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역이 바라본 호텔업의 본질

오늘의 주제는 호텔입니다. 대학에서 호텔경영학을 공부했고 관련 산업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도 큰 편이라, 이번엔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았습니다. 특히 국내 호텔업계를 중심으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국내 호텔 산업을 이야기할 때, 코로나19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호텔신라, 롯데호텔을 비롯한 국내 주요 호텔업체들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하나의 공통점이 보이는데요. 바로 2020년 실적이 큰 폭으로 악화됐다는 점입니다.
사드 배치 이후 중국 관광객의 입국이 제한되며 회복세를 보이던 시점에, 코로나19가 덮치면서 호텔업은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호텔이 문을 닫거나 용도가 변경되어 철거 수순을 밟게 되죠. 특히 호텔 부지에 오피스텔 등 주거용 건물이 들어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남산 힐튼, 이태원 크라운, 청담동 프리마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랜드마크 호텔들이 코로나를 버티지 못하고 사라졌습니다. 그중에서도 많은 이들의 추억이 깃든 남산 힐튼의 폐업은 참 아쉽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저는 이 흐름 속에서 한 가지 긍정적인 포인트를 발견했습니다. 코로나는 어느 정도 회복됐고, 중국 단체관광객도 서서히 돌아오는 와중에, 정작 호텔들은 이미 용도가 변경돼 버렸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시나리오는 바로 ‘공급 부족 + 수요 증가’입니다. 산업의 흐름은 언제나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실제로 2022년부터 서울시 관광호텔 객실 수는 감소세를 보였고, 평균 객실 판매 단가인 ADR(Average Daily Room rate)은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호텔의 수익성은 앞으로 더 개선될 것이라 2~3년 전부터 조심스레 예측해왔습니다.
다만 당시엔 관광업 전반에 부정적인 분위기가 짙어, 이같은 관점을 강하게 주장하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눈에 띄게 개선된 실적을 내는 호텔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 실물 부동산 시장에서도 괜찮은 호텔 매물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신라스테이 서대문’이 그중 하나이고, 개인적으로 관심을 두고 있던 ‘포포인츠 명동’도 최근 손바뀜이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핵심 입지에 있는 포포인츠 명동의 경우, 마스터리스 조건은 어떻게 다시 구성될지, 지분 투자자는 어떻게 짜일지 궁금해집니다.
이런 와중에 DL그룹과 KT그룹은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추진했던 호텔 매각을 철회하는 분위기입니다. 이 결정과 관련해 두 그룹 모두 여러 이야기가 오가고 있긴 하지만, 현재 대기업들이 호텔업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서가 되기도 합니다. 저는 이를 호텔을 ‘전략 자산’으로 보고 있다는 시그널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물론 호텔업은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 산업이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 의견이 틀렸다고 할 순 없지만, 호텔을 단순히 서비스업으로 분류하는 건 다소 교과서적인 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대규모 자본이 선행되는 장치산업에 더 가깝고, 동시에 입지가 중요한 부동산업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지 않나 싶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문득 떠오르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대학 시절 교수님들이 수업 시간마다 외치던 구호였죠.
“호텔의 처음이자 끝은 바로, Location! Location! Location!”
이와 관련해 잘 알려진 일화도 있는데, 삼성그룹의 고 이건희 회장이 호텔업을 서비스업이 아니라 장치산업으로 보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업의 본질을 제대로 꿰뚫은 시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K-컬처를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는 만큼,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호텔 매물이 시장에 나오고 있는 시점엔, 공급이 늘어나는 만큼 좋은 자산을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기 마련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서울 및 부산의 핵심 입지에 있는 4~5성급 호텔들은 지금 시점에서 꽤 매력적인 투자처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