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i인프라 사례로 본 ‘배당 리캡’의 작동 방식

영국 상장 인프라펀드인 3i인프라(Infrastructure)는 지난 3월 말 포트폴리오 자산인 TCR, 오이스터캣처(Oystercatcher)의 리파이낸싱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TCR 리파이낸싱은 총 4억5000만 유로 규모로, 2억5000만 유로의 5년 만기 기관 대출과 2억 유로의 5년 만기 리볼빙 신용한도(RCF)로 구성됐습니다. 이 거래를 통해 3i인프라는 7300만 유로의 배당금을 확보했습니다.
오이스터캣처는 맥쿼리와 함께 진행한 거래로, 싱가포르 달러(SGD) 기준 2억2580만 달러 규모의 4년 만기 대출을 조달했습니다. 이를 통해 1억1400만 유로의 배당금을 마련했습니다.
이번 리파이낸싱은 신규 대출을 조달하고, 그 자금을 투자자인 3i인프라에 배당금 형태로 지급한 구조입니다.
좀 더 들여다보면, TCR과 오이스터캣처는 기존 대출을 갚거나 더 유리한 조건의 대출로 교체하면서 일부 자금을 투자자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했습니다. 대출 자금 일부가 투자자에게 직접 흘러들어간 셈입니다.
이 방식의 핵심은 대출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면서도, 투자자에 대한 수익 배분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자산을 매각하지 않고도 배당을 지급할 수 있어, 펀드의 운용 유연성이 높아집니다.
결과적으로 이는 배당 리캡(dividend recapitalization, 배당 재자본화) 전략과 유사합니다. 펀드가 대출을 활용해 투자자에게 현금을 돌려주는 방식입니다.
배당 리캡은 기업이나 펀드가 새로운 대출을 조달해 기존 투자자(또는 주주)에게 배당 형태로 수익을 배분하는 금융 전략입니다. 투자자의 자금 회수를 도우면서도 보유 자산을 매각하지 않고 현금을 유출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후 기업은 영업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으로 부채를 상환합니다. 다만, 대출로 인해 부채비율 상승과 이자비용 증가 등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이 구조는 사모펀드(PE)나 인프라 펀드에서 자주 활용됩니다.
배당 리캡의 목적 및 활용 사례
사모펀드의 출구 전략 : PE 펀드가 기업을 인수한 뒤 상장(IPO)이나 매각 없이 먼저 일부 투자금을 회수할 때 사용합니다. 예컨대, 기업 인수 후 몇 년이 지나 배당 리캡을 통해 투자금 일부를 되돌려 받는 방식입니다.
인프라 및 부동산 펀드의 유동성 확보 : 장기 보유하는 인프라, 데이터센터, 부동산 등에서 자산을 매각하지 않고 현금을 만들어내는 방법으로 활용됩니다. 3i인프라의 사례처럼 대출을 통해 배당금을 조달합니다.
상장기업의 주주 환원 전략 : 상장사도 주주친화 정책으로 배당 리캡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일반적인 배당보다 더 공격적인 방식입니다.
배당 리캡의 부작용과 리스크
부채 부담 증가: 새로운 대출로 인해 기업의 부채비율이 상승합니다. 이후 현금흐름이 악화되면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신용등급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기업 가치 훼손 : 대출을 통해 배당을 주는 방식은 자금이 사업 확장이나 연구개발(R&D)에 쓰이지 않으므로, 장기적으로는 성장성을 해칠 수 있습니다.
실제 사례 중 일부는 파산 : 2000년대 중반 토이즈알어스(Toys "R" Us)는 사모펀드가 배당 리캡을 통해 대출을 늘렸다가, 과도한 부채 부담으로 결국 파산한 사례로 남았습니다.
배당 리캡은 불법인가
배당 리캡은 불법은 아니며, 특히 사모펀드나 인프라 펀드에서는 흔히 쓰이는 전략입니다. 다만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논란의 여지는 있습니다. 기업이 과도한 대출을 통해 단기 이익만 투자자에게 안겨주고, 장기적으로 재무 건전성을 해친다면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재무 위험이 큰 기업이 배당 리캡을 활용하는 것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기도 합니다.
배당 리캡은 신중하게 활용해야 하는 전략
배당 리캡은 유동성 확보와 투자자 수익 환원에 유용한 도구이지만, 대출 기반이라는 점에서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신중히 고려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배당과 달리 부채를 수반하는 방식이므로, 재무 구조와 상환 계획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