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상업시설 공간 기획 사례, <보이저 진월> 살펴보기
(3)상업시설(리테일) 개발 사례: 보이저 진월
<보이저 진월>은 광주광역시 남구 진월동에 신축한 복합상업시설이다. 도보로 접근 가능한 거리에 사는 사람에게 패션잡화와 식사, 커피, 주류 등 일상적인 근린소비업종을 세련되고 낭만적인 분위기 속에서 제공하는 것을 개발 컨셉으로 잡았다.
보이저 진월 기획시 설정한 핵심 고객은 35세 기혼 여성이며 육아를 하는 전업주부다. 잘 짜여진 상업시설이라도 평일 낮은 취약한 소비시간대다. 따라서 평일 낮 소비를 활성화하면, 탁월한 시설구성(앵커 테넌트, 특화시설, 시너지 내는 업종구성, 노출, 디자인) 입소문이 나면서 주중 저녁과 주말대로의 확장이 용이하다.
평일 낮 시간이 편한 사람(예를 들어 자녀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다니는 주부)이 정기적으로 방문할 수 있는 목적성 테넌트(뷰티업종)이거나 친구 모임이나 가족 외식이 가능한 테넌트(식당가)가 갖춰진다면 주말에 누구라도 올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다양한 패션잡화를 취급하는 '스타일업종(For STYLE)', 푸른길 공원으로의 테라스와 뷰를 활용하는 식당가(For TABLE)'로 1층 테넌트를 구성했다. 노출도가 좋은 대로변의 2층은 목적형, 정기적 방문유도가 가능한 '뷰티업종'으로 구성했으며, 2층 일부와 3층의 모든 매장은 옥외영업이 가능한 개별테라스를 갖는 구조의 플레이(For PLAY)업종으로 배치했다. 반지하 형태의 푸른길 방면 지하층은 푸른길 포차거리로 명명하고 한국식 야시장 분위기를 자아내도록 기획했다.
보이저 진월은 주중 낮 소비를 견인하는 스타일업종 및 뷰티업종, 저녁시간대 플레이업종, 사람 연결의 핵심이 되는 식당가가 유기적으로 작동한다. 준공 때까지 이미 80%이상이 입점을 확정해 거의 동시에 영업을 시작함으로써 상권활성화가 빨랐다.
공간을 경험하는 측면에서 근린지역 사람에게, 패션잡화, 식사, 커피, 주류 등 일상적인 소비업종을 어떻게 제공하는 게 소비경험을 최적화하는 것인지를 놓고 고민했다. 공간경험의 핵심 키워드는 군집과 뷰(View, Vista)에 의한 상호작용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상호 작용'의 사전적 의미는 ‘둘 이상의 물체나 대상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일종의 행동’, ‘사람이 주어진 환경에서 다른 사람이나 사물과 서로 관계를 맺는 모든 과정과 방식’이다.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상업시설이 좋은 상업시설이다. 상호작용의 활성화를 위해 군집과 뷰를 활용했다.
먼저, 군집은 업종의 묶음, 즉 조닝(Zoning)을 말한다. 커피, 식사, 술집, 패션·잡화 등은 동일 업종별로 모여있을 때 고객으로부터 선택될 확률이 높아지고, 비교·구경에 의한 재미를 선사한다. 각각이 소비의 앞뒤 관계에 있어 연계 소비도 가능하다.
다음으로, 뷰는 고객의 시각에서 보이는 풍경을 말한다.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가장 핵심적인 촉진제다. '보이저 진월'에선 상가와 상가의 뷰, 나와 다른 사람의 뷰, 보이저 진월과 푸른길공원의 뷰 등 사람, 건축, 자연이 시각적 프레임 내에서 작동하도록 기획했다.
상호작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공간전략으로 '휴먼스케일 골목길', '세 개의 광장', '스텝 테라스'를 조성했다. 하나씩 살펴보자.
휴먼스케일 골목길
보이저 진월은 너무 좁지도 너무 넓지도 않은 골목길로 공간을 분할했다. 매장 노출면을 넓히면서 단일 필지에서 개발하게 될 때의 단순한 구성을 탈피해 공간을 넘나드는 재미를 주려고 했다. 1층 골목길의 기본 폭은 4m, 상층부는 2.4m다. 사람들의 보행에 불편함이 없고 상가 간 상호작용도 활성화되는 거리감을 조성한 것이다.
상업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느슨한 연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오프라인 매장만이 줄 수 있는 “동시대를 사는, 유사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연대감이 이 골목에서 형성된다. 골목길은 서문대로와 푸른길 공원을 이어주고, 매장과 매장을 이어주며 자연스러운 산책동선이 되기도 한다.
세 개의 광장
이 곳에는 세 개의 광장이 존재한다. 첫 번째 광장에는 6m 높이의 대형 분수가, 두 번째 광장에는 민트색 곰돌이가, 세 번째 선형 광장에는 조경과 알전구가 설치돼 있다. 각각의 광장은 골목길로 연결돼 있다. 상업시설에서 소비가 활성화되려면 유입을 위한 동선 뿐만 아니라, 머무름의 공간이 필요하다. 세 개의 광장은 고객 체류시간을 늘려주고 인접한 매장의 장사를 활성화시킨다.
시원한 낙수소리와 함께 은은한 조명이 들어오는 대형 분수, 차별적인 색상의 곰돌이는 보이저 진월의 아이콘이 됐다. 우리가 자주 시도하는 상가를 돋보이는 랜드마크 전략은 이런 것이다. 크기가 크거나, 색상이 차별적이거나, 아니면 형태가 상징적이어야 한다.
푸른길을 끌어안은 스텝테라스
보이저 진월 옆에는 폐선 부지를 공원화한 푸른길 공원이 있다. 시간대에 상관없이 언제나 유동이 많은 장소로써 1차 노출의 유효한 대상이다. 공간기획 포인트는 이 푸른길을 통해 건물로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우리는 층별로 역행하는 스텝테라스를 조성해 푸른길 공원에 위압적이지 않은 인상을 주고자 했다. 이렇게 조성된 테라스에는 야장이 펼쳐진다. 충분히 넓은 공간을 할애했기에 옥외 영업장을 통한 추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푸른길공원과 산책로 사람들, 테라스의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뷰'를 만들어 주기 때문에 특별한 풍경이 연출되곤 한다. 특히 반지하로 형성된 푸른길변 매장은 푸른길 포차거리로 특화하고 화려한 플렉스 간판, 레트로풍의 파사드 등을 사용하는 한국식 야시장으로 조성했다.
이러한 공간전략을 사용한 '보이저 진월'은 어떤 면에서는 공공건물보다 더 공공에게 열려 있다. 보이저 진월에서 밥 먹고, 옷 사고, 사랑하는 사람과 맥주를 마시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비들이 조금 더 편리하고 낭만적이라면, 근처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하루 하루 멋진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보이저(여행자)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일상적 낭만
여기까지 상업시설 공간기획 사례인 '보이저 진월'의 상업 컨셉, 공간경험 주안점, 공간전략을 살펴봤다. 보이저 진월을 기획하면서 우리가 마음 속에 품었던 단어는 “일상적 낭만”이다. 낭만적인 테넌트를 일상 공간에서 만나고 이런 공간 경험이 고객 삶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일이기를 기대했다.
상업시설을 개발한다는 것이 사회의 선순환적 가치를 만드는 멋진 일임을 알려준 프로젝트다. 보이저 진월에 와서 사고, 먹고, 마시며 즐기는 사람들의 생기있는 얼굴을 떠올려 보라. “일상 낭만”에 진심인 사람들이 만드는 공간을 경험해 보는 것은 또 하나의 삶의 활력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