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지체상금 활용한 책임준공 PF성사, DL이앤씨와 하나증권 합작품
채무인수 조건의 책임준공 확약 없이 공사 지체상금만을 채권 보전책으로 하는 PF금융이 선보인데는 DL이앤씨의 일관된 수주 원칙과 하나증권의 금융 아이디어가 접목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충남 천안시 서북구 업성동 일대에서 천안성성호수공원 공동주택 신축사업을 시행하는 숲이랑코퍼레이션은 지난 11일 1850억원 한도의 PF대출을 실행받았다. 이번 개발사업의 최대 특징은 시공사 책임준공 확약(미이행시 대출채무 인수) 없이 공사 지체상금을 활용, 최대 26개월의 준공 지연시 이자지급 재원을 확보하는 PF구조라는 점이다. DL이앤씨는 책임준공 기한까지 준공하지 못하면 공사 지체상금을 납부하고 이는 대주인 하나증권에 최우선 배분된다.
DL이앤씨, "채무인수 조건 책준 확약 수주 안한다" 고수
시공능력순위 5위인 DL이앤씨 경영진은 책임준공 확약(미이행시 채무인수) PF사업에 대해 시공사로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결정을 내린 바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친 후 2010년대 초반부터 현대건설 GS건설 등 대형 시공사들은 PF대주단에 '책임준공 미이행시 중첩적, 병존적 채무인수 의무를 부담하는 조건'의 책임준공 확약(채무인수 조건의 책임준공확약)을 제공하면서 시공권을 확보했다. 이에 대주단은 시공 참여를 위한 채무인수 조건 책임준공확약서를 요구해왔다.
다른 건설사와 달리 DL이앤씨는 채무인수 조건의 책임준공확약이 아닌 책임준공 미이행 시 대주의 손해를 배상(원리금 손해 배상)하는 조건의 책임준공확약을 제공하는 것을 고수해 왔다. 이른 바 'DL형 책준 확약 구조'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채무인수 조건의 책임준공 확약이 조건부 채무인수 확약이나 다름없는 리스크가 있다고 보고 PF대주단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책임준공 확약 놓고 곳곳 다툼으로 번져
2016년부터 금융지주 계열 부동산신탁사들이 '신탁형 책임준공 확약 구조(책임준공형 관리형토지신탁)'를 출시해 널리 퍼졌는데 최근 골칫거리로 변했다. 도입 초기 신탁사 책임준공 확약은 부동산 PF시장 내에서 책준 확약 관련 PF 여신한도를 크게 늘리는 계기가 됐다. 시공사가 부담하던 책임준공 의무를 신탁사가 부담해 신용도가 낮은 시공사가 참여하는 사업도 PF대출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2년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 이후 공사기간 지연이 잦아지면서 신탁형 책준 확약을 제공한 신탁사들이 책임준공 확약을 제때 이행하지 못했음에도 대주 손해를 변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는 책임준공 미이행 시의 대주의 손해 범위를 놓고 대주와 신탁사간 이견이 크기 때문이다. 손해 범위에 대해 신탁사는 준공기일로부터 실제 준공까지의 연체이자라고 주장하는 반면, 대주는 원리금 전액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의견 조율이 쉽지 않다.
이에 신탁사와 대주간 수십건의 소송 전이 벌어지고 있는데 최종 확정 판결까지는 약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신한자산신탁의 인천 원창동 물류센터 관련 책준 확약 관련 첫 소송이 발생했다"면서 "계약서상 손해액을 PF대출원리금이라고 명기했는데 이를 무효화하고 신탁사 책임을 실제 손해액으로 한정할지 아니면 계약 내용대로 PF대출원리금 전체로 볼 것인지가 소송 쟁점"이라고 말했다.
채무인수 조건 책임준공 확약을 제공한 시공사들도 법적 다툼의 한 가운데 있다. 약 4년 전 채무인수 조건의 책임준공 확약을 제공하고 A사업장 시공사로 참여한 SM우방은 책임준공 기한을 2개월 가량 지연했다. 이에 대주로부터 채무인수에 따른 채무변제 의무이행을 독촉받자 PF대주를 상대로 중첩적, 병존적 채무인수를 거부하는 내용의 가처분 소송을 진행했다.
그러나 원고 패소로 11월경 채무인수 의무 이행을 위한 PF대출원리금 전액 대위변제를 계획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공사 입장에서 DL형(미이행시 손해배상형) 책준 확약 구조에 비해 채무인수 조건의 책임준공 확약이 많은 리스크를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
건설업계, 채무인수 조건 책준확약 기피 시도
약 10여년간 PF시장을 지배했던 채무인수 조건 책임준공 확약도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PF사업 시공 참여 시 채무인수 조건의 책임준공 확약을 제공해 오던 현대건설 및 현대엔지니어링은 기존의 채무인수 조건의 책임준공 확약 대신에 손해배상 조건부 책준 확약 구조 아래에서만 PF사업 시공사로 참여하도록 사내 수주 가이드 라인을 손질하고 있다. DL이앤씨가 처음부터 고수한 손해배상형 책준 확약 구조가 시공사 측면에서 위험 부담이 적은 구조임이 입증되는 사례임을 방증한다.
DL이앤씨는 이번 천안성성호수공원 주택개발사업 시공 참여를 기점으로 앞으로는 채무인수 조건이 없는 책임준공 PF사업에만 시공 참여를 검토하는 것으로 내부 규정을 변경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책임준공 의무 이행에 대한 시공사의 공포가 크고 건설사 도산과 부동산 PF시장의 경색 원인이 되고 있다"면서 "이런 가운데 공사 지체상금을 활용해 준공지연 동안 이자지급 재원으로 하는 채권보전책은 파격적이지만 한편으로 시의적절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지체상금을 활용한 이자 재원 확보 PF사업에 사모사채 인수를 확약하며 금융주간사이자 대주로 참여한 하나증권도 PF금융 진화의 수훈감으로 볼 수 있다. 하나증권은 DL이앤씨의 채무인수 조건부 책임준공확약 없이 오직 공사 지체상금을 최우선 배분받는 조건 만으로 준공 지연시에도 대출 이자에 대한 채권보전이 가능하도록 구조화했다. 지체상금은 전체 공사 도급계약액에다 지체일수와 요율(0.1%)을 반영해 산정한다.
금융 전문가들은 이번 책임준공 미이행시 공사 지체상금 지급 조건 개발사업이 향후 PF금융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