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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행업계와 금융권에서 담당자의 입장 이해하기

낭만디벨로퍼 김영철
낭만디벨로퍼 김영철
- 11분 걸림 -
게티이미지뱅크

대통령실 대변인은 대한민국 대통령의 입장, 얼마 전까지 "청와대"라 불리던 대통령실의 입장, 폭넓게는 대한민국의 행정부 수반이자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통할하는 조직 전체의 입장을 대변합니다.

​대변(代辯)한다는 것은 문자 그대로 대신 말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는 대변을 하는 이, 즉 대변인이 말하는 내용이 그 자체로 공공성과 대리성을 띤다는 의미합니다. 발언이라는 물리적 행위를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일개 개인이자 시민에 지나지 않는 자연인이지만, 그 말의 무게는 대통령이 직접 발언하는 것에 준합니다.

​법률적으로 변호사가 누군가를 "대리한다"고 하면, 해당 변호사가 진술하는 내용은 대내외적으로 당사자가 직접 의사를 피력한 것에 준하는 효력을 지닙니다.

​우리가 별 생각 없이 사용하는 회사의 "대리"라는 직급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원, 주임을 거쳐 대리가 됐다는 것은, 해당 실무자가 회사를 "대리"하여 발언하고, "대리"하여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임을 회사가 대내외적으로 공표한 것에 해당합니다.

​그렇지만 부동산시행과 금융업계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가 아주 흔하게 접하는 사례를 들어 보겠습니다.

"이 딜은 M증권에서 선순위 1차 심의를 통과했습니다."
​이런 말은 99% 진실이 아닙니다. (진실인 경우가 1% 정도는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M증권의 다른 직원 한 명에게만 전화해 보면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반드시 다른 직원분께 전화를 드려야 합니다.

​이 지점을 이해하는데 저는 수 년이 걸렸습니다. 이 복잡다단한 역학관계를 어디부터 말씀 드리면 좋을까요.
​먼저 다른 업계를 들여다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중전기기를 제조하는 어느 대기업이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회사에는 수천명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조직은 직무별로 지극히 세분화 되어 있습니다. 우선 영업, 마케팅, 기획, 생산, 품질, 인사 등의 조직이 각각 존재합니다. 영업이라고 하면 국내 영업과 해외 영업으로 구분되고, 해외 영업은 각 대륙별로 나뉘어 집니다. 그리고 각 대륙 안에서도 당연히 국가별로 나뉘어지고, 주요 시장일 경우 국가 안에서도 또 지역별로 세분화 됩니다.

​그렇게 하여, 마침내 이 대기업의 중전기기 사업부의, 아시아 대륙의, 인도의, 마하라슈트라 주의, 뭄바이 담당자까지 세분화됩니다.

​이 담당자의 발언과 행위는, 인도 마하라슈트라 주 뭄바이 사업에 대한 회사의 입장을 정확히 대변하고 대리합니다. 담당자의 직급이 대리를 넘어 신입사원이라고 할지라도 다를 바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부동산 개발업계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의 증권사 내에도 수많은 복잡한 이름을 단 부서들이 존재하지만, 부동산 개발금융을 다룬다는 공통점만 있다면, 구름 같이 많은 부서들의 역할은 놀라울 정도로 대동소이합니다.

​구조화금융본부, 기업금융부, 투자개발부, 종합금융부, 부동산금융부, 멀티에셋부, IB본부, 프로젝트금융부, PF부, 금융영업부, 대체금융부, SF사업본부, 기업투자본부, 영업본부.  ​더 열거하려고 들면 십수개를 더 언급할 수도 있습니다.

​놀랍지 않으십니까? 이 수많은 부서의 이름이 같은 직무를 담당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이는 그냥 웃고 넘길 일이 아닙니다. 이러한 비현실적인 조직, 직무 구조가 비틀린 현실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앞서 언급한 "1차 심의 통과" 외에도 유사한 느낌의 발언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우리 회사는 북이 다 소진됐습니다.
· 우리 회사는 부동산 한도가 초과되었습니다.
· 우리 회사는 브릿지론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 우리 회사는 서울, 수도권 딜만 검토 가능합니다.
· 우리 회사는 계정대를 쓸 수 없고 책준(책임준공)만 가능합니다.
· 우리 회사는 신규 투자 여력이 없습니다.
· 우리 회사는 지식산업센터나 물류를 검토하지 않습니다.
· 우리 회사는 지역내 여신한도가 소진되었습니다.
· 우리 회사는 올해 문을 닫았습니다.
· 우리 회사는 1000억원 이상의 딜만 검토 가능합니다.
· 우리 회사는 확보율 90% 이상의 프로젝트만 수주합니다.
· 우리 회사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이런 수많은 발언들은, 그 회사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 드립니다. 이런 대부분의 발언들은 해당 회사의 공식 입장이 아니며, a) 담당자 개인의 의견이거나, b) 그것도 담당자 개인의 이해관계가 투영된 의견인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업계에서는 "M증권은 이 프로젝트 검토가 불가하다고 한다"는 명제가 참일 수 없습니다. 그 수많은 부서와 팀, 담당자마다 프로젝트에 대한 의견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는 "M증권 A 본부 B 과장은 이 프로젝트 검토가 불가하다고 한다"고 정정해야 옳은 표현이 됩니다.

​웃지 못할 일들이 많이 발생합니다. 특정 회사 A 부서를 접촉해서 "우리 회사는 검토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은 프로젝트에 대해, 같은 회사 B부서 지인에게 연락하면 "우리 회사가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싶다"는 대답을 받는 경우는 아주 흔한 일에 속합니다.

​자주 드리는 말씀이지만, 부동산 개발업계와 부동산 금융업계에서 프로 직업인으로 일 하고자 한다면, 원리나 개념, 지식을 넘어 이 업계 내에 실재하는 사람과, 그 사람의 이해관계, 감정, 입장을 반드시 이해해야 합니다.
​예를 더 들어보겠습니다.

​제가 A 저축은행의 기업금융부 팀장이라고 해 보겠습니다. 제가 속한 회사가 대리은행이 되어, 그것보다 더 중요하게, 제가 주도해 PF를 일으킨 딜들에서 미분양이 크게 발생하여 PF 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에게 신규 PF 프로젝트가 제안됐다고 한다면, 저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지금 우리 회사는 연체 프로젝트를 집중 관리하고 있어 신규 프로젝트 검토가 어렵습니다"라고 말 할 것입니다.

어지간히 친한 막역한 관계가 아니라면, 저 또한, "우리 회사의 공식 입장은 아니지만 저 개인은 신규 프로젝트 검토가 어렵습니다"라고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반면 제가 B신탁사의 과장이며, 제가 속한 팀은 올해 신설된 팀으로, 계정대를 적극적으로 투입해 신규 수주를 선도하라는 회사 경영진의 지시를 받았는데, 좋은 딜을 찾지 못한 채 11월을 맞았다고 해 보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에게 신규 PF 계정대 참여 요청이 온다면 저는, "우리 회사가 적극 참여하는 쪽으로 검토해 보겠습니다"라고 할 것입니다. 결코 "우리 회사의 입장은 그러하지 않지만 저 개인은 신규 수주가 절실하니 적극 검토하겠습니다"라고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이 부동산 개발 업계, 부동산 금융 업계에서 담당자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의 요체입니다. 그리고 이 지점을 반드시 이해해야만 딜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습니다.

이 지점은 제가 자주 언급하는 "집요함"과도 연결됩니다. 한 금융회사, 특정 신탁사의 한 담당자가 "회사의 공식 입장"을 언급하며 검토가 어렵다는 피드백을 하더라도, 다른 부서, 다른 담당자의 입장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검토가 가능한 부서와 담당자를 찾는 것이, 특히 지금과 같은 불황에서는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업계에서 오래 일하고, 높은 평판을 긴 시간 동안 유지하는 분들은 이 지점에서 거의 명인의 경지에 오른 분들입니다. 이 분들은 지금, 이 시간에, 어느 회사의, 누가, 그 프로젝트를 집중해서 검토하고 심사를 마침내 통과시킬 수 있는 분인지를 압니다.

​비단 그 담당자의 현 상황과 입장을 이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런 분들은 해당 담당자의 입장에 서서, 해당 담당자가 이 딜을 추진했을 때 사내의 입지가 더욱 굳건해 질 것이며, 더 나아가 해당 딜이 PF 기표를 넘어 회수까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딜을 추천하며, 또 끝까지 함께 뛰면서 결과를 책임집니다. 이런 신뢰는 쉬이 쌓이지 않으며, 오랜 기간에 걸쳐서 상호 신뢰가 형성된 것에 해당할 것입니다.

​프로젝트의 우량함은 당연히 담당자 검토의 첫 번째 지표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누구도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습니다만, 그 프로젝트를 추천하는 당신이 누구인지, 파트너의 입장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 지표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딜은 M증권의 선순위 1차 심의를 통과했습니다"라고 발언하는 분의 입장을 살펴보겠습니다.
​그렇게 말해야만 후순위 대주가 검토를 시작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방법은 정말이지 좋지 않습니다. 말씀 드린 바와 같이 다른 담당자 한 분에게만 연락하면 바로 확인이 가능하며, 거짓으로 판명 났을 때 서로의 신뢰만 손상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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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디벨로퍼 김영철

포어모스트자산운용 대표이사. 낭만 디벨로퍼이자 다정한 금융가, 명랑한 스타트업 경영자로 스스로를 정의합니다. 블로그 게시 내용 중 부동산 개발 관련 글을 모아 딜북뉴스 독자분들과 공유합니다. 메신저 서비스인 슬랙(Slack)을 기반으로 부동산 커뮤니티 '레인(Rein)'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메일: eric.youngcheol.kim@gmail.com 커뮤니타: https://join.slack.com/t/reinetwork-hq/shared_invite/zt-285z4g8px-ks6NYuyycyAN14ySN3m0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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