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급시공사 신용보강'이 특효...브릿지론 속속 만기 연장
고금리와 시장 침체로 부동산개발 관련 브릿지론이 대주단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서도 1년 이상 장기 연장에 성공하는 사업장이 속속 나오고 있다. 시장 침체를 뚫고 장기 연장에 성공한 브릿지론은 회사채 신용등급 A급 이상의 건설사가 신용보강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형 시공사가 신용보강을 해야 이를 믿고 증권사·캐피탈 등 후순위는 물론 선순위 대주도 모이기 때문이다. 다만 건설사 신용보강 부담이 늘면서 재무위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브릿지론 연장의 공통점은 시공사 신용보강
25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효제동 98번지 일대에서 e편한세상오피스텔을 시행하는 효제PFV는 지난 14일 2750억원 한도의 브릿지론을 내년 6월까지 1년 연장했다.
대출 트랜치별로 보면 Tr.A(트랜치A,선순위)-1(1250억원), Tr.A-2(300억원), Tr.B(트랜치B, 후순위)-1(720억원), Tr.B-2(430억원), Tr.B-3(50억원) 한도다. 담보 및 상환 순위는 Tr.A, Tr.B순이다. 이 사업 시공사이자 AA급인 DL이앤씨가 트랜치B에 대한 자금보충 의무(백지수표 및 백지수표 보충권 위임장 교부)를 부담한다.
차주(채무자)인 효제PFV가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면 자금보충 의무자인 DL이앤씨가 차주에 부족자금을 보충한다는 의미다. 이번 브릿지론 연장에 따라 효제PFV는 2026년 분양 및 착공, 2028년 11월 준공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됐다.
서울 용산구 크라운호텔 개발사업의 시행사인 케이스퀘어용산PFV도 지난 19일 3400억원의 브릿지론을 18개월 연장했다.
브릿지론은 트랜치A 1700억원, 트랜치B 1700억원으로 각각 나뉘는데,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트랜츠B에 대해 자금보충 약정을 제공했다. 트랜치B는 BNK투자증권이 주간해 유동화증권으로 조달됐다. 크라운호텔 개발사업은 2025년 2월 착공 및 2028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서울 노들역푸르지오의 시행사인 로쿠스 역시 지난 8일 2800억원의 브릿지론의 만기를 1년 늘렸다. 앞서 3개월 만기의 단기 브릿지론을 1년짜리 장기로 늘려 놓은 것이다.
트랜치A 1250억원, 트랜치B 1550억원으로 각각 구성되는데 시공사인 대우건설이 두개 트랜치 2800억원 모두 신용보강을 했다. 대우건설의 신용보강은 채무인수 의무가 활용됐다. 차주가 채무 불이행시 대우건설이 대주단 채무를 인수하는 게 골자다. 금융사 관계자는 "기존 선순위 대주단이 브릿지론 연장을 취급하려면 토지 담보 우선순위에 더해 시공사의 신용보강을 요구했다"면서 "이에 대우건설이 전액 채무인수 의무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소재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개발사업 시행사인 '케이스퀘어에코송파PFV'는 지난달 1년6개월 만기의 브릿지론 대출약정을 체결했다. 선순위 1400억원, 후순위 940억원 등 총 2340억원 규모다. 후순위 940억원은 시공사인 SK에코플랜트가 자금보충을 약정했다. 시행사는 토지 소유권 이전과 용적률을 포함한 인허가 등을 거쳐 1년 6개월 뒤인 내년 11월 본PF로 전환할 계획이다.
호반산업이 대주주인 인천항동더원PFV가 시행하는 인천 항동 주상복합 개발사업의 브릿지론도 지난 23일 1년 연장됐다. 인천항동더원사업의 선순위(트랜치A)와 후순위는 각각 600억원, 350억원으로 총 950억원이다. 시공사를 겸하는 호반산업이 브릿지론대출의 '후순위 자금보충'을 약정한 것이 금융사 참여를 이끌었다.
인천항동더원PFV는 인천 중구 항동 7가 57-2, 57-14번지 부지에 오피스텔과 상가 복합건축물의 신축 및 판매, 분양을 위해 설립된 PFV다. 호반산업의 신용등급은 BBB급으로 A급은 아니지만 대출금액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고 호반그룹 계열이어서 대주단이 신뢰한 것으로 보인다.
건설사 재무 익스포저 확대는 부담
이처럼 대형 건설사의 신용보강 조건으로 브릿지론이 연장되는 것은 브릿지론 대주단 풀 축소와 무관치 않다. 저축은행와 새마을금고 등 기존 브릿지론 플레이어들이 유동성 위험 노출과 부실률 급증 여파에 브릿지론 대출을 꺼리고 있다.
중소 캐피탈사들도 부실 브릿지론에 물린 가운데 금융지주 계열 우량 캐피탈사들만 신규 브릿지론을 취급하는 상황이다. 한 캐피탈사 임원은 "브릿지론 중 시공사 계약이 없는 딜은 신용보강에 한계가 있어 연장이 쉽지 않다"면서 "대형 시공사가 신용보강한 브릿지론 중심으로 참여를 검토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금융기관들이 선순위 브릿지론 취급도 보수적 태도를 취하자 시공사가 대주단 유치를 위해 신용보강을 선순위 트랜치까지 확대하는 양상이다. 시공사가 대주단 선순위 채무도 보증하는 이런 관행이 확산될 경우 건설사의 재무위험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작년 3분기말 기준 상장 건설사는 PF대출(유동화증권 포함) 및 부동산 관련 기타 대출에 이미 상당 규모의 채무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채무보증은 재무상태표에 포함되지 않는 난외 항목이나 차주가 채무를 불이행해 보증 주체인 시공사가 이를 대신 상환, 매입할 경우 재무상태표에 반영된다.
금융연구원 조사 결과 72개 상장 건설사 중 32개사가 PF대출 및 유동화증권에 채무보증을 제공하고, 이 중 일부기업은 자기자본의 2배를 초과하는 PF채무보증이 있다. 중도금보증 등 기타 채무보증을 모두 포함할 경우 44개 기업이 부동산 관련 우발채무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10분의 1정도 기업의 우발채무가 자기자본의 5배를 초과한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은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금융 익스포저 비중이 크고, 브릿지론 비중이 높은 중소증권사나 건설사 등에서 부동산 경기 변동에 따른 리스크 충격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