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의 실용적 활용과 해외 PF시장의 변화

최근 CERAWeek 컨퍼런스에서 BlackRock의 Larry Fink CEO는 에너지 정책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의 발언은 단순한 의견 개진이 아니라, 현재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정확히 짚어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AI 데이터 센터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인해 전력 수요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태양광과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는 본질적으로 간헐적인 특성을 가지므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서는 여전히 천연가스, 원자력 등의 ‘즉시 활용 가능한 에너지원(Dispatchable Energy, 즉시 공급 가능 에너지)’이 필요합니다.
Dispatchable Energy란 전력 수요가 발생할 때 즉각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를 의미하며, 주로 천연가스 발전소, 석탄 발전소, 원자력 발전소, 수력 발전(저수지 기반), 일부 대형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BESS)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반면 태양광과 풍력은 바람과 일조량에 따라 전력 생산이 변동되는 간헐적(intermittent) 에너지원이므로 단독으로는 신뢰할 수 있는 전력망을 구축하기 어렵습니다.
에너지원의 실용적 활용과 시장의 재편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에도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첫째, 전력망 안정성을 보완하는 인프라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확대가 예상됩니다. 이는 천연가스 발전소뿐만 아니라, 대규모 배터리 에너지 저장 시스템(BESS), 양수발전과 같은 저장 기술 및 송배전망 개선 프로젝트에 대한 PF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입니다. 특히 PF에서 주요 고려 요소인 전력 구매계약(PPA, Power Purchase Agreement) 구조가 변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재생에너지 단독 PPA보다, 신재생과 가스 발전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PPA’ 모델이 더 주목받을 수 있으며, 이에 따라 금융기관들은 PPA 신용도 분석을 보다 정교하게 수행해야 합니다.
둘째, 규제 완화 및 인허가 개혁이 PF 투자 확대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Fink가 강조한 인프라 프로젝트에 대한 인허가 개혁이 실현된다면, 기존보다 빠른 사업 승인과 개발이 가능해지면서 PF 금융 조달이 용이해질 것입니다.
이는 연금펀드, 보험사, 국부펀드 등 장기 투자 기관들의 에너지 PF 시장 참여를 촉진할 것입니다. PF 구조에서 가장 큰 리스크 중 하나가 ‘건설 및 운영 인허가 지연’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규제 완화는 금융 조달 비용 절감과 PF 프로젝트 활성화를 동시에 가져올 수 있습니다.
셋째, 청정에너지 기술의 상업적 현실성이 PF 금융 모델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Fink는 청정 수소 등 일부 신기술이 현재로서는 지나치게 비용이 높다고 지적했으며, 이는 PF 시장에서 재생에너지 관련 프로젝트의 금융 조달이 더욱 신중해질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수소, 탄소 포집(CCUS) 등 신기술을 활용한 프로젝트는 높은 Capex(자본지출)와 불확실한 수익 모델로 인해 전통적인 논리로 PF 조달이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PF 금융기관들은 이러한 프로젝트에 대해 보조금, 정책적 지원 여부, 혹은 대출 보증 프로그램과 연계된 금융 구조를 더욱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념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이상적인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실용적인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에너지 시장의 변화는 한순간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PF 금융 시장 역시 전력망 안정성, 정책적 리스크, 금융 구조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응이 요구됩니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는 ‘Make Energy Great Again’이라는 메시지처럼,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입니다.
[참고 자료]
1. https://www.ceraweek.com/en
2.https://www.reuters.com/business/energy/ceraweek-uaes-xrg-make-big-investment-us-gas-adnoc-ceo-2025-03-11/
3. "Make energy great again", PFI, 2025. 3.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