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디벨로퍼 DS네트웍스 엿보기

DS네트웍스의 시작은 손목시계였다. 1981년, 고급 시계 브랜드 ‘투가리스’를 만들던 대승실업이 모태다. 창업주는 정재환 회장의 선친이다.
그가 갑작스럽게 타계하면서 정 회장은 업종 전환을 결심한다. 1990년대 초, 역삼동 주유소 개발을 계기로 부동산 디벨로퍼의 길로 접어든다. 제조업 대신 부동산 개발. 부산 해운대 신시가지에 대승프라자, 대승프라임, 대승코아 등 근린상가 3개 동을 1천억원 투입해 완공하면서 본격적인 출발을 알렸다.
IMF 이후 시장이 살아나자 인천, 김해, 대구 등에서 대우드림월드 브랜드로 주택을 연달아 분양한다.
DS네트웍스의 발자취를 살펴보면 다른 디벨로퍼들보다 사업 범위가 넓다. 다만 이를 창업자의 장기 전략으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 특정 시점에 굵직한 의사결정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흐름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본격적인 전환점은 2016년 이후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대규모 자기자본을 손에 쥐기 시작한 시기다. 2017년, 인천 루원시티 주거복합 1·2블록을 고가 낙찰 받으면서 금융업 진출도 병행한다. DS네트웍스자산운용이 출범했고, 2019년에는 토러스증권을 인수해 DS투자증권으로 이름을 바꿨다. 대우건설 인수 시도, 상장 추진 등 확장 전략이 연달아 펼쳐졌다.

기흥, 송도, 구리, 영종도, 인덕원, 루원시티 등 전국 주요 개발지에서 프로젝트가 이어졌고, 자기자본도 빠르게 쌓였다.
2021년은 DS 입장에서 가장 분주한 해였다. 2022년 사상 최대 실적을 미리 예감한 듯, 미리 의사결정을 앞당긴 해였다. DSN인베스트먼트(신기사)를 설립했고, 평택, 목포, 화성 병점, 부산 북항, 제주 화북, 운정 등 전국의 주요 부지를 공격적으로 매입했다. 대부분 현재 난항을 겪는 부지들이다.
의사결정의 속도는 빠르다. 2년 전 인수한 DS투자증권을 다시 매물로 내놓고 DS자산운용(장덕수 회장의 DS)에 매각했다. 증권사를 사서 단타 매매하듯 거래한 보기 드문 케이스다.
2023년에는 전환점이 또 한 번 찾아온다. 상반기에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본격적인 다운사이징에 들어갔다. 2022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부산 메가마트 남천점 매각 딜도 이듬해 반납했고, 인천 루원시티 중심상업용지 3·4블록 역시 포기했다.
루원시티 주복용지 1,2,5,6블록은 정상 진행 중이나, 학교용지 관련 이슈로 소송이 길어지고 있다.
부산 온천동, 괘법동, 성신여대 입구 부지 등도 매물로 나왔다. 부산 부지는 아직 팔리지 않았고, DS네트웍스자산운용과 DSN인베스트먼트 역시 2023년에 매각 추진에 들어갔다.
2024년에는 실제로 자산운용사와 신기사 매각이 마무리된다. 건설업 면허를 보유했던 DS산업개발도 해산 수순을 밟았다. 시공을 내재화하려던 시도였지만, 시장 상황에 맞춰 빠르게 접었다.
같은 해, 2021년에 매입한 땅들이 대거 대손 처리된다. 파주 운정3지구, 제주 화북, 화성 병점, 일산 백석동 등에서 손실이 발생했고, 총 대손비용은 약 2200억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DS네트웍스는 여전히 유의미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기흥역센트럴푸르지오(0.6조), 구리갈매푸르지오(0.4조), 송도 a4 SK뷰(1조), 송도센트럴더샵(1.3조), 루원 M5·M6(0.9조), 영종도 SK뷰(0.4조), 인덕원 포일 센트럴(1조), 루원시티 SK리더스뷰(1조), 덕은 리버워크(0.2조), 가산 어반워크(0.3조), 평촌푸르지오(0.5조), 대구 감삼(0.3조), 고양 향동(0.4조), 송도 럭스오션 SK뷰(1.1조), 길동 SK뷰(0.5조) 등이다.
현재 기준으로 남은 유의미한 부지는 목포 유달부지 정도다. 의정부 주복 부지는 매각을 원하지만 성사되지 않고 있다.
한편 서울 용산에서는 이지스자산운용과 함께 역세권 청년주택 리츠를 설립, 현재 공사 중이다. 송도는 대부분 분양이 완료됐으며, 올해 인식 가능한 추가 매출은 약 2,270억원이다.
길동 SK뷰도 분양률이 80%대를 넘기며, 올해 남은 잔여 물량이 소진된다면 약 3,200억원 규모의 매출이 순차 반영될 수 있다.
문제는 대구 감삼과 고양 향동 사업장이다. 이 두 곳에서 반전이 없다면, 올해는 DS 입장에서 버거운 한 해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이미 대손 처리가 끝나지 않은 부지들도 여럿 남아 있다.
DSN홀딩스가 보유했던 금융 계열사는 모두 매각 완료됐고, 한때 회생절차를 밟을 뻔했던 그린랩스는 주주 합의를 통해 2023년 1000억원 매출을 기록하며 가까스로 기사회생에 성공했다.
회사의 재무제표를 장기적으로 들여다보면, 손실 규모 하나만으로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수준이다. 그럼에도 시장은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정 회장이 보유한 자산 규모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DS네트웍스는 다른 디벨로퍼들과 달리 지배구조가 단순하다. 오너가 본업에 집중하고 있는 점도 강점이다. 상장 가능성 역시 단순한 마케팅 문구가 아니라는 믿음을 주는 이유다.
건설사와 금융사를 M&A했던 이력, 상장을 향한 준비 과정 등을 보면 정 회장 곁에는 유능한 참모들이 포진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문어발 확장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적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점에서 일리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두 가지다. 첫째, 지나치게 단기간에 무거운 의사결정이 집중됐다는 점. 둘째, 인수 이후 안착을 위한 시간이 부족했음에도 성급하게 방향을 틀었다는 점이다.
DS에는 분명 좋은 임직원들이 있다. 문제는 사람의 역량이 아니라, 큰 의사결정 구조가 직원들의 역량을 뒷받침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했다 해도 결국 오너의 판단이 최종 결정이라는 점에서, 직원들이 충분히 역량을 펼치기 어려운 구조다.
시스템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오너의 판단력과 조직의 시스템, 임직원의 역량이 균형을 이룰 때 DS네트웍스는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