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개발사업에서 가치있는 토지 찾기
예전 인터넷카페에서 토지분석가로 활동할 때 심심찮게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어떤 토지가 좋은가요?' '이 지역의 토지는 괜찮은가요?' '이 토지가 주변 시세에 비해 싼 거 아닌가요?' 토지를 처음 접하는 분들께서 일반적으로 이렇게 많이 물어보시는데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토지란 "가치가 있는 저렴한 토지"입니다.
토지 위에 어떤 건축 행위를 할 때, 좋고 안 좋고는 원가에 대비해 돈이 되는지 안 되는지 계산해봐야 알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지역에 있는 토지이냐가 그 땅의 좋고 나쁨의 차이를 나타내지 않습니다. 지방보다 수도권 토지를 찾는 것은 해당 지역의 발전 가능성과 이로 인한 지가 상승 기회가 좀 더 주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 아무리 강남이라도 땅 값이 비싸면 좋지 않은 토지라고 봅니다. '강남도 개발사업이 안 되는데, 지방은 되겠냐라'는 의문은 당연히 잘못된 이야기입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돈이 되느냐 안 되느냐가 중요합니다. 토지는 필지 하나 하나의 개별성이 크기에 같은 듯 보여도 가치의 차이가 큽니다.
아파트의 경우 지역, 평수, 브랜드에 따라 은행 기준 시세가 있고, 비교할 만한 유사 물건들도 많아서 일반인들도 쉽게 시세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상가, 오피스텔 등의 수익형 부동산도 임차료, 보증금, 대출금리, 기준 캡레이트(Cap.rate) 등을 통해 예상 가격을 미리 산출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토지는 형상, 지형, 면적 등 물리적 형태와 토지에 부여된 공법상 제한사항, 매수목적에 따라 그 가치가 천차만별입니다. 따라서 토지의 주변시세는 가격 그대로 이해하면 안 되고, 각각의 거래 특성을 고려해 판단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토지가치를 어떻게 해야 잘 판단할 수 있을까요. 안타깝지만 왕도는 없고 정말 많이 공부해야 합니다.
도로를 만들고 대지를 조성하고, 신도시를 개발할 때 선두에서 흙먼지를 뒤집어쓰는 토목기술자들도 부동산 관점에서 토지를 잘 모릅니다. '계획관리지역'이라는 단어의 뜻을 모르는 사람이 아는 사람보다 훨씬 많습니다. 도시계획 박사나 관련 교수도 잘 아실 것 같지만 이야기 해보면 의외로 잘 모르는 분이 많습니다.
인허가를 담당하는 공무원들도 토지에 대해서는 잘 모를 것입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소유한 분들도 토지에 대해 잘 아시는 분은 드물 것입니다. 그래서 기획부동산이 끊임없이 활개치는 듯 합니다.
“토지는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때는 정설이었지만, 지금은 꼭 맞는 말이 아닙니다. 지금은 토지의 배신이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토지의 지가는 올라가다 멈출 것이고, 멈춤이 생기는 이유는 그 토지에 그 지가에 어떤 개발행위를 해도 그 만한 수익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개발 사업에서의 토지 가치는 분명 오랜 기다림 끝에 얻는 시세차익을 말하는 게 아닐 것입니다. 개발을 위해 선택된 토지는 어떤 목적사업을 통해 투입된 재원에 대비해 충분한 수익을 얻어야 가치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같은 시군, 읍면동에 똑같이 생긴 물류센터가 있습니다. 두 개의 물류센터는 모든 것이 같고, 임대율도 동일합니다. 즉, 매출과 수익이 같습니다.
다른 점이라면 한곳은 4차선 도로에 붙어 있고, 다른 한 곳은 그 4차선 도로에서 약 500m 떨어진 안쪽에 있고 2차선 사도(개인도로)를 개척해 개발했다는 점입니다. 이미 이야기한 대로 매출과 수익은 같습니다. 물류센터가 대로변에 조금 더 가깝다고 해서 임차인이 임대료를 높여줄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럼 건물을 짓기 전에 두 곳의 사업부지를 볼까요. 어떤 토지의 가치가 좀 더 있을까요. 대로변 토지일까요. 아니면 500m 사도를 개척해야 하는 안쪽(맹지) 토지일까요.
'대로변 토지 구입비용'과 '안쪽 맹지 토지비+사도비용' 중 비용이 낮은 쪽입니다. 즉 같은 건물을 지어 매출과 수익이 같다면 원가가 낮은 토지가 가치있는 토지입니다. 주지한 대로 좋은 토지란 가치를 지니고 있는 저렴한 토지입니다.
물론 안쪽 맹지 토지의 사도개척 리스크가 있어 때로는 가치가 없는 그냥 저렴한 토지가 될 수도 있으니, 반드시 대로변 토지보다 좋다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토지의 가치가 있고 없고와 좋은 토지인가 아닌가는 디벨로퍼의 역량과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것입니다.
필자는 '하자 있는 토지'를 좋아합니다. 하자없는 토지는 이미, 가치는 충만하나 너무 비싼 토지입니다. 그래서 요즘과 같이 공사비가 오르고, 금리가 높은 시기에는 비싼 토지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을 것입니다.
'하자가 있는 토지'를 하자가 없는 토지로 1차 밸류를 높여 사업성을 확보합니다. 그 다음 가성비있는 설계를 통해 저렴한 건설원가를 구성해 금융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의 사업을 만들어가는 게 요즘 시기에 디벨로퍼가 선택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