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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상가, 도시는 왜 활력을 잃었나

김경희
김경희
- 5분 걸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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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찾았던 이대 앞 거리를 오랜만에 다시 찾았습니다. 그 시절에는 주말마다 거리가 사람들로 붐볐고, 가게마다 긴 줄이 늘어섰습니다. 빈 점포는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발길이 뜸해진 거리에는 빈 상가가 하나둘씩 눈에 띄고, 예전의 활기는 자취를 감췄습니다. 이대 앞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서울 곳곳의 부도심, 그리고 하남 미사, 청라 같은 신도시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4년 2분기 자료에 따르면, 전국 소규모 상가의 공실률은 8%, 중대형 상가는 13.8%에 달합니다. 단순한 수치처럼 보이지만, 이는 동네 골목에서부터 도심 상권에 이르기까지 상업공간이 얼마나 빠르게 공동화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빈 상가는 단순히 장사를 접은 가게의 흔적이 아닙니다. 거리는 생기를 잃고, 남은 상인들은 매출 부진에 시달립니다. 건물주들 또한 임대 수익이 끊기며 고민이 깊어지고, 지방정부는 세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결국 도시의 활력 자체가 꺼져가고 있습니다.

도시의 공실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한 해외 사례도 있습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Vacant to Vibrant(빈 공간을 활력 공간으로)' 프로젝트를 통해 공실 상가를 커뮤니티의 새로운 거점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습니다. 시정부와 시민단체는 협업을 통해 소상공인, 예술가, 사회적기업 등이 단기간 임대 형태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팝업스토어, 갤러리, 커뮤니티 공간 등 다양한 용도로 재탄생한 이 공간들 중 60% 이상이 사업자들의 정식 정착으로 이어졌다는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단순한 금전 지원을 넘어 기획, 마케팅, 인허가, 운영까지 전 과정에 대한 종합 지원이었습니다. 사업자는 2000~1만 달러의 보조금을 받았고, 건물주 역시 개선비와 공과금 일부를 지원받았습니다.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추고, 각 단계마다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한 점이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실현 가능한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만의 방식이 필요합니다. 다음은 한국형 솔루션으로 제안할 수 있는 세 가지 방향입니다.

첫째, 전국의 공실 상가를 통합적으로 파악하고 연계할 수 있는 ‘빈 상가 플랫폼’을 구축해야 합니다. 금융권의 ‘배드뱅크’처럼 공공이 전담해 데이터를 집약하고 수요자와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맡는 방식입니다.

둘째, 원스톱 창업 지원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임대료 지원에 그치지 않고, 창업 기획부터 홍보, 운영 컨설팅까지 단계별 밀착 지원이 이뤄져야 합니다. 특히 팝업 운영 후 정식 창업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제도화할 수 있다면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셋째, 다양한 주체가 활용 가능한 다목적 공간으로 탈바꿈시켜야 합니다. 청년 창업자뿐 아니라 은퇴한 시니어, 동네 독립서점, 공유 오피스 등 지역 맞춤형 수요를 반영한 기획이 중요합니다. 이때 필요한 재원은 부동산 개발 시 공공기여금의 현금납부를 통해 일부 확보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 주민의 참여입니다. 샌프란시스코 사례처럼 기획 초기부터 주민이 공간의 쓰임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주도적으로 운영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주민이 주인이 될 때 공간은 비로소 살아날 수 있습니다.

도시는 정체된 구조물이 아닙니다. 변화하는 수요와 흐름에 따라 유기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빈 상가 문제는 외면한다고 사라지는 사안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공간이기 때문에, 방치할 것인지, 다시 살릴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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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오피니언상가공실

김경희

김경희 본태C&D 대표는 대림산업( DL이앤씨)에서 31년 동안 근무하고 임원으로 퇴임했습니다. 지금은 건설기업과 디벨로퍼를 서포트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중소건설기업 성장 매뉴얼'의 저자입니다. 사람이 중심되는 건축과 도시를 만들고자 합니다. 최근 디벨로퍼 입문자와 현직 디벨로퍼를 위한 기본서 `디벨로퍼101' 책을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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