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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개발사업 위기와 혁신을 위한 과제

김경희
김경희
- 7분 걸림 -
고층아파트 건설현장(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시공능력순위 16위인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태영건설에 자금을 공급한 금융사들과 시공에 참여한 많은 협력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앞으로 사업성을 확보하지 못한 PF프로젝트들은 힘든 처지에 놓일 것이며 사업성에 따라 옥석이 구분될 것이다.

이번 이벤트를 겪으면서 부동산 개발사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혁신이란 무엇일까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필자 나름대로 정의해보면  "프로젝트 부실화로 금융사, 건설사, 협력업체 등 생태계가 도미노처럼 무너져서는 안되는 개발사업 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PF사업장이 부도 또는 부실화되면 최종적으로 국민이 낸 세금을 투입해 지원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니, 이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개발사업을 혁신해야 하며 그 혁신을 이루기 위한 전제 조건은 다음과 같다.

우선 부동산 경기가 불황이어도 프로젝트 파이낸싱(PF)로 인해 전체 생태계가 도미노처럼 무너져선 안 된다는 것이다.  건설사의 PF 보증 채무로 인해 부도, 부실화되어 금융권이 연쇄적으로 부실화돼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경우도 없어야 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영역의 부실화 전이는 결국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것이다).

금융사의 과도한 이자는 부동산 가격을 상승시키므로 합리적인 금융조달 방식도 뒤따라야 한다.  금융의 과도한 차입을 유발하는  토지가의 고공 행진을 예방하는 방안도 사전 전제 조건이하다.  여러 개발사업을 보면 토지주가 향후 개발 후 이익을 예상해  토지 가격에 합산해서 토지를 파는 경우가 적지않은데 이런 사례가 토지가를 높이고 있다.

이들 전제 조건을 토대로 개발사업 혁신의 바람직한 방안을 제시해 본다.  

먼저 토지 매입단계에서 브릿지론을 억제해야 한다. 브릿지론은 보통 PF후순위를 헤지 방안으로 금융조달하고 있다. 개발사업의 주체(Project Owner)인 시행사가 자본금(Equity)을 총사업비의 ‘20%+α’ 정도를 충당해 사업 초기 단계에서  무리없이 수행되도록 하여야 한다.  

시행사는 GP(General Partner, 무한책임 파트너)로서 사업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 부족한 자본금은 개발사업과 연관된 다수의 투자자(LP, Limited Partners, 유한책임 파트너)로부터 출자를 받아야 하며, 시행사는 이들에게 적정한 인센티브(보상)를 제공해야 한다.

그래도 적정한 규모의 자본금이 부족하면 토지담보대출을 받아 초기 사업비를 충당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출자 받아 토지담보를 풀고 인허가를 취득하는 게 바람직하다. 각종 금융사들이 가져가는 여러 명목의 수수료를 개발사업에 참여하는 LP들에 주는 개념이 되는 것이다. 시행사가 자기 자본을 거의 내지 않고 개발사업을 하는 게 너무 리스크가 크니, 이에 대한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 같은 방식으로 개발사업이 이뤄질 경우 소형 디벨로퍼들은 개발사업에 LP로서 참여하는 사업기회가 많이 생길 수 있다.

중요한 포인트는 금융권의 브릿지론을 억제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행사가 브릿지론 없이 토지매입을 할 수 있다면, 토지 매입 단계가 장기화 됨으로써 토지 매입비가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걸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토지 매도자 입장에서 시간 경과에 따른 기회 탐색(토지비 상승 기대)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건설 공사비는 개발사업의 사업성과 시행사의 신용과 평판, 건물 준공 후 가치 등을 종합 평가해 '시공비 대출(Construction Loan)' 형태로 시행사가 금융권으로부터 차입한다. 시공비만 대출하면 총사업비의 50% 정도 될 것으로 본다.

건설사가 PF 채무 보증을 하지 않고 프로젝트 완성품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개발사업의 성패는 분양에 달려있으니, 시행사는 시장 상황을 봐가면서 선분양 또는 후분양을 할 수 있다.

금융사는 프로젝트 공사 진척 상황을 현장 실사하면서 시행사에게 기성불 대출을 하면 된다. 선분양이나 후분양이냐에 따라 시행사가 금융사에 대출 상환을 하는 시점상 차이가 있으니, 당연히 이자율은 달라질 수 있다.

개발사업은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이다. 이 것이 사업의 본질이다. 사업이 좌초될 경우 여러 사람들에게, 때로는 사업과 무관한 국가와 국민에게 큰 부담을 준다. 사업 방식을 혁신한다면 개발사업을 더욱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

그래야만 시행사들이 전문 프로젝트 관리기업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될 것이고, 금융사와 감독 또는 관리기관들도 프로젝트 매니지먼트(PM)를 요구할 것으로 판단한다. 또한, 개발사업 자금을 공급하는 금융권의 사업 평가 실력도 향상될 것이다. 대부분의 시행사는  '토지 확보(토지 완전 매입이 아닌, 토지사용 승낙이 대 부분)나 인허가, 분양'을 자신의 업무 역할이나 범위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제시한 방식대로 간다면 시행사의 업무 범위는 크게 확대된다. 한마디로 사업 주체인 시행사의 실력을 높이는 것이 혁신의 포인트다.

투자자를 모집하거나 금융조달을 하려면 사업성이 관건이기 때문에, 개발사업에서 제일 중요한 '개발사업 상품-시장 적합도(PMF, Product-Market Fit)'를 따지는 상품기획 업무에도 비중을 크게 둘 것이다. 또한 '신만 안다'는 분양성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임대 운영, 시설 관리 등의 업무로도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개발사업 PF로 인해 유명 건설사가 피해를 보고 워크아웃까지 가게 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개발사업에서 과도한 레버리지를 용납하는 현 사업방식에 대해 혁신이 시급하다. 더 이상 PF 부실화로 많은 건설사가 부도 또는 부실화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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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시장파이낸스

김경희

김경희 본태C&D 대표는 대림산업( DL이앤씨)에서 31년 동안 근무하고 임원으로 퇴임했습니다. 지금은 건설기업과 디벨로퍼를 서포트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중소건설기업 성장 매뉴얼'의 저자입니다. 사람이 중심되는 건축과 도시를 만들고자 합니다. 최근 디벨로퍼 입문자와 현직 디벨로퍼를 위한 기본서 `디벨로퍼101' 책을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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