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유엔사부지 브릿지론 3개월 연장...메리츠그룹이 1조 쐈다
부동산PF시장 복합 위기에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 유엔사부지 복합시설 개발사업의 브릿지론이 3개월 연장됐다. 메리츠화재 메리츠증권 메리츠캐피탈 등 메리츠그룹 3형제가 자체적으로 브릿지론 1조원을 조달했다.
20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전일 유엔사부지 시행사인 일레븐건설과 금융주간사인 메리츠증권은 1조원 규모의 브릿지론 만기를 내년 3월 20일로 연장하는데 합의했다. 이로써 시행사 측은 내년 4월 이후 최초 분양 돌입 준비를 위한 시간을 벌게 됐다. 시행사 측은 본 PF를 받아 분양에 들어갈지, 브릿지론을 연장할지 검토했으나 현 분양시장의 부정적 분위기를 고려해 브릿지론 연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사부지가 서울의 알짜 부지인 점을 고려해 브릿지론 대주단에는 온전히 메리츠금융그룹만 참여했다. 메리츠화재가 5000억원을 투자한 것을 비롯해 메리츠증권 3000억원, 메리츠캐피탈 2000억원을 각각 투입했다. 메리츠증권은 사모사채 매입 의무 조건으로 3000억원의 전자단기사채를 발행해 조달했으며, 내년 3월 만기일까지 1개월 단위로 차환 발행한다.
메리츠금융그룹은 부동산 관련 대출 심사 기준을 엄격하게 하되, 일단 그룹의 기준에 합격하면 과감하게 투자 및 대출 집행에 들어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깐깐한 심사 기준을 통과한 우량 프로젝트에 대해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 메리츠증권이 한꺼번에 투자하는 전략을 취한다.
이 개발사업에 정통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일레븐건설이 애초 매입 당시 토지가격인 1조원에 비해 시세가 2.5배 올랐다"면서 "금융시장이 불안정하기는 하지만 이런 토지가격 상승분과 분양성, 일레븐건설의 신용도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메리츠금융이 통크게 대출약정을 맺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레븐건설은 지난 2017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땅을 약 1조500억원에 매입했는데 최근 시세가 2조5000억원 정도까지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서울시를 통과한 유엔사부지 개발계획안에 따르면 지상 20층, 지하 7층 규모의 공동주택 420세대, 오피스텔 777실과 호텔, 업무시설, 판매 및 문화집회시설 등이 어우러진 주상복합 건축물이 들어선다. 특히 5성급의 고급 럭셔리호텔인 로즈호텔도 입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부지에는 용산공원과 이태원 관광특구를 연결하는 길이 330m의 공공보행통로를 계획하고, 공공보행통로와 결합된 선형의 공개공지를 폭 17~36m로 조성해 저층부의 대형 판매 복합몰, 녹지 및 문화공원을 연계시켜 지역 주민이 자유롭게 통행하게 했다.
다양한 주거유형의 공동주택과 한강의 물결을 반영한 오피스텔 디자인, 용산공원과 남산의 자연을 이어주는 수직정원 계획으로 기존의 획일적이고 단조로운 단지계획에서 벗어나 다양한 표정을 품으면서도 조화롭게 어울리는 복합단지를 계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