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 속 고공행진, '특상급 아파트'는 경기와 무관한가

건설·부동산 시장 침체가 '다가오는 태풍의 눈'처럼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는 가운데, 최근 서울 강남지역의 토지거래허가 해제와 재지정 등으로 시장은 급등락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 달여 간 토지거래허가제가 해제된 기간 동안, 이른바 ‘잠삼대청’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오르자, 이를 두고 특상급지 아파트 가격은 이제 더 이상 경기 국면과 별개로 움직이며, 여타 자산의 가격 동향과도 무관한 ‘그들만의 리그’라는 ‘자산시장 초양극화’ 현상이 자주 거론되고 있습니다.
특정 자산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문제는 선악의 문제가 아니므로, 이를 두고 옳고 그름을 논할 필요는 없습니다. 또한, 이 시기의 토지거래허가제를 둘러싼 당국의 결정을 두고 왈가왈부할 생각도 없습니다.
다만 경제 침체가 심화되는 현실에서 초양극화 상위 자산(이하 특상급 아파트)의 가격 괴리가 과연 타당한 논리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이 주장의 타당성을 국내의 잠재 수요층 추정을 통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논의의 현실성과 편의성을 감안해, 서울 지역 내 특상급 아파트는 서초·강남·송파 등 강남 3구에 위치한 60㎡ 이상 아파트 호수로 정의했습니다.
주택총조사(2023년)에 따르면 이 범주에 해당하는 아파트는 약 26만 3000호로 파악됐습니다. ‘60㎡면 20평이 채 안 되는데, 이를 특상급 아파트라 할 수 있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지만, 평수를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 초양극화 주택의 수량을 추정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였다는 점을 감안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26만3000호는 2023년 기준 국내 총가구수(2272만 가구)의 약 1.2%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그렇다면 상위 1.2%에 해당하는 특상급 아파트의 가격은 어느 정도일까요? 이를 확인하기 위한 실증적 방법으로 몇 가지 기준을 고려했습니다. 첫째, 해당 지역의 평균 거래가격(약 2300만 원/㎡; 부동산원 기준)을 참고했습니다. 둘째, 시장 평균보다 현격히 높은 가격, 이를테면 평당 2억 원에 달했던 반포나 압구정의 특정 단지를 기준으로 삼는 방법도 검토했습니다. 이와 같은 실증적 현상을 종합하여 본 고에서는 특상급 아파트 가격의 하한선을 30억 원으로 가정했습니다.
그렇다면 30억 원짜리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는 가구는 어느 정도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야 할까요? 2024년 기준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의 부동산 자산 보유율은 약 75.2%였습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30억 원 상당의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는 가구의 순자산은 약 39.8억 원 정도로 추정됩니다. 물론 아파트 가격 전액을 자산으로 부담하는 것은 아닐 수 있으므로, LTV 및 DSR 규제를 고려해 보수적으로 30%의 대출을 가정했을 때, 순자산 31억 원 정도의 가구가 이를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습니다.
이제 특상급 아파트의 잠재 수요층을 확인해보겠습니다. 31억 원의 순자산을 보유한 가구는 국내에 얼마나 있을까요?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순자산 10억 원 이상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약 10.9%, 즉 약 247만 가구로 파악됐습니다.
한편, 같은 조사에서 순자산 10분위(=상위 10%) 가구의 평균 순자산은 19.9억 원으로 나타났으며, 전체 평균은 4.49억 원, 중앙값은 2.4억 원이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순자산 분포를 추정하기 위해 자산분포 추정에 자주 활용되는 파래토 분포를 적용했고, 순자산 31억 원 이상을 보유한 가구 비중은 다음과 같이 추정했습니다.

이처럼 자산 분포의 특성상 부익부 현상을 반영해 파래토 분포로 추정한 결과, 31억 원 이상의 순자산을 보유한 국내 가구는 전체의 약 1.1%, 약 25만 가구로 추정됐습니다. 물론 이는 특정 통계 분포를 전제로 한 것이기에 실제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해외 자본이나 기업 자본의 잠재 수요를 포함하면 수요층은 더 확대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추정한 결과, 국내에서 30억 원 이상 특상급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는 가구는 약 1.1% 수준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이처럼 제한된 수요층이 형성한 시장이 과연 ‘그들만의 리그’일 수 있을까요? 이들이 여타 자산가격이나 경기에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영역을 형성할 수 있을까요?
자본주의는 특정 자산이 평균 또는 하위 자산과 격차를 보이는 현상을 선택과 역량의 결과로 간주해 왔습니다. 실제로 소득이 증가할수록 그 격차가 커지는 경향이 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격차 자체를 별도로 독립시켜 놓는 것을 자본주의가 허용한 적은 없었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경제활동은 인간의 감정처럼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고, 전체적인 경기 침체 시기에는 자산 간 격차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여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림2>는 부동산원에서 2006년 이후 집계한 아파트의 ㎡당 가격 추이입니다. 특상급 아파트가 위치한 서울 동남권 아파트 가격은 경제 성장과 함께 여타 지역과의 격차를 확대해왔지만, 중요한 점은 경기 침체기에는 하락폭도 커서 결과적으로 격차가 줄어드는 양상이 확인된다는 것입니다.

최근의 현상을 단순히 격차 확대의 결과로 보는 것을 넘어, 이것이 고착화되어 독립적인 영역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주장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이며, 역사적으로도 검증된 바 없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