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경색완화에 공제회 등 기관투자자, 딜 검토 `기지개'
올 들어 양도성예금증서(CD)와 기업어음(CP) 등 단기금융시장의 금리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공제회 등을 중심으로 투자 대상 프로젝트를 다시 활발하게 검토하고 있다. 운용여력이 생긴 기관투자자들을 중심으로 프로젝트 소개서와 투자 제안서를 받고 있다. 다만 자금 배정을 받지 못한 일부 보험사들은 여전히 리스크 관리 모드에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초 이후 CD와 CP금리 하락세가 이어지는 등 단기금융시장 경색이 완화되고 있다. 지난 17일 기준 CD 91일물 금리는 3.52%, CP 91일물 금리는 4.13% 수준이다. CD 금리는 지난해 11월 24일부터 12월 16일까지 4%를 유지해왔다. CP금리 역시 지난해 12월 초 5.54%로 연고점을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지속했다.
부동산PF유동화시장의 경우 만기도래 물량의 차환 발행이 대부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작년 4분기와 올 초 13% 수준까지 치솟았던 롯데건설 신용보강 PF유동화증권 금리가 최근 8% 내외로 하락했다.
단기신용등급 A2급인 다올투자증권도 사모사채 인수 의무를 부담하면서 유동화증권 발행 업무를 재개했다. 다올투자증권은 지난 17일 바로자산운용의 사모부동산펀드 29호의 1종 수익증권을 기초 자산으로 전자단기사채(전단채) 70억원을 발행했다.
금리가 하향 조정되면서 농협,신협,새마을금고의 중앙회들은 투자 검토와 집행을 다시 늘리고 있다. 한 중앙회의 인프라금융본부 관계자는 "자산운용사나 증권사 등을 통해 국내외 투자 건 제안을 받고 있다"면서 "폐기물이나 인수금융, 해외 재간접펀드 등 투자수익이 다소 높은 대상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역단위 금고나 조합의 공동대출 관행이 원천 봉쇄되자 이들이 자금 운용을 중앙회에 위탁하면서 돈이 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는 단위 금고(조합) 1곳이 주간사(주선)역할을 하며 다른 단위 금고(조합)를 모아 공동 대출형태로 부동산PF를 취급했으나 금감원이 위험도가 높다며 이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이 투자를 재개하면서 대형 프로젝트의 자금 조달도 속속 성사되고 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은 대전하수처리장 시설현대화 민간투자사업(BTO a·손익공유형)의 금융주선을 성공리에 마치고 20일 1조2400억원 규모의 금융약정을 체결한다. 재무투자자 및 대주단에는 주선기관 외에 한화생명보험, KDB인프라자산운용 등 10개 금융사가 참여했다.
브룩필드자산운용이 최근 인천 원창동 물류센터의 리파이낸싱(담보대출)을 진행한 결과 모집액 5670억원을 초과해 오버 부킹(청약 초과)됐다. 예비 대주단은 각사별 승인액을 심사하거나 심사를 마쳤는데 모집액을 무난히 넘길 것이란 전망이다. 이로써 빠르면 오는 21일 딜 클로징(금융 약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리파이낸싱 공동 주간사는 산업은행과 유진투자증권이다. 대주단에는 앵커자금 1000억원을 투입한 산은을 비롯해 하나은행 DB손해보험 등 은행과 보험사들이 참여했다. 예비 대주단 관계자는 "브룩필드라는 우량한 차주가 자금모집을 진행하고 금리 역시 비교적 높아 연초에 실적을 채우기 위한 금융사의 수요가 몰렸다"고 말했다.
다만 투자 훈풍이 기관투자자 전체에 퍼진 것은 아니다. 개인 회원 대출을 늘렸던 행정공제회나 대체투자에 자금배정을 받지 못한 일부 보험사들은 여전히 리스크 관리 강화로 운신의 폭이 좁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