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그래도 믿을 건 중도금대출...금리 낮춰 마케팅 재개

GS건설이 분양한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는 지난달 비교적 낮은 계약률을 기록했다. 청약홈 자료에 따르면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는 1631가구 일반 분양 물량 중 약 60%의 계약률을 보였다.  부진한 분양률에도 시중은행 2곳이   5% 중반 금리에 이 단지의 중도금 집단대출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는  70~80%대 분양률 이상 달성해야 중도금 지원에 나선 지난해 말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것이다. 양호한 분양률을  보이는 사업장에서는 5% 초반 금리의 중도금 대출도 가능하다고 A은행은 설명했다.

은행들이 그동안 걸어 잠궜던 중도금 대출 빗장을 다시 풀고 있다.  중도금처럼 대규모 자금을 취급할 수 있는 상품이 드문데다 중도금 외에 마땅한 대출처도 없기 때문이다.

은행 관계자는 "작년 11월 이후 높은 수신금리를 주고 자금을  선제적으로 확보했다"면서 "그런데 이들 자금으로 굴릴 마땅한 대출상품이 드물은 상황이라 운용 수익을 벌기 위해 중도금 대출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 가계대출이 억 단위의 소액 대출인데 비해 중도금은 대규모 집단 대출로 공급되는 것이 매력이다.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을 한꺼번에 취급할 수 있다. 이에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예대 마진률을 낮춰가며 경쟁적으로  낮은 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최근 은행들이 제시하는 5% 초,중반 금리는 작년 말이나  2금융권 금리에 비해 크게 낮은 것이다.

은행들은 작년말 까지만 해도 사업장별 대출 한도를 줄이고 최소 70% 이상의 분양계약률을 넘겨야 중도금 대출을 취급했다.  은행 심사부가 인정하는 건설사가 시공해야 하며 시공사 연대 입보도 필수적으로 요구했다. 자금 경색이 극심했던 지난해 10월  공공기관 보증서가 있어도 기준금리(코픽스 신잔액 3개월 또는 6개월)+ 가산금리 3.5%이상에서 책정한 바 있다.

은행에 비해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저축은행들은  중도금대출 금리 연 10%대를 받는다. OK저축은행, SBI저축은행, 모아저축은행 등이 신규 중도금 금리를 연 9~10% 이상으로 정했다.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 규제의 추가 완화를 검토하는 점도 은행들이 중도금 대출 공급을 확대하는 이유다.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가 소비자들의 주택구매 심리 개선을 가져올 수 있는데다 은행들이 정부 정책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다.

금융위원회는 부동산 시장 경색이 지속될 경우 대출 규제 추가 완화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계 부채 및 주택 시장 상황을 봐가며 대출 규제 추가 완화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새해 업무보고에서 제시한 추가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방안은 1주택자의 담보인정비율(LTV)을 더 확대하는 것이다. 아울러 2주택자의 대출 규제도 더 풀어서 규제 지역 내 LTV를 30%에서 40%, 임대 사업자는 규제 지역 내 LTV를 30%에서 50%까지 상향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