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터널 민관합작(PPP)사업, 실패 원인과 전망
지난 1994년 개통한 유로터널 프로젝트(English Channel Tunnel, Eurotunnel)는 PPP(Public-Private Partnership) 사업으로 간주합니다. 이는 공공과 민간이 협력하여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수행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영국과 프랑스 정부가 이 사업을 승인하고, 민간 부문이 자금 조달, 설계, 건설, 운영을 맡았습니다. 이는 정부가 인프라를 직접 개발하지 않고 민간 자본과 기술을 활용한 방식으로, 전형적인 PPP 구조입니다. 특히 BOT(건설-운영-양도) 방식의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로 자주 인용됩니다. 초기 양허 기간은 55년이었으나 이후 99년으로 연장됐습니다.
영국의 PFI(Private Finance Initiative) 사업과 차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 시기 : 유로터널 프로젝트는 1986년에 시작됐지만, PFI제도는 1992년에 도입됐습니다.
● 규모와 복잡성 : 유로터널은 두 국가 간의 대규모 국제 프로젝트(cross-border project)로, 일반적인 PFI 프로젝트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규모가 큽니다.
● 정부 개입 : PFI 프로젝트와 달리, 유로터널 프로젝트는 영국과 프랑스 정부 간의 조약(캔터베리 조약)을 통해 설립되었습니다.
● 재무 구조 : 유로터널의 재무 구조는 일반적인 PFI 모델보다 더 복잡했으며, 여러 차례의 재구조화를 거쳤습니다.
● BOT(Build-Operate-Transfer) 모델 : 프로젝트는 BOT 방식으로 수행됐습니다. 민간 컨소시엄이 유로터널을 건설하고 일정 기간 운영하여 투자금을 회수한 후, 터널 소유권이 두 정부에 이양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비소구(Non-recourse)방식의 차입금 조달
유로터널 프로젝트 초기 자금 조달에는 약 15개의 주요 국제 은행이 참여했습니다. 주로 영국과 프랑스의 은행들이 주도했으며, 대표적인 은행으로는 다음이 포함되었습니다:
영국 : HSBC, Barclays, Lloyds
프랑스 : Crédit Lyonnais, Société Générale, BNP Paribas
이 외에도 독일, 일본 등 국제 금융기관들도 일부 참여했습니다.
초기 대출금액은 약 50억 파운드(약 70억 달러)에 달했으며, 이는 당시 기준으로 대규모 프로젝트 파이낸싱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됩니다. 이 금액은 건설비와 초기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해 조달됐습니다.
Non-recourse 방식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구조로 이루어졌으며, 대출 상환은 통행료 등 터널 운영수익에 의존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프로젝트 진행 중 공사 지연 및 예산 초과로 인해 1990년대에 재정 문제를 겪었으며, 이로 인해 여러 차례 채무 구조조정(채무 출자전환 등)과 추가 자금 조달이 이뤄졌습니다.
다시 정리하면,
유로터널 프로젝트에서 영국과 프랑스 정부는 직접적인 보조금이나 출자를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프로젝트의 특징 중 하나로, 민간 자본과 기술력에 전적으로 의존한 "순수 민간 주도 PPP" 모델로 설계됐습니다. 정부는 재정적 리스크를 민간 부문에 전가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당시 양국 정부는 재정 부담을 줄이고, 민간 부문의 혁신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순수 민간 주도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유로터널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자금 조달은 민간 금융기관과 투자자로부터 이뤄졌습니다. 약 80%의 자금이 차입금으로, 나머지 20%는 민간 투자자들이 제공한 자본으로 조달됐습니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의 초기 자금 구조가 매우 부채 의존적이었고, 이는 이후 프로젝트의 재무적 어려움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비록 직접적인 보조금이나 출자는 없었지만, 정부는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정책적, 규제적 지원을 제공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 정부는 유로터널 프로젝트의 규제와 승인에 관여했으며, 터널 운영을 허가하고 양국 간 협정을 통해 프로젝트의 법적 틀을 마련했습니다. 예를 들어, 터널 건설 및 운영에 필요한 토지 수용이나 행정적 승인을 신속히 처리했습니다.
유로터널 프로젝트는 정부 보조금이나 출자 없이 진행된 순수 민간 주도형 프로젝트로, PPP 사업 중에서도 독특한 사례입니다. 다만, 정부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지원해 성공적인 추진을 도왔습니다.
유로터널 프로젝트 실패 사유
지금은 유로터널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완공돼 유럽과 영국을 연결하는 중요한 교통 인프라가 되었지만, 초기에는 기술적, 경제적 문제와 운영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이는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에서 나타날 수 있는 재무적, 운영적 리스크를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1988년 공사를 시작할 당시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에 의해 "유럽에서 가장 흥미롭고 희망적인 발전" 으로 묘사됐습니다. 그러나 공학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영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1.경제적 문제
(1) 과도한 건설 비용
초기 예상 비용은 1985년 기준 48억 파운드였으나, 실제 총비용은 95억 파운드로 80% 이상 초과했습니다. 이는 지연된 공사 일정, 장비 납품 지연, 시험 문제 등 기술적 문제와 복잡한 지질 조건, 추가적인 안전 및 규제 요건 등 때문이었습니다. 비용 초과는 대부분 민간 투자자의 부담으로 이어졌고, 프로젝트 초기부터 심각한 부채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2) 부채 과다
프로젝트 자금의 80%를 차입금(부채)으로 조달하면서, 유로터널 운영 회사는 막대한 이자 비용을 감당해야 했습니다. 초기에는 연간 10억 파운드에 달하는 부채 상환 부담이 있었습니다. 낮은 초기 수익률로 인해 채무불이행(default)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습니다.
(3) 예상 수익의 과대평가
프로젝트 초기 수요 예측에서 낙관적 추정이 이루어졌습니다. 초기에는 연간 약 1,500만 명의 승객 및 대규모 화물 운송을 예상했으나, 실제 초기 수요는 예상치의 절반 수준에 그쳤습니다. 유로터널은 저가 항공사 및 기존 페리 서비스와 경쟁해야 했고, 예상만큼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2. 운영 문제
(1) 초기 운영 수익 부족
유로터널 완공 이후에도 초기 몇 년간은 수익성이 매우 낮았습니다. 건설 지연으로 인해 운영 시작이 늦어졌고, 초기 운영 효율성이 떨어졌습니다. 수요가 예상보다 적어 터널의 활용률이 낮아졌습니다. 승객 및 화물 운송 수입이 기대에 크게 못 미쳤습니다. 기존 페리 서비스와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시장 점유율이 낮아지고 요금을 인하해야 했습니다.
운영 첫해(1994~95년)에 9억2500만 파운드의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80억 파운드의 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이 컸습니다. 높은 비용으로 인해 르 셔틀(Le Shuttle) 서비스의 가격이 인상되어 서비스가 축소됐습니다. 예상과 달리 도버-칼레 간 페리 교통이 사라지지 않아 경쟁이 지속됐습니다. 유로스타(Eurostar) 승객 수도 예상치인 연간 1600만 명에 크게 못 미쳤습니다.
영국 내 고속철도 연결 부족으로 초기 10년간 연간 약 600만 명에 그쳤습니다. 화물 운송량이 1998년 300만 톤에서 현재 100만 톤 이상으로 감소했습니다. 영국 내 철도 네트워크 노후화와 적재 게이지 제한으로 화물 운송 잠재력이 제한됐습니다.
(2) 요금 문제
높은 건설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터널 사용 요금을 높게 책정했으나, 이는 고객 유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저가 항공사와의 경쟁에서 가격이 비싸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일부 화물업체와 승객은 비용이 저렴한 페리를 선호했습니다.
(3) 기술적 문제
운영 전뿐만 아니라, 운영 초기에도 터널 내부의 안전 문제와 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종종 운행 중단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예를 들어 터널 내 화재(1996년, 2008년), 기술적 고장으로 인해 열차 서비스 중단 등이 있습니다.
(4) 지정학적 문제
지정학적 문제도 있었습니다. 테러 위협으로 인한 보안 강화로 비용이 증가했습니다. 브렉시트(Brexit)로 인해 EU 외부 국경이 되면서 통관 절차가 복잡해졌습니다.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한 여행 산업 전반의 어려움도 가중됐습니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유로터널 프로젝트는 지속적인 재정 구조조정을 거쳐야 했으며, 운영 기간도 애초 55년에서 99년으로 연장되었습니다. 현재까지도 프로젝트의 잠재력을 완전히 실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5) 운영사 구조조정
재정 위기로 인해 유로터널 운영 회사는 2006년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부채를 대폭 감축해야 했습니다. 새로운 지배 구조 아래에서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고, 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회복했습니다.
현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
유로터널은 1994년 개통 이후 유럽과 영국을 연결하는 주요 교통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브렉시트, 코로나19 팬데믹, 정부의 무관심, 보안 강화 등의 요인으로 인해 운영 비용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
● 운영 비용 증가 : 초기 예상보다 높은 건설 비용과 민간 자금 조달로 인한 부채 문제로 인해, 유로터널은 운영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서비스 축소와 요금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이로 인해 도버-칼레 페리 서비스는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 여객 수 감소 : 유로스타의 연간 예상 승객 수는 1600만 명이었으나, 실제로는 첫 10년 동안 약 600만 명에 그쳤습니다. 2019년에는 1110만 명으로 증가했지만, 이는 여전히 초기 예상보다 낮은 수치입니다. 또한, 영국 내 고속철도 연결의 지연과 보안 강화로 인해 서비스 확장이 제한됐습니다.
● 화물 운송 감소 : 1998년 300만 톤이었던 화물 운송량은 현재 100만 톤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이는 영국 내 철도 인프라의 한계와 적재 한계로 인한 제약 때문입니다.
향후 전망
● 경쟁 심화 : 최근 몇 년간 유로스타의 독점에 도전하는 새로운 철도 서비스 제공자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페인의 스타트업인 에볼린(Evolyn)은 2026년까지 런던과 파리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계획 중이며,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도 런던-파리, 런던-브뤼셀, 런던-암스테르담 노선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또한, 네덜란드의 스타트업 휴로(Heuro)는 2027년부터 암스테르담에서 런던과 파리로의 서비스를 준비 중입니다.
● 인프라 개선 필요 : 영국 내 철도 인프라의 개선과 적재 한계 문제 해결이 화물 운송량 증대에 필수적입니다. 이러한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채널 터널의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 정치적 요인 : 브렉시트 이후의 새로운 관세 및 이민 정책, 보안 강화 등이 터널 운영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국경 통제 강화로 인한 비용 증가와 서비스 지연이 우려됩니다.
유로터널 프로젝트는 초기 경제적·운영적 문제를 극복하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장기적으로는 개선된 운영 체계를 통해 안정화됐습니다. 하지만 기술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정치적 요인으로 인해 초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향후 이러한 도전 과제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터널의 잠재력이 결정될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