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수주심의에선 어떤 내용을 다룰까
시기가 시기인 만큼, 부동산개발 신규 사업 관련해 건설사의 '수의심의 회의(RMC, Risk Management Committee)'를 통과하는 게 까다로울 것입니다.
필자는 그룹 건설사의 수주 대상 프로젝트를 점검하고 확인하는 RM담당임원을 했었습니다.
그룹 건설사들이 수주를 하려고 하는 모든 프로젝트는 RMC를 거쳐야 합니다. 그 프로젝트들의 잠재 리스크를 찾아 내고 확인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필자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예리한 칼를 준비해야 했고요, 그룹 건설사 영업팀들은 강한 방패를 준비해서 RMC에서 치열하게 교차 확인해야 했지요.
부동산개발사업은 기간이 오래 걸리고,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있으며, 각종 서류들이 복잡합니다. 시장 환경과 정부 정책, 제도 변경에 따라 사업성이 심하게 변화되는 특성도 있습니다. 이런 복잡한 특성이 있으니 건설사 입장에서는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전에 여러 가지 리스크를 점검하는 게 당연합니다.
수주 심의 또는 RMC에서 다뤄지는 것들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우선 기본 중의 기본으로 '시행사와 시행사 대표의 평판 체크(Reference check)'를 합니다. 시공사가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 참여 가능한 공사 규모인지를 확인합니다. 세대수와 공사금액은 물론 SPC 또는 PFV의 주주구성과 주주협약체결를 점검합니다.
사업참여 형태는 지급보증 여부, 책임준공 확약 여부 등을 확인합니다. 금융사, 부동산신탁사가 현재까지 깆고 있는 익스포저(한도와 여유치)도 확인합니다. 금융사나 신탁사도 디폴트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건설사의 대여금 규모와 내역 등을 점검하지요.
토지 확보 현황도 점검합니다. 토지 현황, 지적경계 측량 현황, 기부채납 도로 내용, 문화재 출토 가능성, 토지 매입비용의 적정성, 지질조사 실시 여부, 명도 가능 여부, 현금 청산비율, 조합원의 비례율 등을 점검합니다.
인허가 및 사업일정을 점검하는 일도 있습니다. 인허가 일정이 너무 공격적인지, 특히 교육청 사전 협의는 이뤄졌는지, 지하 굴토 심의 등 사전 승인이 필요한 항목들이 제대로 됐는지 점검하고요. 책임준공 확약을 할 경우 책임준공을 위한 공사기간이 '착공 전 소요 기간+공사 기간+공기 리스크 버퍼 3개월'로 되어 있는지를 체크합니다.
이어 분양성을 점검합니다. 분양주체가 누구인지(시행사 또는 시공사)와 시장 리스크를 점검하고요, 입지, 분양 완판까지 걸리는 시간, 상가 규모, 평형 구성 등을 점검하지요. 사업성을 왜곡시키는 상가 규모가 있는지와 잘 안 팔리는 상품 구성이 되어 있는지도 들여다봅니다.
다음으로 사업 안정성을 점검합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조건 확인, 공사비는 어느 정도 확보됐는지(기성불, 분양불 등), 기성금 수금 조건을 확인하고요.
분양이 저조할 경우 분양가 할인 버퍼는 어떻게 됐는지를 점검합니다. 현장 주변 민원 발생 가능성과 특히 일조권 이슈가 발생될 가능성과 이에 따른 공사 중지 위험성이 있는지 체크합니다.
현장까지 진입도로가 공사 수행에 문제가 없는지, 진입도로가 없을 경우의 대책 등을 점검합니다. 견적조건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찾아봅니다. 건설사가 주주로 참여할 경우라면 최종적으로 사업에 미참여 시 손해배상 조건이 어떻게 돼 있는지를 점검합니다.
사업수지를 점검합니다. 수입과 지출 그리고 시행이익이 제대로 작성되어 있는지, 사업비 항목(각종 부담금 내역 등)은 누락되지 않았는지, 조세 및 부가가치세 누락 여부 점검, 인허가와 사업승인조건 등이 반영되어 있는지, 견적서의 시공사의 O&P(일반관리비와 이윤)와 세전이익이 회사 가이드라인을 충족하는지, 공사비 상승에 대한 에스켈레이션(Escalation) 조건과 이 조건이 없을 경우 예비비(Contingency Cost) 등을 체크합니다.
연도별 건설사의 캐시 플로우(Equity 회수, 대여금 회수, 공사비 수금 및 지출 등)가 적정한지도 점검합니다.
다음으로 시공사의 담보 또는 입보 내용 등을 점검합니다. 시행사 대출금 채무 인수 보증, 책임준공 확약, 중도금 대출 보증 등도 알아야 합니다.
수주 심의 때 가결했던 수주 조건이 중간에 바뀌었다면 다시 수주심의(RMC)를 하는 게 원칙입니다. 리스크를 시스템과 프로세스로 관리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니까요.
<이 글은 김경희 본태C&D 대표의 블로그 <사람과 건축 그리고 도시 for 생태계>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