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 논란'에 일반수소발전 재입찰한다...사업자들 혼란 불가피
전력거래소가 2024년 일반수소발전 경쟁입찰을 다시 진행키로 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지난 12일 입찰 마감시간이 갑작스레 2시간 연장되면서 특혜 논란이 불거진 데 따른 고육책이다. 입찰에 참여한 발전사업자들은 처음부터 다시 입찰 제안서를 준비해야 해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력거래소는 31일 '수소발전입찰시장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2024년 일반수소발전 경쟁입찰을 재공고해 시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공지했다. 구체적인 재공고 일정은 8월1일에 공개된다.
전력거래소 측은 "지난 12일 입찰제안서 제출 마감일에 전산시스템 오류가 발생, 긴급 시스템 점검 및 마감 연장 조치를 시행했다"면서 "그러나 위원회는 절차상의 문제로 유효한 경쟁이 성립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이같이 재공고를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재입찰이 전격 결정되자 발전사업자들은 허탈해하는 모습이다. 몇달에 걸쳐 준비해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은 재무모델링 등 견적을 다시 새롭게 뽑는 등 절차를 다시 준비해야 해 일대 혼란이 예상된다. 특히 사업 주체인 전력거래소의 준비 소홀에 따른 것이어서 비난의 화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발전사업자 관계자는 "올해 입찰 가격을 이미 공유한 이상 우선협상대상자 예상 합격권을 알기 때문에 재입찰 때는 업계가 더 낮게 투찰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가격이 내려가 한전 입장에서는 좋겠지만 사업자들의 재무 부담은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력거래소가 그대로 입찰 심사를 강행하자니 기존 정상 시간내 참여 사업자들의 불만이 제기될 것이고, 마감시간 연장 시간에 참여한 사업자를 제외하자니 이들 업체가 불만을 제기할 것으로 보여 재입찰을 전격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결국 모두가 재입찰에 따른 불편에 노출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2일 마감 시간이 오후 3시에서 5시로 2시간 연장되자 입찰 참여 사업자 사이에 특혜 시비가 불거졌다. 정상 시간에 제안서를 낸 사업자들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 할 수 있다며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한 입찰 참여사 관계자는 "전력거래소가 사업설명회 때 미리 제 시간에 입찰 참여하라고 당부해 입찰 시간을 준수했다"면서 "그런데 뒤늦게 시간을 연장해준 것은 전력거래소가 원칙을 어긴 것이고 기업에 혜택을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업자들이 가장 큰 우려한 것은 업체들의 가격 정보를 교환하고 추가 연장시간에 이 보다 낮은 가격에 입찰 제안서를 낼 개연성이 있는 점이다. 이 경우 낙찰에 영항을 줄 수 있다.
마감 연장시간에 발전공기업의 사업을 포함해 6개 프로젝트가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 참여사 관계자는 "마감이 지난 시간에 홈페이지에 마감 연장 소식을 공지한 바람에 이를 모르는 업체들이 3시 마감 뒤 가격 정보를 다른 기업과 공유한 것으로 안다" 면서 "남의 가격 정보를 확인한 업체가 연장 시간 동안 입찰 제안서를 냈다면 연장에 따른 혜택을 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은 올해 경쟁률이 작년보다 절반으로 낮아졌지만 발전공기업의 입찰 참여가 작년에 비해 많을 것이라는 소식에 예민해 있는 상황이다. 자금력과 신용도가 높은 발전공기업이 민간 발전사보다 PF금융 조달 측면에서 유리해 공격적인 가격으로 투찰할 수 있다.
한편 전력거래소는 올해 일반수소발전 경쟁입찰을 공고하고 지난 8~12일 발전사업자를 상대로 입찰제안서를 접수했다. 올해 공고된 개설 물량은 1300GWh(설비용량 기준 160~170MW)로 지난해와 같지만 입찰시장이 연 1차례(작년 2차례)만 개설된다.
전력거래소는 마감 이후 입찰서류를 평가해 8월2일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하고 이의신청 및 등록절차를 거쳐 8,9월 중 낙찰자와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었다. 올해 40여개 발전사업이 입찰 등록해 총 설비용량 기준 350MW 내외 물량으로 입찰에 참여했던 것으로 추산된다. 공고 물량인 160~170MW 대비 약 2대1 이상의 경쟁이다. 대부분 10MW~20MW급 발전사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