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시장서 `사모 대출형 펀드(PDF)' 인기 쑥쑥
금리 인상 여파로 건설부동산시장의 자금조달이 얼어붙으면서 사모 대출형 펀드(Private Debt Fund·PDF)가 자금공급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투자자들도 사모투자펀드(PEF)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면서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대출형 펀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14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개발금융시장에서 자금 공급이 말라버리면서 PF자금을 쏠 수 있는 금융사가 갑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인 조달 금리 상승과 금융당국의 건전성 규제로 전 금융권이 자금 공급에 몸을 사리고 있다. 은행과 캐피탈은 대출한도를 축소했고, 보험사는 대체투자 비중을 줄이거나 중단했다. 연체율 급등에 몸살을 앓고 있는 새마을금고와 농,축협도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이 같은 자금 공백기를 타고 블라인드 론펀드(Loan Fund)나 PDF를 보유한 자산운용사들이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지난 6월 205억원 규모의 '이지스부동산론 일반사모 부동산투자신탁제1호'를 설정했다. 이 펀드는 선순위·중순위 PF대출과 브리지론 등의 대출 채권에 투자할 예정이다.
마스턴투자운용은 이에 앞서 지난해 2600억원 약정액의 `마스턴 부동산론 일반 사모 부동산 투자신탁 제3호'을 출시했다. 두 펀드 모두 블라인드(위탁 운용) 펀드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자금공급자 우위의 시장이다 보니 론펀드 운용사들이 투자 요건과 수익률 등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이에 맞는 우량한 개발 물건을 고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험사, 상호금융, 캐피탈, 저축은행 등 선순위부터 후순위까지 폭넓게 자금 공백이 발생한 터라 높은 수익 조건으로 금방 자금이 소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단 개발시장 뿐 아니라 대체자산 전반으로 PDF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대체투자 조사기관인 프레킨(Preqin)은 금리 인상과 위험 관리가 중요해진 현 시점에서 PDF 투자가 대체자산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PDF는 변동금리를 적용해 투자를 집행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금리 상승시에는 기대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면서 "실제 분기별 자금 집행 규모를 살펴보면, 올 1분기에 비해 2분기에 집행 규모가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실제 노란우산공제회 등 기관들의 대출형 펀드 비중이 늘고 있다. 노란우산공제회의 이도윤 CIO(자산운용본부장)는 지난달 26일 머니투데이방송(MTN)과의 인터뷰에서 "대체자산은 프로젝트 펀드보다는 블라인드 펀드를, 지분투자보다는 대출투자를 중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란우산공제회는 국내 부동산 블라인드 펀드 운용사 선정 역시 지분형에 1000억원, 대출형에 3000억원을 각각 출자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기존 주요 금융플레이어들이 본 PF나 대체투자를 본격적으로 재개하기 전까지 대출형 펀드의 인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금리 상승으로 대출형 펀드 수익률이 지분투자 펀드 수익률에 맞먹는 현 PF시장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니 투자 타이밍이 중요하다"면서 "올해 내 자금을 모아 연내 또는 내년에 고수익 자산을 선별하는 게 최적 투자가 될 것"이라고 조심스레 예측했다.
다만 대출형 펀드를 사모 형태로 조성하려면 연기금, 공제회, 보험사, 대기업 자금 등 자금력을 갖춘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자금을 모아야 한다. 문제는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그간 해외 사모대출펀드에 익숙하지만, 국내의 부동산 블라인드 사모대출펀드에 출자한 경험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올 들어 PDF 투자에 관심을 보인 공무원연금과 과학기술인공제회 역시 해외 PDF 운용사 중심으로 위탁 운용사를 선정했다.
이처럼 기관투자자들의 국내 대출형 펀드 투자 재원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트랙레코드와 신용도를 갖춘 대형 운용사가 얼마나 발빠르게 대출형 펀드의 장점을 알리고 상품을 구성하느냐가 시장 확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