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산업에 프롭테크 적용이 쉽지 않은 이유
이지스자산운용의 태평로빌딩을 테크 컨버전스 공간 플랫폼으로 활용한다는 소식이 있어 이번 글에서는 프롭테크와 관련한 몇가지 생각을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프롭테크에 관심이 있어 몇 년전 프롭테크 스타트업에서 일 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이직한 회사에서는 '부동산 디지털 자산관리 솔루션'을 마케팅하는 업무를 하고 있어 프롭테크 영역에 다시 한번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부동산과 기술이 결합한 프롭테크는 적용할 수 있는 영역이 매우 다양합니다. 건설 기술, 시설 운영, 임대관리, 자금 중개, 임대 및 매입 매각 마케팅, 부동산 계약 등 부동산업이 연관된 분야가 다양한 만큼 기술의 결합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많은 곳에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 거래 규모가 크고 정보를 바탕으로 업무가 이뤄지다 보니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에는 다소 보수적인 문화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이제는 프롭테크라는 단어가 크게 낯설지 않을 만큼 인식도 많이 변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새로운 먹거리로 보이는 프롭테크가 실제로는 부동산 업계에 쉽게 정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떤 어려움들이 있는지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개별성이 강한 부동산업
부동산에 기술을 접목하는 데 있어 가장 큰 문제는 표준화입니다. 어떤 기술을 개발해 이를 적용하려면 일정한 기준이나 방식이 공통적으로 적용되어야 효율적입니다. 특히, 기술 분야는 이런 일반화가 사업화를 하는데 중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부동산업은 이런 표준이 적용되기에는 너무 개별성이 강한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슷한 부동산이지만 건축을 할 때 들어가는 장비나 유형도 다르고 임차인의 유형과 종류도 다르기 때문에 어떤 표준을 만들기에는 쉽지가 않습니다.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가 너무 많은 곳이 부동산 업계입니다.
실제로, 임대차계약을 전자계약의 프로세스로 만들고자 한다면 임대차계약의 표준을 정하는 것에서부터 문제가 생깁니다. 임차인별로 협상 기준이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후에도 계약을 체결하는 주체가 전자 계약을 사용할 수 있는지도 확정할 수 없습니다.
사실 부동산업은 이렇게 개별성이 강하고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들이 많기에 직업이 많은 것이고 이를 해결하는 일을 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 이런 복잡한 상황들을 프롭테크로 해결하려는 것이 좋은 시도 같아 보이지만 막상 사업적으로 접근해 들어가 보면 큰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입니다. 가장 쉬운 해결 방법은 법이나 제도적으로 표준을 만드는 것이겠지만 이는 사업자가 원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습니다.
부동산을 이해하는 개발자의 부족과 투자금
프롭테크는 말 그대로 부동산과 기술이 결합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부동산 이외에 기술이라는 부분이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구현해 줄 개발자가 없다면 프롭테크도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프롭테크를 하는 회사에서 개발자를 구하기는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다른 플랫폼과는 달리 부동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아는 개발자를 구한다기보다는 관심이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유능한 개발자를 구해도 부동산 업을 이해하기 위한 시간도 걸리기 때문에 업무를 바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만큼 부동산을 접목하는데 시간과 노력을 많이 들여야 하다 보니 프롭테크의 발전 속도가 빠르지 못한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부동산 업무 가운데 파편적으로 나눠져 있는 여러 프로세스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개발자가 희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개발로는 무엇이든 구현할 수 있지만, 부동산 현업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프로그램이나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프롭테크를 하려면 고급 인력과 인프라가 많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이런 관점에서 신규 사업을 하려면 어느 정도 자금력도 필요하고 수익화하는 데까지 기다려줄 수 있는 인내심도 필요한 영역이라고 판단됩니다. 어떤 면에서는 스타트업 보다는 어느 정도 업계에서 자리를 잡은 자금 여력이 있는 부동산 회사가 이끌고 나가야 하는 분야라고도 보여집니다.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가 어려운 환경
프롭테크가 발전하는 초기 정부가 부동산 관련 거래 정보나 데이터를 공개하면서 많은 플랫폼 회사들이 생겨났습니다. 많은 회사들이 생겨난 것은 이런 정보들을 잘 가공해 플랫폼을 만들고 이곳에 많은 사용자들이 모이면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플랫폼을 통해 창출되는 수익에는 다소 한계가 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회원 가입을 통한 수익이나 광고를 게재하여 벌어들이는 수익 모델 이외에 캐시카우가 될만한 사업모델을 만들어 발전하는 곳들이 생각처럼 많이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다.
프롭테크 비즈니스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부동산 관련 정보나 컨설팅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려는 인식이 낮고 컨설팅은 무료 서비스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것도 비즈니스 모델을 찾기 어려운 이유 중에 하나입니다. 플랫폼이 어느 정도 성장 발전해 유료 회원제로 전환하면 고객 이탈이 크기 때문에 이를 전환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부동산 플랫폼을 지향하면서 발전해 나갔던 프롭테크 회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대부분 유사해지고 있는 점도 경쟁력을 일어 가는 이유 중에 하나인 것 같습니다.
처음 등장했을 때는 신기하고 편리했지만 이제는 누구나 다 알게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되고 나면, 특별한 장점이나 독특한 서비스가 없는 이상 경쟁력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프롭테크가 적용되기 어려운 점을 살펴봤지만, 그렇다고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건 아닙니다. 인건비의 상승과 불필요한 반복 업무를 없애고자 하는 필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점은 프롭테크의 발전 가능성을 대변해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에 맞춰 과거에는 할 수 없었던 것들이 기술이나 환경의 개선으로 현실에서 이뤄지는 일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금의 송금이나 결제 기술의 발전, 이메일 사용이나 디지털 문서에 대한 거부감이 적어지는 것도 프롭테크가 더 많은 곳에 적용될 수 있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지스자산운용과 같이 상업용 부동산 업계를 이끌고 있는 회사들이 프롭테크를 접목하는 시도를 더 많이 하고 있다는 점도 앞으로 업계가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