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부동산 자문·주선으로 눈 돌리는 증권업계

증권업계가 올 들어 거래가 활발한 오피스 자산의 매각 자문이나 우선주·대출 주선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공사비 급등으로 부동산 개발시장이 침체되고 신규 딜이 급감하자, 실물 거래시장으로 눈을 돌려 수익 기회를 찾는 모습이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여의도 태흥빌딩을 담보로 2280억원 규모의 대출을 모집하고 있다. 선순위 1900억원, 후순위 380억원으로 구성됐다. 2023년 담보대출 취급 당시보다 임대수익과 토지비가 상승했음에도 선순위 금액은 동일하게 유지해 안정성을 강화한 점이 특징이다.

해당 빌딩은 태흥산업이 소유하고 있으며, 2016년 전면 리모델링을 통해 건물 스펙이 크게 개선됐다. 현재 임대율은 98%에 달한다.

하나증권은 지난달 강남 우준타워의 담보대출 주관사로 참여해 조달을 마쳤다. 지하 5층, 지상 17층, 연면적 2819평 규모 자산으로, 선순위 610억원과 후순위 250억원의 대출이 실행됐다. 임대수입금 계좌에 대한 예금반환채권을 금전채권으로 신탁 설정한 구조가 특징이다.

하나증권은 또 볼트자산운용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현대그룹 연지동 사옥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해당 자산은 4000억원 이상 규모이며, 하나증권은 이 중 에쿼티(자기자본) 투자금을 담당할 예정이다. 하나증권이 볼트자산운용의 자산 매입 펀드 수익증권을 인수한 뒤, 추후 재매각(셀다운) 방식으로 기한 내 거래를 종결하는 구조다.

한국투자증권은 분당두산타워 매각의 대표 주관사로 선정돼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투자증권은 2021년 코람코자산신탁이 해당 자산을 인수할 당시 설립된 분당두산타워리츠의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입찰에는 코람코자산운용(리츠), 한화자산운용 등 총 3개 운용사가 참여했다.  매도자는 코람코자산신탁 리츠다. 5일 입찰 참여자 3곳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예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증권사들의 실물 부동산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매수 희망자들도 증권사와의 자금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교보자산신탁이 매각하는 삼성동 빌딩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은 자기자본 투자(PI) 및 시설관리(FM)사를 통해 보통주 투자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동시에 기관 투자자 대상 우선주 모집도 추진한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의 우선주 잔액인수 방식도 병행할 방침이다. 기관투자자들의 연말 북 클로징을 피하고, 10월 내 신속한 거래 종결을 위해 증권사 인수 방식이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증권사 관계자는 “올 들어 부동산 개발시장 딜 가뭄이 심화되고 있다”며 “실물 부동산 에쿼티나 대출 주선을 통한 수익 확보는 개발 딜 부족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