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민자도로, 전략환경평가서 줄줄이 제동...사업성 ‘적색등’

수도권 주요 민자 고속도로 개발사업들이 전략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 주민 반대에 부딪혀 줄줄이 멈춰서고 있다. 사업 주체들은 노선이나 나들목(IC) 변경 등 민원 대안을 검토 중이지만, 착공 지연이나 사업 차질이 상당 기간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성남~강남, 하남~남양주 ~포천, 의왕 ~광주 등을 연결하는 수도권 민자도로 사업들이 최근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주민 수용성 부족’ 사유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주민 민원에 대한 보완 및 해결 원칙을 고수하면서, 사업자 입장에선 비용 부담이 확대되고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성남~강남 민자고속도로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과 일원동 일대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IC 설치가 불투명해졌다. 대우건설이 2016년 최초 제안한 이 사업은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에서 서울 강남구 개포동까지 총 연장 9.5km 구간이다. 하지만 재건축 입주가 이어진 개포·일원 일대는 이미 대단지 아파트 밀집 지역으로 변모하면서 주민들은 "고속도로 출입구가 교통체증과 안전문제를 유발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일원IC 설치에 반대하는 서명이 피해 가구의 90% 이상에서 접수됐다는 게 강남구 측 설명이다.

중부연결(하남-남양주-포천) 고속도로는 HL디앤아이한라가 추진 중이지만 하남 천현동 주민과 인근 사찰의 거센 반발로 정체 상태다. 왕복 4차로로 계획된 27.1km 노선은 하남시 하산곡동에서 남양주시 진접읍을 잇는다. 주민들은 기존 중부고속도로에서 이미 소음과 매연 피해를 받고 있다며, 추가 노선은 “마을 단절과 환경 훼손을 초래한다”고 반대하고 있다. 지난 4월 천현동 마을회관 앞에서는 지역 주민과 정심사 신도들이 모여 건설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GS건설이 주도하는 의왕~광주 민자도로(제2영동연결) 사업도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분당 구미동 주민 등 4000여명이 청원서를 제출했으며, 주민설명회는 “사전 정보 제공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비판 속에 무산됐다. 해당 사업은 의왕 청계동에서 광주 초월읍까지 총 32km에 달하며, 2023년 적격성을 통과한 상태다. 그러나 분당 주민들은 "탄천, 동막천, 불곡산 등 생태공간을 훼손하는 신규 노선"이라며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노선 제안 사업자들은 노선 조정, 일부 구간 지하화 등 민원 대안을 마련 중이다. 그러나 사업비 증가는 불가피하다. 지하화 공사만으로도 단가가 2~3배 높아지며, 민자수익의 핵심인 통행요금은 도로공사 기준을 따르다 보니 수익 확대 여지가 적다는 점이 문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는 20~30% 올랐지만 요금 인상률은 10년째 제자리"라며 "민원으로 인한 추가 비용이 더해지면 수익성은 사실상 무너질 수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국가재정사업과 달리 민자사업은 금융조달이 핵심인데, 수익성 흔들림은 PF 조달에도 영향을 준다”고 덧붙였다.
민자업계는 정부의 주민 수용성 중시 기조에 공감하면서도, 사전에 일정한 가이드라인이나 지원방안 없이 민원 처리만 강조할 경우 민자사업 전반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