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커질수록 기회...KKR·하인즈가 택한 ‘부동산 대출 우선 전략’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사모 대체 대출기관들이 부상하고 있다. KKR과 하인즈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금이 오히려 대출에 있어 매력적인 시기”라고 강조했다. 상업은행이 규제로 인해 물러선 자리를 대체 대출기관들이 채우고 있으며, 고금리·공급 제한·거래 위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신중하지만 기회가 열려 있는’ 대출 환경이 형성됐다는 진단이다.
“지금이 좋은 빈티지(vintage)…대체 대출기관의 시간”
KKR은 올 2월과 4월, 자사 부동산 대출 파이프라인이 두 차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파이프라인 규모는 42조원을 넘어섰다. 2월엔 팬데믹 이후 급증했던 부동산 매입 딜의 만기가 본격 도래하며 ‘만기 벽’이 시장 전반의 자금 수요를 자극했다. 4월엔 미국의 특정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조치가 발표되며 CMBS 시장이 일시 중단됐고, 이 틈을 타 KKR이 직접 대출로 시장을 공략했다. 특히 4억달러 이상 대형 딜에 대출 수요가 집중됐으며, KKR은 이 같은 공백기에는 유동성을 제공하는 능력 자체가 프리미엄이라고 강조했다.
자산가격 조정·신축 위축…진입 타이밍으로서의 매력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가격은 글로벌 전반에서 의미 있는 조정을 겪었다. 동시에 금리 상승과 건설비 급등, 규제 등으로 신축 프로젝트는 크게 줄었다. 공급 측 압박이 심해진 상황에서, KKR은 “지금은 우량 담보자산에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진입할 수 있는 시기”라고 평가했다. 미국 상업은행들이 자본 규제와 위험 회피 기조로 직접 대출에서 발을 빼고 있는 만큼, 대체 대출기관엔 구조적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수적 시장, 정밀한 섹터 선택 필수
시장 안정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자금 공급자들의 기준은 오히려 더 엄격해졌다. 대출 비율(LTV)은 낮아졌고, 안정적인 캐시플로우와 사업계획이 뒷받침된 프로젝트에만 자금이 집중된다. 특히 항만 인근이나 호텔 등 경기민감 섹터에 대해서는 리스크 평가가 강화됐다. KKR은 산업, 멀티패밀리 등 구조적 성장이 확실한 섹터에 집중하면서, 다양한 자본 풀을 활용해 위험-수익 스펙트럼 전반에서 기회를 모색한다는 전략이다.
하인즈 “CBD 회복세…대출 단독 전략 유효성 확대”
하인즈는 최근 보고서에서 고금리 장기화, 오피스 시장 펀더멘털 회복, 그리고 대출 만기 도래 압박을 이유로 ‘대출 우선(debt-first)’ 전략이 더욱 유효해졌다고 진단했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가 지연되면서 채권형 대출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더 매력적인 상황이며, 실제 미국 A급 오피스 빌딩의 순흡수 면적은 지난해 말부터 회복세로 전환됐다. 트로피급 빌딩에 집중되던 수요가 A급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미국 내 오피스 대출의 약 4000억달러가 향후 5년 내 만기 도래할 예정이며, 전통 금융기관들은 오피스 노출 확대에 여전히 소극적이다. 2024년 미국 은행의 부동산 대출 중 오피스 비중은 10%에 불과한 반면, 아파트는 43%에 달했다. 이는 대체 대출기관에게 여전히 넓은 기회가 남아 있음을 뜻한다.
오피스, 부실률 높지만 기회도 많다
하인즈는 오피스 부문 부실이 여전히 상업용 부동산 중 가장 크지만, 이것이 곧 새로운 대출 기회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2024년 기준 오피스 부실 자산은 750억달러로 아파트 대비 3배 수준이며, CMBS 연체율도 6.57%로 산업용(0.29%), 아파트(0.29%)를 크게 웃돈다. 그러나 도심 오피스(CBD) 거래는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대출자로서는 담보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어든 시점이다.
하인즈는 “현재 대출 수익률이 이례적으로 자본이익률(cap rate)을 상회하고 있다”며 “리스크 대비 수익이 극대화될 수 있는 드문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2025년, 다시 다가온 ‘대출만기 벽’
KKR은 “2025년 이후 도래할 대규모 대출 만기 물량이 시장에 지속적인 수요를 공급할 것”으로 전망했다. 팬데믹 시기 저금리로 대출을 받은 차주들이 자산가치 하락과 금리 상승이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하면서, 자산 매각 혹은 리파이낸싱을 선택해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는 대체 대출기관에게 구조적 기회를 안겨주는 환경이다. KKR은 “지금은 보수적이되, 과감한 자본공급자가 주도권을 쥐는 시기”라며 “불확실성이 기회가 되는 시기, 좋은 딜을 골라낼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