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시공, 규제 강화가 능사 아냐...'검사시스템·기능공 확보' 로 풀어야
지하주차장 무량판구조의 부실 설계와 부실 시공 문제가 큰 사회적 이슈화되고 있습니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건설 분야에서 사회적으로 큰 부실시공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설계, 시공, 감리 등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쪽으로 정부 대책이 마련됐습니다.
현재 우리 건설 규제 총량이 부족하거나 제도가 엉망인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어느 나라보다도 건설 관련 규제와 제도가 많으면 많았지 적지 않습니다. 건설 관련 제도를 더 만드는 것에 비해 잘 지키는 게 중요합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대충하고 넘겨버리면 소용이 없으니까요.
건설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제도만 강화하고 규제를 담은 문서의 페이지 수만 늘리는 것이 진정 효과가 있을까요?
제도와 규제가 너무 많으면 과유불급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현실에 안 맞는 제도와 규정은 고쳐야 합니다만, 규제를 강화하기에 앞서 건설 관련 '관리의 품질', 제도가 잘 작동되는지의 '작동 품질' 시스템을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영국이 과거에 `리씽크(Rethink)운동'으로 건설 문화를 혁신하고 건설산업을 업그레이드했습니다. 이를 참고삼아 레고의 블록 맞추듯이 건설업의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체계적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과거 미육군공병단(USACE) 프로젝트의 수해 경험을 회고해 보면, 건설 프로젝트에서 확실하게 품질을 챙기는 데는 "3단계 검사방식(3Phase inspection)"이 있습니다. 시공하기에 앞서 작업의 준비 여부를 확인하는 1단계 프리페러토리(Preparatory Phase)인스펙션이 있고, 시공 직전에 시공이 올바르게 시작되도록 하는 2단계 이니셜(Initial Phase) 인스펙션을 진행합니다.
시공이 품질 기준에 맞게 되는지 확인하는 3단계 팔로우업(Follow-up) 인스펙션이 있습니다. 그들은 이 3단계 인스펙션 시스템으로 품질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과다하게 포장된 보여주기식 요식 행위가 없습니다.
이렇듯 건설 프로젝트는 현장에서 상품을 만드는 것이므로 검사(인스펙션)가 핵심 역할을 차지합니다. 인스펙션을 좀 더 구체적 들여다 보면 두 종류의 검사 포인트가 있습니다.
위트니스 포인트(Witness Point)와 홀드 포인트(Hold Point)입니다. 위트니스 포인트는 건설 공정 중 인스펙터의 입회 검사를 받도록 정한 작업으로서 인스펙터가 작업에 입회해 검사를 하는 검사점입니다.
홀드 포인트는 건설 공정 중 인스펙터가 반드시 작업을 검사해야 하는 공정상 매우 중요한 검사점을 말하고요. 인스펙터의 확인이나 인스펙션 면제에 대해 서면 동의가 없이는 다음 공정으로 진행할 수 없습니다. 이 2가지 종류의 검사점만 건설 공정마다 제대로 설정해놓고 확인하면 당초에 기대했던 품질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건설 프로젝트를 직접 만들어가는 기능공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도 개선해야 할 과제입니다. 제가 수행했던 미 육군 공병대(USACE) 프로젝트에는 미국 전문 건설업체도 참여했었습니다. 우리나라 기능공들은 일당으로 임금을 받지만 미국 전문건설업체에 속한 기능공들은 시급으로 임금을 받습니다. 그만큼 미 숙련공들은 자기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장인정신을 갖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건설현장에서 숙련공이 부족한 게 큰 문제입니다. 기능공의 숙련도에 따라서 고기능자와 단순 작업자의 임금을 차별화해 시급으로 지급한다면 숙련공을 육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건설 관련한 이슈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는 마인드 각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접근법이 필요합니다. 건설 품질을 잘 확보할 수 있는 검사시스템을 마련하는 한편 사회적으로 3D업종 및 부정적으로 낙인찍힌 탓에 젊은 인재가 건설업에 유입되지 않는 것에 대한 대책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