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해상풍력 발전시장의 빛과 그림자
올 들어 해상풍력발전 시장은 프로젝트 개발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지정학적 위험과 인플레이션으로 공급망이 취약해지고, 이에 따라 기자재 가격과 금리가 상승해 자본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네덜란드 라보뱅크(Rabobank)는 유럽의 해상풍력산업이 비효율적인 프로젝트 허가 절차, 기자재 및 물류비용 증가, 기자재 수입 의존, 공급망 병목현상, 대형 터빈에 대한 수요 증가, 중국과의 가격 경쟁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러한 시장의 부정적 상황으로 개발회사는 최종투자결정(FID: final investment decision)을 주저하고, 소요자금 조달도 지연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계약을 취소하거나 포기하는 사례도 있고, 정부에 조건 재협상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특히 대만 해상풍력발전 시장은 “세계 최초의 해상풍력발전사업 버블(the world's first offshore wind bubble)”이라 불릴 만큼 사업실행 지연과 불확실성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 7월 바텐폴(Vattenfall, 스웨덴)은 영국 북해에 위치한 노퍽 보레아스(Norfolk Boreas) 해상풍력발전사업의 추진을 중단했습니다. 터빈 등 기자재 가격 및 인건비 인상, 차입금 이자 부담 증가 등으로 건설비가 약 40% 이상 급증해 정부가 추가 인센티브를 부여하지 않으면 더 이상 프로젝트 실행이 불가능하다고 발표했습니다. 다른 프로젝트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참고로 1.4GW 규모의 노퍽 보레아스 해상풍력발전사업은 지난해 영국 경매에서 차액계약(CfD)을 따내 최저가격(2012년 기준 ₤37.35/Mwh, 현재 기준 ₤45/Mwh)을 보장받았습니다. 지난 8월에 실시된 제5차 영국 해상풍력발전사업 CfD(Contract for Difference) 경매는 입찰자가 없어 무산됐습니다. 경매 최대 가격이 그간 급증한 투자비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동부 해안에서 해상풍력발전사업을 개발 중인 오스테드(Ørsted, 덴마크) 역시 3건 프로젝트에서 23억 달러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주요 원인으로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공급망 붕괴, 기자재 가격 상승, 투자세액공제(ITC) 보조금 확보 어려움, 그리고 금리 인상 등이 꼽혔습니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에서 가장 앞서가는 대만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대만은 올해 상반기까지 포모사1 1단계(8MW) 등 시범사업 2건, 포모사1 2단계(120MW) 등 대규모 단지 2곳(총 90기 613.2MW)을 최종 완공해 가동 중이며, 수십 건의 대형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한국 일본, 호주 및 동남아에 비해 3~5년 정도 앞서 있어 "해상풍력 에너지 허브" 역할도 기대됐습니다.
하지만 최근 “세계 최초의 해상풍력발전사업 거품”이라 불릴 만큼 사업 지연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쟁점 사항 대부분은 일반적으로 해상풍력발전사업에서 나타나는 것이지만 대만에서 더 크게 드러나고 있는 문제점도 없지 않습니다.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업은 640MW급 윈린(Yunlin) 해상풍력(OWF) 프로젝트입니다. 윈린 프로젝트는 2019년 유럽 수출신용기관(ECA)인 Atradius, Euler Hermes, EKF 등과 15개 국제 상업은행을 중심으로 금융종결(financial close)을 달성하였습니다. 2021년 완공이 목표였던 이 프로젝트는 코로나19 영향을 시작으로 기술적 문제, 공급망 문제, 현지화 정책 문제 등 해상풍력발전사업에서 우려되는 여러 위험을 복합적으로 부닥쳤습니다.
그 결과 당초 총사업비가 30억 유로 정도였으나, 17억 유로 이상의 초과 비용이 발생하고 기존 차입금의 인출이 중단돼 공사 진행에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최종 완공은 앞으로도 1~2년 더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 Yunlin 프로젝트 사업주 구성 ]
Starwind Offshore (일본 기업 컨소시엄) 27%
Skyborn Renewables (대만) 25%
Electricity Generating (EGCO) (태국) 25%
TotalEnergies (프랑스) 23%
다행히 지난 8월 말 오랜 협상 끝에 초과 비용을 조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사업주가 12억유로를 투입하고, 5억유로는 차입 형태로 조달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차입금은 기존 차입금보다 우선순위가 높은 ‘슈퍼 시니어 론 트랜치’입니다. 사업주가 초과 비용의 70% 이상을 부담한 것입니다. 기존 차입금은 재구조화해 만기를 2037년 5월에서 2044년 12월로 연장했습니다.
오스테드가 추진하는 920MW 급 창화(Greater Changhua) 2b & 4 해상풍력(OWF) 프로젝트도 2020년 7월 TSMC와 CPPA(기업전력구매계약)를 체결하는 등 각광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시장 상황이 악화돼 오랜 진통 끝에 2023년 3월 겨우 FID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아직 PF 자금조달에는 성공하지 못하고 자기자금과 사업주가 지급보증한 기업금융으로 비용을 충당하고 있습니다.
노스랜드 파워(Northland Power)가 사업주인 1044MW 급 하이롱(Hai Long)OWF 프로젝트는 50억달러 규모의 PF 차입금 조달을 추진해 2022년 말에 금융클로징을 완료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나빠져 상업금융이 위축되고 현지 금융자문사가 탈퇴하는 등의 영향으로 상업금융 규모 및 금융 조건 확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당초 계획보다 ECA의 수출금융 비중을 더 늘리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 Hai Long 프로젝트 사업주 구성 ]
Northland Power (캐나다) 30.6%
Gentari (말레이시아) 29.4%
Yushan Energy (대만) 20%
Mitsui & Co. (일본) 20%
윈린(Yunlin) OWF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나타난 대만 해상풍력발전 시장의 문제점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대만 금융시장의 취약성입니다. 종넹(Zong Neng) OWF 프로젝트에서는 대만 금융기관이 주도했으나, Yunlin OWF 프로젝트의 영향으로 현지 금융과 국제 상업금융이 움츠려들었습니다. 따라서 ECA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둘째, 대만은 대규모 해상풍력발전 공사를 추진할 대규모 EPC건설기업이 없습니다. 주요 기자재를 제작·공급할 전문 기업도 부족해 기자재 적기 공급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셋째, 대만은 FiT 보조금 대가로 기자재 현지화 정책(최소 현지화 비율 60%)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외국 전문 기업이 현지에 기자재 제작 및 조립 공장을 설립해 이를 충족하고 있으나, 아직 현지 공급망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소위 에너지 정책과 산업 정책이 충돌하는 현상입니다.
넷째,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의 투자비용은 증가하고 있으나, FiT 보조금 수준은 점차 감소하고 있어 신규 사업의 경제성이 불투명해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환경 관련 인허가가 까다로워지고, 주민과의 협상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어민단체가 외국 개발사에 요구하는 보상 수준(공동체 기금(co-prosperity funds) 설립 등)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사업 포기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승인된 프로젝트 대부분의 공사가 원활히 진행되고 있으며, 2023년 5월 376MW 포모사(Formosa)2 OWF 프로젝트가 최종 완공됐을 뿐 아니라 그동안 어려움을 겪었던 Yunlin OWF 프로젝트는 재구조화와 초과비용 조달에 성공하는 등 대만 해상풍력발전 시장에 긍정적인 분위기도 보입니다. 또한 대만의 FiT 보조금은 유럽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다국적 사업 개발사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시장입니다.
하지만 대만 시장의 부정적 상황으로 지난해 12월 경매(3 Round 1차)에서 낙찰된 7건 프로젝트 중 2건만 계약이 체결됐습니다. 기한 연장을 요구하거나 포기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만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 등에서도 해상풍력발전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사업 경제성이 떨어지고 금융 적합성(bankability)이 부족해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대표적인 ESG 금융이라 해도 상업금융이 수용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 불확실성을 뛰어넘어 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각국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재정 지원과 MDB와 ECA의 지속적인 금융 지원이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