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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력제어 시대, 재생에너지 밸류 평가의 새 기준

김승희
김승희
- 8분 걸림 -
게티이미지뱅크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확대됨에 따라 함께 커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출력제어(Curtailment)’입니다. 출력제어란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계통운영자(System Operator)가 특정 발전원의 출력을 인위적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말합니다.

이러한 출력제어는 특히 재생에너지 발전소에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한국 전력시장 구조상, 원자력·석탄·LNG 발전소 등은 전력시장에 입찰하여 전력생산 권한을 부여받는 중앙급전 발전소로 분류되며, 이들이 출력제어를 당할 경우 일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반면,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전력시장에 입찰하지 않고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구조이지만, 출력제어를 당하더라도 별도의 보상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차이로 인해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출력제어를 당할 경우, 이익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출력제어율만큼 단순히 이익이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매출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발전소 운영에 필요한 비용은 출력제어 여부와 무관하게 고정되어 있는 반면, 전력 판매 수익이 줄어들게 되므로 실제 이익 감소 폭은 출력제어율보다 훨씬 커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매출이 100만 원, 비용이 80만 원일 경우 이익은 20만 원입니다. 여기서 5%의 출력제어가 발생하면 매출은 95만 원으로 줄어들고, 비용은 그대로이므로 이익은 15만 원이 됩니다. 이 경우 이익은 25%나 감소하게 되는 셈입니다. 결국 출력제어율보다 훨씬 큰 폭으로 이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출력제어는 사업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출력제어의 영향은 특히 태양광 발전소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출력제어가 발생하는 시간대가 태양광 발전량이 가장 많은 정오~오후 시간대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전력거래소가 발표한 2025년 6월 4일 육지 출력제어 안내문을 보면, 출력제어가 12시부터 15시 사이에 집중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체 재생에너지의 출력제어율이 5%라고 하더라도, 태양광 발전소의 손실은 이보다 더 클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고정된 비용이 그대로 발생한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태양광 발전소의 이익 감소율은 매우 클 가능성이 있습니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나 관련 투자사 입장에서 보면, 출력제어로 인한 손실을 발전소 유지보수(O&M) 회사에 전가하기도 어렵습니다. 출력제어는 사실상 정부에 해당하는 계통운영자가 시행하는 조치이며, 사업자가 통제할 수 없는 계통 문제에 해당하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통상적으로 불가항력(Force Majeure)으로 간주됩니다. 따라서 출력제어로 인한 발전량 감소나 발전시간 단축을 O&M 회사에 책임지게 하기도 어렵습니다. 결국 출력제어 리스크는 사업자와 투자사가 직접 부담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정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38년까지 출력제어율을 5%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BESS 도입을 비롯한 다양한 계통 안정화 대책을 마련하더라도 일정 수준의 출력제어는 불가피하다는 점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입니다. 재생에너지 사업의 프로젝트 기간이 20년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 출력제어는 일시적인 운영 리스크가 아니라 프로젝트 초기 밸류에이션(Valuation) 단계에서부터 반영돼야 할 고정 요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다만 출력제어율을 단순히 5%로 가정하여 밸류에이션에 반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출력제어는 발생 원인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뉘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시장 출력제어(Market Curtailment, 경제적 출력제어)이며, 다른 하나는 기술적 출력제어(Technical Curtailment)입니다.

시장 출력제어는 전력 수요가 줄어들면서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전국적으로 전력 소비가 감소하면, 계통운영자가 모든 발전소의 출력을 줄이도록 조치하게 되며, 전국 단위의 출력제어로 발생합니다. 반면 기술적 출력제어는 특정 지역이나 설비에 국한됩니다. 특정 송전선로나 변전소가 포화 상태에 이를 경우, 계통운영자가 해당 계통에 연결된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출력을 제한하게 됩니다. 이 경우는 지역적·기술적 한계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므로, 특정 발전소에만 영향을 미치는 국지적인 조치입니다.

기술적 출력제어는 발전소의 위치, 계통 연계 방식, 주변 계통 인프라의 수용능력 등에 따라 발생 가능성이 달라집니다. 따라서 출력제어율 5%를 모든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일률적으로 적용해 밸류에이션에 반영하는 것은 현실성이 없습니다. 프로젝트별 상황에 맞춰 계통 분석을 진행하고, 실제 출력제어 가능성을 면밀히 평가한 뒤에 그 결과를 밸류에이션에 반영해야 합니다.

출력제어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이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그럼에도 단순한 가정치로 다루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금융권을 중심으로 출력제어를 밸류에이션에 반영하라는 요구는 점차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출력제어에 따른 이익 감소 상황에서도 부채상환비율(DSCR)을 충족할 수 있을지, 내부수익률(IRR)이 적정 수준을 확보할 수 있을지를 판단하기 위해서입니다. 금융기관은 이 같은 판단을 토대로 대출 또는 투자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에, 출력제어는 점점 더 밸류에이션에 반영되어야 하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제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출력제어 시대’에 진입했습니다. 출력제어를 일시적이고 예외적인 리스크로 간주하던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이제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은 출력제어를 체계적으로 밸류에이션에 반영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해야 하며, 각 프로젝트별 특성에 맞는 정밀한 출력제어 분석이 재생에너지 투자와 금융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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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희

김승희는 현재 KEI컨설팅에서 재생에너지 정책 및 기업의 전력·RE100 조달 전략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SK E&S에서 기업의 RE100/PPA 이행을 위한 재생에너지 조달 및 판매를 담당했습니다. 국내 RE100 전문 서적인 'Road to RE100'의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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