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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속 시행과 PF #2. 신용을 보는 관점들

낭만디벨로퍼 김영철
낭만디벨로퍼 김영철
- 24분 걸림 -
게티이미지뱅크

어떤 일을 하든 원리와 관행을 동시에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텐데, 우리 업계는 이와 함께 최신 동향을 파악하는 것을 필수적으로 요구합니다.  ​

부동산개발 프로젝트금융(PF)의 경우 기초자산과 현금흐름, 신용보강이라는 3요소가 갖춰졌을 때 비로소 실행됩니다. 즉 "미확정 담보물"인 지어지지 않은 건축물을 기초자산으로 하고, 분양 수입, 준공 후 담보대출, 자산 일괄 매각 대금 등 미래 현금흐름을 상환 재원으로 하며, 여러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시공사의 책임준공 확약 및(또는) 부동산신탁사의 책임준공 신탁(확약), 지어질 자산에 대한 선매입 확약 등으로 신용을 보강해 PF가 실행되는 것입니다. 이런 내용들이 "원리"에 해당할 것입니다.

​학생의 "공부(study)"와 프로 직업인의 "일(work)"을 가르는 차이점은 여러가지 있겠으나, 그 중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원리를 넘어 관행을 이해하고 체화할 필요가 있는지일 것입니다.

프로 직업인은 일의 원리와 프로세스를 이해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을 되게("getting things done") 만드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원리가 실제 세계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배우고 체득해 적용해 나갑니다. 그리고 관행은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라, 한 번 관행에 적응하고 나면 어렵지 않게 익힌 것을 되풀이해 나가며 일을 처리해 나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불황이 닥치기 전 시장에서는, 자체 책임준공 확약을 주요 대주가 인정하는 1군 시공사가 결합될 정도의 규모가 아닌 중소형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할 경우, (1)1군 건설사를 섭외할 정도의 규모가 아님을 확인한 후, (2)신탁사들이 "읽을 수 있는" 적절한 1.5군~2군 시공사를 섭외해, (3) 신탁사의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 상품을 덧대어 신용을 보강하는 것으로 PF를 진행하면 됐습니다. 이런 것이 바로 "관행"입니다.

​문제는 지금처럼 불황이라는 특수 상황이 도래해 이전의 관행이 쓸모없어지거나 무력해지는 경우입니다. 실제로 현 시장에서 신탁사 책임준공 신탁의 힘이 상당히 약해졌습니다. 이렇듯 관행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원래 중요하지만) 더욱 주목해야 하는 것이 "최신 동향"입니다.

​최신 동향은 크게 두 가지 범주로 나눠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나는, "후순위 플레이어 중 지금 북을 쓸 수 있는 곳에는 A사, B사 정도가 있고, 각각 30~50억, ~100억까지 쓸 수 있다고 하더라", "최근 C신탁사는 계정대를 중순위로도 투입하고, 건설 기간 동안에도 선순위로 투입된 토지비 상환 재원을 적립할 수 있다고 하더라" 등, 이제까지의 관행 "안에서" - 즉 기존의 패러다임 내에서 일어나는 최신의 변화들을 추적하는 것입니다. 지금과 같이 터프한 시기에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선 이런 최신 정보들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둘째는, 이제까지의 관행 밖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예의 주시하는 것입니다. 점점 효력이 약해지는 신탁사 책임준공 상품을 대체하고 보완하기 위해 대두한 건설공제조합 책임준공보증 상품이라든지, 최근 모 1군 건설사가 책임준공 보증을 제공하고 동시에 PM(Project Management)를 담당하는 사례가 등장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불황과 같은 "변곡점"에서 특히 중요합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하고, 그 패러다임을 확증하는 사례들이 차곡차곡 쌓여, 결국 "새로운 관행"이 널리 받아들여지고 통용될 때까지는 많은 변화들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합니다.

​우리 업계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사실 기초자산, 현금흐름, 신용보강이라는 용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런 용어들은 회의에서 언급될 일도 없습니다.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여러모로 중요하지만, 한 번 이해하고 체득하고 나면 일을 할 때마다 그 원리를 상기하고 곱씹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 마치 우리가 자전거를 한 번 탈 줄 알면 이후에는 타는 방법을 생각하지 않고 자연스레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되며,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도출되는 원리를 한 번 이해하고 나면 그 이후로는 정리 유도 방법을 상기하지 않고 바로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하지만 많은 변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도대체 기준이 무엇인지조차 감을 잡기 어려운 시장이 펼쳐지면,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다시 원리를 되찾아보게 됩니다.

​"필수사업비"라는 용어를 먼저 생각해 보겠습니다.

​우리 업계에서 관행적으로 통용되는 필수사업비라는 용어는 상당히 교묘하고(tricky) 엉큼한(sneaky) 용어입니다. 언뜻 보기에 "부동산 개발 사업을 완성시키기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비용"이라고 생각되기 쉬우나, 잘 생각해보면 별로 그렇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시행사업에 필요한 "비용"들을 자기자본, 조달금액, 유보금액(분양불·정산불)으로 나눕니다. 자기자본은 말 그대로 개발 사업의 주체인 시행사가 투입한 자금이고, 이를 제외한 나머지 비용들이 조달금액과 유보금액으로 나뉩니다. 조달금액은 PF 금융을 통해 조달하고 "확보"하는 금원이며, 유보금액으로 분류된 비용들은 분양수입 대금을 통해 인입되고 이를 활용해 비용을 지불합니다.

​사실 프로젝트를 "완결"한다는 기준으로 본다면 - 그리고 시행 사업의 완결이란 다름 아닌 분양 완료와 정산이 이뤄지는 것을 뜻한다는 것을 상기해 본다면, 유보된 금원 항목 또한 "필수"가 아닌 비용이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통상" PF 조달금액을 필수사업비와 거의 일치시키며, 전체 사업비용에서 자기자본과 유보금액을 제한 나머지를 "필수사업비"라 부릅니다.

우리 업계에서 칭하는 필수사업비는 다름 아닌 준공을 위한 최소 필요 비용으로 읽힙니다. 분양불 사업이 아닌 보통의 시행 사업에서는 도급공사비 총액의 10~15% 정도를 유보하는데(즉 분양 대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정하는데), 시공사의 통상적인 프로젝트 이익률을 고려하면, 이 정도를 유보하더라도, 즉 85~90% 정도만 확보해 지급하면 준공을 달성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는 것입니다.

​시행 사업에서 준공은 절대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그도 그럴 것이, 준공이 되기만 하면 미확정 담보물이 확정 담보물로 탈바꿈하고, 그렇게 되면 미분양 담보대출 등 다양한 방법으로 투입 대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생기게 됩니다. 그렇지만 여하한 이유로 준공이 되지 않는다면 취할 수 있는 해결 방안의 수가 극도로 제한적입니다. 필수사업비가 준공을 기준으로 계산되는 관행이 굳어진 것도 이해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필수사업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고, 필수사업비로 산정된 금원을 PF를 통해 "확보"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호황기의 관행 중에서도 이 "관행"에서 한 발 빗겨난 형태의 PF가 존재했습니다. (1) 분양불 PF와 (2) 지역주택조합 PF입니다.

​분양불 형태의 사업은, 대형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 1군 시공사가 분양에 대한 자신과 확신을 가질 경우 - e.g., "이 입지에서 우리 브랜드 달고서 안 팔릴 리가 없다" - 공사비 확보율을 대폭 낮추어 사업을 진행하는 것입니다. 즉, 도급공사비 총액의 상당 부분을 분양대금을 통해 지급 받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되면 필수사업비 자체가 극적으로 줄어들고, 이에 PF로 조달해야 하는 금액 자체도 크게 줄기 때문에, LTV, 금융비용, 수익률 등 거의 모든 지표가 우량해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업 방식에는 본원적인 리스크가 따릅니다. 다름 아닌 분양이 안 될 가능성입니다. 분양이 되지 않으면 시공사는 책임준공 확약에 따라 확보되지 않은 공사 대금을 시공사 자체 자금으로 메워야 합니다.

그렇지만 대주 입장에서는 괜찮습니다. 시공사가 주로 1군이기 때문입니다. 재무적으로도 회사채 발행이나 사내 유보 현금을 통해 충분히 당해 사업의 사업비를 충당할 수 있고, 그간 시장에서 책임준공이라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이력이 없는 "진짜 1군"에 대한 믿음이 이 사업 형태를 "관행"으로 만들었습니다.

​지역주택조합 PF는, "1군의 신용"에 기대는 분양불 PF보다도 훨씬, 여러모로 통상적인 PF의 구조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적어도 산정된 필수사업비는 모두 조달을 하는 분양불 PF와도 달리, 지역주택조합 PF는 필수사업비 자체를 모두 PF로 조달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역주택조합 PF에서는 토지 하자(담보대출, 브릿지론 등)를 제거하는 금원, 착공 이후 필수적으로 바로 지급해야 하는 금원, 도급공사비의 초기 기성금 정도만을 PF로 조달하고는 합니다. 사업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는 필수사업비의 상당 비중을 조달하지 않는 것에 해당합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바로 중도금 대출 때문입니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에서 중도금이 현금흐름의 핵심입니다.  수분양자이자 분양이 확정된 조합원 분양분의 경우, 착공 직후 중도금 대출을 실행해 중도금 대출을 통해 인입되는 금원을 활용해 PF로 확보되지 않은 나머지 사업비를 충당, 지불하는 것입니다.

​이 지점을 한번 잘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일반적인 분양 사업도 중도금 대출을 활용하고, 중도금을 프로젝트 현금흐름으로 사용합니다. 그럼에도 일반 분양 사업은 필수사업비를 모두 확보해야만 PF가 이루어집니다.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일까요?

​지역주택조합 사업과 일반 분양 사업의 결정적인 차이는, "조합원"이라는, 프로젝트에 구속된 - 분양을 받기 위해 사업에 참여했으며, 분양을 받을 것이며, 분양을 받기로 약속했으며, 분양을 받아야만 하는 - 수분양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수분양자의 확실성 - 즉, "신용" - 을 담보로 중도금 대출이 이뤄질 것임을 확신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확신을 통해 PF가 이뤄지고, 사업이 진행되고, 마무리되는 사례가 수없이 누적되면서, 이런 방식의 자금 조달 자체가 역시 "관행"으로 굳어진 것입니다.

​불황이 지속되면서 저는 이 지역주택조합PF라는 관행을 오래 숙고해 왔습니다. 가끔 언급하는 이야기이지만, 우리가 접하고 다루는 부동산개발 PF는 만유인력의 법칙과 같은 자연 법칙에 의거하지 않습니다. 시장의 여러 플레이어들이 고민하고 협의하고 합의한 여러 사례들이 관행으로 고착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 말을 뒤집으면, 부족한 신용을 수혈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면, 또는 신용에 기대지 않는 방법이 있다면, 프로젝트를 진행시킬 수 있다는 뜻이 될 것입니다.

​제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현 시장에는 사라진 신용의 공백을 어떻게든 다른 신용 보강으로 메우는 형태와 신용을 사용할 필요가 없는 개발 형태가 동시에 고민되고 검토되는 분위기입니다. (당연히 전자가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입니다)

​신탁사의 책임준공 신탁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라는 주제는 섣부르게 의견을 제시하기 매우 조심스러운 영역입니다. 신탁 책준이라는 상품이 마침내 소멸될 것이라는 의견과 신탁사의 수익 포트폴리오 상 필요와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 때문에 여전히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모두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신탁사 책임준공의 힘이 약해져 가는 것은 사실인 듯합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을텐데, 신탁사 책임준공 보증이 결합돼 진행된 프로젝트들에서 "사고"가 발생하면서, 그에 따라 신탁사가 자체 신용과 자금을 투입하게 되면서 신탁사가 새로운 프로젝트에 추가로 신용을 제공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 이에 대해 금융당국이 제재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 이에 따라 신탁사의 보증 이행 능력과 의지에 대한 대주들의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는 점 등이 주요 원인일 것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러한 지점을 돌파하기 위해 시장은 여러가지 대안들을 고민해 왔습니다.

​건설공제조합의 책임준공 보증 상품은 이의 일환입니다. 곧 시장에 출시될 예정인 이 상품은, 자본금이 6조 7천억원에 달하고 AA 신용등급을 획득할 것이 거의 확실시 되는 건설공제조합이라는 막강한 주체가 신용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건설공제조합의 자본금 6조 7천억원은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14개 신탁사의 자본금을 모두 합한 것보다 큰 규모입니다.

​하지만 막상 정책이 발표되고 나니, 보증 상품을 활용가능한 대상이 BBB+ 이상의 회사채 발행이 가능하면서 동시에 시공 순위가 100위권 내인 시공사로 한정되었습니다. 이에 해당하는 시공사는 단 27개밖에 없습니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지점이며, 개인적으로도 많이 아쉽습니다.

​얼마 전에는 국내 수위 건설사가 책임준공을 보증하면서 동시에 공정과 품질을 관리하고 기술을 지원하는 PM(Project Management)의 역할까지 겸하는 사업 모델을 내 놓았습니다. 신용등급이 AA-인 이 건설사의 신용을 활용한다면 여러 프로젝트에 큰 신용이 공급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건설공제조합이나 수위 건설사가 개별적인 신용 보강 상품을 내놓았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부족한 신용을 메우기 위한 시장의 노력과 움직임이 시작되었다는 그 자체일 것입니다.

시장은 언제나 방법을 찾습니다. (문제는 그 때까지의 과도기가 매우 힘들다는 점이겠지요)

​최근에는 신탁사 간의 공동수탁 또한 검토되고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신탁사의 책임 준공 신탁에 대한 대주의 신뢰가 감소했기 때문에, 대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신탁사가 책임준공 신탁을 제공하고, 그렇지 못하지만 자금 여력이 있는 신탁사는 계정대를 투입하는 방식으로 공동으로 수탁하는 것입니다. 이 방식은 국내 수위 법무법인에 의해, 문제가 없다는 법률 의견이 이미 나와있으며, 몇 개의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실무 검토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사례가 없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 글을 쓰면서 "관행"이라는 단어를 대체 몇 번이나 사용했는지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그만큼 이 부동산 개발 업계는 보수적이고, 그렇기 때문에 관행에 목을 맵니다. 관행을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것을 시도하는데 매우 인색하기 때문에 첫 번째 새로운 사례를 만들어 내는 것이 그만큼이나 힘듭니다. 하지만 하나의 사례가 새롭게 탄생하면 - 단 하나만 만들어진다면 - 유연하고 빠르게 그것에 적응하고, 그것이 "새로운 관행"으로 정착되는 곳이 또한 부동산 개발·금융 업계이기도 합니다.

​위 사례들이 "부족한 신용"을 메우는 방법론들이라면, 신용을 보강하기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시행을 시도하는 시도도 눈에 띕니다.

​지난 글에서 언급한 분양관리신탁에 대리사무를 결합해 분양을 시작하고 공사를 진행하는 방식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이 사례는 비단 소규모 시행뿐 아니라 1000억원 이상의 사업비가 필요한 시행 프로젝트에도 적용을 검토하고 있음을 복수의 사례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이 방식은 필수사업비를 전혀 조달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크나큰 리스크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보완하는 방식도 등장하는 양상입니다.

​제가 확인한 한 가지 사례는 토지담보대출(브릿지론)을 대환하는 것에 더해 시공사가 대여금을 집행하면서 결합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토지의 가치가 그간 꾸준히 상승해 왔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증가된 토지의 가치를 활용해 기존의 대출을 대환하면서, 이자를 유보하고 나서도 일정량의 현금을 확보합니다.

그리고 시공사 또한 초기 분양 활동에 필요한, 그리고 초기 공사 기성 지급에 필요한 금원을 시행사에 대여합니다. 시행사는 이 금원들을 활용해 모델하우스 오픈, 분양 영업사원 모집, 홍보 활동 등을 전개하여 분양률을 끌어올리고, 최대한 빠른 시점에 중도금을 기표해 사업에 현금이 돌 수 있도록 합니다.

​여기서 잠깐, 이라고 하시는 분이 꽤 있을 듯합니다. 작금의 시장 상황에서 브릿지론을 대환한다는 것, 그것도 착공을 승인해 주고 여유 현금을 확보해주는 대환이 가능하다고요?

제가 확인한 사례에서는, 시행사-시공사-대주가 그간 여러 사업들을 함께 하며 성공시키고 마무리 지은, 서로 간의 신뢰가 두터운 관계였습니다. 그리고 이 사업 진행을 위해 서로 조금씩 서로의 조건들을 양보했었습니다.

​필수사업비를 확보하는 방식과 우선 먼저 배를 띄우는 방식이 결합되어 검토된 사례도 존재합니다.

​통상적인 방식의 PF 구조를 디자인하고, 약정을 체결합니다. 단, 일종의 인출선행조건으로, 우선 담보신탁/분양관리신탁에 대리사무를 결합한 방식으로 분양 승인을 득해 분양을 시작하고, 특정 분양률에 도달했을 때 자금이 인출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즉, 약정은 체결했으나 기표는 하지 않는 상태로 분양을 먼저 진행하고, 특정 분양률에 도달했을 때 기표가 일어나 대주의 자금이 투입되는 구조로, 분양률 달성이 안 될 경우 자금 인출이 안 되기 때문에 이는 앞서 말씀 드린 사례보다 시행사의 리스크가 커지고 대주단의 리스크는 경감됩니다. (이 사례는 검토가 진행되는 것까지만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지역주택조합 PF를 다시금 상기시킵니다. 지역주택조합 PF가 필수사업비를 모두 조달하지 않고서도 가능한 이유는 중도금에 대한 확신 때문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PF로 필수사업비를 모두 확보하지 않더라도 중도금이라는 또 다른 현금흐름으로 필수사업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확신이 PF를 가능케 하는 것입니다.

​이제 시장은 사전 청약을 전혀 믿지 않습니다. 물거품이 되어 버린 인어공주와 같이, 사전 청약의 실효를 믿고 기표했던 현장들의 청약서들이 휴지조각이 되어 버린 수많은 사례들 때문입니다.

때문에 지역주택조합의 중도금과 같이, 부족한 신용을 메울 수 있는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고, 그것은 실제 분양이어야만 한다는 생각들이 침투하는 인상을 받습니다.

​불황이 주는 조그만 미덕이라면, 우리로 하여금 고민을 하게 만들고 해결 방법을 찾도록 하는 것입니다. 호황이 지속됐더라면 우리는 이런 고민을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저 관행에 따라 "하던대로" 계속 일하면 되었을테니까요. 이런 시장일수록 변화와 혁신, 돌파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커질 것입니다. 우리는 여기에 기대를 걸어야 할 것입니다.

신용이라는 단어를 생각해 봅니다.
​어쩌다가 우리 생태계에서 신용이라는 용어가 누군가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을 뜻하는 단어가 되었을까요.
​제가 접했던 성공 사례들 대부분은 시행사와 프로 직업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집요하게 방법을 찾고 돌파해낸 것들입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어김 없이 서로를 향한 신뢰와 양보가 있었습니다.  ​

내년에도 시장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꽤나 낙관합니다. 올 한 해 좋은 분들과 일을 해 나가면서, 현 시장 상황이 지속되더라도 우리 생태계의 멋진 동료들은 결국 방법을 찾아낼 것이고, 고민하고 양보할 것이며, 마침내 돌파해 낼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누군가를 위해, 가던 길을 잠시 멈출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

불황 속 시행과 PF #1. 소규모 시행에서 나타난 변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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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디벨로퍼 김영철

포어모스트자산운용 대표이사. 낭만 디벨로퍼이자 다정한 금융가, 명랑한 스타트업 경영자로 스스로를 정의합니다. 블로그 게시 내용 중 부동산 개발 관련 글을 모아 딜북뉴스 독자분들과 공유합니다. 메신저 서비스인 슬랙(Slack)을 기반으로 부동산 커뮤니티 '레인(Rein)'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메일: eric.youngcheol.kim@gmail.com 커뮤니타: https://join.slack.com/t/reinetwork-hq/shared_invite/zt-285z4g8px-ks6NYuyycyAN14ySN3m0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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