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신사업으로서의 폐기물사업과 수익성 분석요소
토목과 건축, 플랜트에 익숙한 시공사 직원에게 환경사업은 토목·인프라사업에 부속된 틈새시장 정도로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4~5년 전부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RE100(재생에너지 사용 100%) 용어가 회자되더니, 시공순위 8~10위 내의 SK건설이 SK에코플랜트로 사명을 변경했습니다. 대형 시공사 중 처음으로 환경업을 메인 타이틀로 확장할 정도로, 건설업계에는 환경사업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다른 1군 건설사들도 SK에코플랜트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는 느낌입니다.
국내외 EPC와 개발시장, 특히 인프라부문의 근본적 사업구조가 변동성에 노출될 수 밖에 없는 한계로 인해 시장이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화려해 보이는 해외시장 진출 역시 몇개의 예외적인 프로젝트를 제외하고는 운영관리나 해외 지정학적 리스크가 따릅니다. 대형 사고도 꽤 발생해 시나브로 대손충당금을 쌓다가 조용히 손실을 떨어가고 있는 지난한 일이 되풀이됐고 건설사들이 지쳐갔죠.
이런 무렵에 상장 환경기업(코엔텍, 와이엔텍, 인선이엔티 등)의 증권사 보고서에 담긴 40%~60% 영업이익률을 본 건설사 직원들은 "매출이익률도 아니고, 영업이익률 맞아? 설마 원가율하고 혼동된 건 아니겠지?"하는 부러움과 동시에 허탈감이 밀려들었을 겁니다. 시공(매출)이익률이 통상 10% 정도를 보이는 시공사와는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인프라 또는 산업단지 개발하고 공사할 때, 폐기물용지 매입해 우리가 직접 개발해보자'는 비즈니스적 의욕이 필연적으로 들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맨 땅에 헤딩하는데 거침없고, 추진력 만랩인 건설분야 선수들이 왜 영업이익률이 높은 환경업 진출에 머뭇거릴까요? 사업의 수익구도와 비즈 속성이 토목·건축·플랜트 EPC와 같은 전형적 건설업과 근본적으로 달라서일 것 같습니다.
시공사는 땅 사서(1년), 인허가 밟고(1년), 공사해서(3년), 통매각하거나 수분양자에게 잘게 쪼개 잘 파는 일을 주로 해왔습니다. 또한 각 이해관계자(시행사, 투자자, 시공사, 대주단 등)들이 5년~10년 이내 시간 경과에 따른 엑시트 프레임과 사업구도에 익숙합니다.
CAPEX(준공 이전 건설 등의 단계)기간을 제외하고도, OPEX(준공 이후 운용 기간)만 짧게는 10년에서 길게는 40년~50년이 걸리는 환경사업, 혹은 폐기물(소각장,매립장)운영사업이 낯설었겠죠.
심지어 수익성 평가지표도 생소합니다. e-IRR, NPV, WACC, EBITDA, EBIT, NI, 페이백기간(Payback Period) 등을 수익성 평가로 활용합니다. 미국식 경영 스타일에다가 외국 컨설턴트들이나 쓸법한 경영회계 용어의 향연에 이과나 공대 출신들은 살짝 의기소침해져 방어기제가 자칫 증폭돼 버릴 수 있습니다.
이 방어기제로 인한 돌발적인 공격성 발현을 미연에 방지하고, 생산적인 논의가 가능하도록 건설사 리스크 매니저(RM)들은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 운영 체제를 기존 틀에서 완전히 탈피해 새로운 판으로 변신시켜야 합니다.
우선 각종 수익성 지표들을 기존 익숙한 개념과 조율해 튜닝하고, 소각장·매립장만의 표준사업모델과 리스크 요소 등의 재정의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돔형 매립장사업의 개발·운영 프로젝트를 가상의 투심위에 상정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7000평의 부지를 200억원에 구입해 30억원의 인허가 비용과 1년 공사비 200억원을 들여 "매립장 상품"을 만듭니다. 이 2~3년간이 CAPEX기간이고, 440억원이 CAPEX입니다. CAPEX는 자기자본(100억원)과 타인자본(340억원)으로 끌어다 쓰는 것이구요. 부채비율 77.3%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군요. 건설출자자(C.I)는 이 사업권의 지분을 100% 소유한 주주이고, 대출(타인자본)에도 50억원을 투입했습니다. 그래서 CI의 총투자금은 150억원입니다.
이 사업의 수익성을 페이백기간, WACC, IRR & NPV 등을 활용한 심의 잣대로 살펴보겠습니다.
페이백 기간(Payback Period)
페이백 기간(Payback Period)은 투자원금 150억원을 언제 돌려받는가 하는 기간입니다. 투입 시점부터 약 11년~12년, 매립 개시기간으로 부터는 8년~9년차에 돌려받게 됩니다.
폐기물을 매립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쓰레기더미가 무거워지며, 누르는 압력이 세지겠죠. 20% 정도 눌려 가라앉는다고 보고, 매립부피를 20% 정도 더 쳐줍니다. 비중은 1.5로 가정해서, 매립가능용량을 81만톤으로 가정하는 것이구요. 이 81만톤의 공간은 지정폐기물 20%, 일반폐기물 60%, 복토 20%로 채워진다고 가정했습니다. 지정 폐기물은 톤당 30만원으로 가장 비쌉니다.
매출 수익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것은, 애매한 입지의 오피스텔 분양성(분양률, 분양가격 등)을 예측하는 것 만큼 중요하고 까다롭습니다. 그러나 매립장 매출추정 계산법이 좀 더 명쾌해 보입니다. 중국과 동남아에서 폐기물 수입(반입)을 금지하고, 국민들의 친환경 인식이 제고되고 있으며,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신규 매립장·소각장 인허가 추세를 감안하면 공급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잔여매립가능용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수도권에 지정폐기물 매립이 금지돼 있는 등, 국지적인 독점사업 속성이므로 매립단가 조정권한은 공급자에게 쏠려 있다고 보면 됩니다.
2~3년의 CAPEX기간이 지나면, 매립장이 준공돼 향후 10년간 매립매출이 발생하는 OPEX단계가 시작됩니다. 폐기물을 10년간 열심히 매립해 매출 1345억을 일으키고, EBITDA 827억원, EBIT(영업이익율 29%) 387억원, NI(배당가능액 17%) 222억원이 예상되는군요.
매립완료 후, 30년간의 사후관리비용인 97억원과 상생기금 20억원을 감안해도 운영비용이 400억원 밖에 안되기 때문에 가능한 두자릿수 수익률 지표들이지요. (매출원가율 100%를 넘나들까 항상 조마조마한 시공사 직원들의 눈에는 수익률이 어마어마해 보입니다.)
WACC(Weighted Average Cost of Capital, 가중평균자본비용)
건설사 RM은 회사내 재무실에 WACC를 매달 도출해 공지하는 기능을 부여하는 한편 영업팀이 e-IRR 도출과 사업타당성 조사(FS)에 이를 정확하게 반영했는지 점검합니다.
WACC는 회사 내부적인 최소요구수익률 역할을 합니다. 통상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 사내 차입금리(채권발행금리보다 살짝 웃돌게 책정합니다. 대략 4%~5%입니다)와 함께 WACC를 공고하는데, 자본금의 비중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6%~9% 범위 내 분포합니다. 이번 가상 프로젝트 심의에서는 WACC, 즉 회사 내부에서 모든 투자 건에 요구하는 최소요구수익률을 10%로 가정하겠습니다.
IRR & NPV(Internal Rate of Return & Net Present Value)
이 매립장 프로젝트의 e-IRR은 7.8%로, WACC 10%보다 작으므로 기각이 되어야 할 것이고요. 당연히 회사내부 최소요구수익률(WACC 10%)로 이 프로젝트 자체적인 수익률인 7.8% 캐시플로우(Cash Flow)를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할인해 버리기 때문에 NPV는 마이너스가 됩니다. 심의에서 기각돼야만 하는 두번째 근거가 됩니다. (다시 말해 E-IRR(C.I) 현금흐름표-"순현금 흐름 172억원"이 WACC 10%로 시간 할인을 하면 -24.2억원의 가치밖에 안된다는 겁니다.)
EV/EBITDA
'EV/EBITDA=멀티플(Multiple)'의 산식과 의미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싶습니다. 사실 이 매립장 사업은 매립기간 10년, 81만톤이라는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EV나 멀티플이 적용 가능한 개념인지 의문입니다. 그동안 제가 시공사 내부의 투자심의 과정 운영만 해봐 아직 M&A 분야에는 문외한입니다. 전문가분들의 의견과 인사이트를 듣고 싶습니다.
소각장은 40년~50년 운영이 기본이고, 리모델링이나 대수선을 하면, 꽤 오래 쓸 수 있고, 소각장이 위치한 땅에 대한 "소각할 수 있는 사업권"이 영구존속할 것이라는 가정이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에, 이 사업권을 사고 파는 행위 역시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EV와 업종 평균 멀티플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죠. 당연히 모든 기업은 영구존속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M&A도 하고, 싸게사니 비싸게 사니 하는 가치평가도 폐기물 수익 평가에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