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시공사' 주의보 내린 부동산신탁사
자금경색이나 운영자금 부족 등 자금난을 겪는 중소 시공사가 늘면서 책임준공 확약(책준확약)을 해준 부동산신탁사에도 비상이 걸렸다. 중소 시공사가 기한 내 건물 준공을 이행하하지 못할 경우 신탁사가 대체시공사를 선정해 준공하거나 대주에 손해배상 등의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27일 신탁업계에 따르면 A시공사는 최근 오피스텔 건설 공사를 마무리하고도 준공필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자금경색으로 20억원에 이르는 산재고용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했는데 이 사유로 인해 주무관청이 준공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책준신탁을 한 부동산신탁사가 A시공사에 보험료 납부용 자금을 한시적으로 빌려주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분양계약자들이 준공 이후에도 입주를 하지 못해 이탈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B시공사 역시 최근 책준확약 사업장의 공사를 중단했다. 공사비 상승에다 금리 급등으로 이자비용이 증가하자 자금 부족을 겪고 있어서다. 책준신탁을 제공한 신탁사 관계자는 "대체시공사를 구해 추가 공사를 이어갈지, 아니면 신탁계정대를 투입해 기존 시공사가 공사를 이행할지를 놓고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사 중단이나 지연된 사고 사업장이 눈에 띄게 늘면서 대주와 약정으로 정한 기한 내 미준공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대한건설협회가 지난 3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시멘트·레미콘 수급불안으로 공사중단 또는 지연된 현장이 조사 대상 154곳 중 98곳(63.6%)에 달했다.
신탁사들은 자금경색이나 운용자금 부족을 겪는 건설사 리스트를 공유하는 등 부실시공사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신탁사가 공유하는 부실 우려 중소 시공사는 전국에서 1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사 부실로 신탁사의 책준의무 이행이 필요한 경우 부족한 사업비 조달을 위해 신탁계정대여금을 투입하거나 타절(공사 중단)이후 대체 시공사를 확보해야 한다. 시공사 교체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므로 신속한 교체를 위해 신탁사들은 협력 시공사 풀(POOL) 모집을 받고 있다.
문제는 하반기로 갈수록 중소 시공사의 경영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란 데 있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투자의 경우 상반기에 1.8% 증가해 양호하지만, 하반기에 0.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연말로 갈수록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하반기에 완공공사가 증가하면서 건축투자는 점차 감소할 것이며, 토목투자도 정부 투자 위축으로 전반적인부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수주 침체는 향후 건설투자 위축을 예고하며, 이는 곧 지역 건설사에 심각한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건산연이 1~4월까지 누적 수주를 지역별로 살핀 결과 대구, 세종, 경북, 경남, 인천 등의 경우 건설수주가 전년 대비 60% 이상 감소해 침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분양 적체와 시공사 부실의 잠재 리스크 확대가 우려되자 신탁사들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사업장 별 현황 및 관리계획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점검하고 필요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부동산신탁사 관계자는 " 사업장 부실이 2개 이상 동시에 발생하는 상황에 대비해 투입이 예상되는 유동성 규모를 산정해 사전에 준비할 필요가 있다"면서 " 우발상황이 현실화되는 경우에는 자금조달이 한층 어려워질 수 있어 당분간은 추가 조달비용이나 유휴 자금이 발생해도 충분한 유동성을 사전적으로 확보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