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발전의 해외 풍력투자 실패 사례 분석과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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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지난 6일 한전 발전자회사들이 풍력발전 사업에 투자하면서 경제성 검토를 부실하게 하거나 계약 미이행 업체에 대한 제재를 부당하게 면제해 회사에 손실을 초래한 사안에 대해 담당자 문책·주의를 요구했습니다.
서부발전의 경우 스웨덴 풍력발전 사업에 투자하며 현지의 풍속 데이터 등을 활용하지 않는 등 경제성 검토 소홀로 투자금 392억원 전액을 날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번 기고에서는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살펴보고, 풍력 투자의 성패를 가르는 풍속 측정과 전력 판매 계약의 중요성을 알아보겠습니다.
1.392억원 손실이 발생한 원인과 분석
섭발전의 풍력 프로젝트 투자 실패는 '데이터 신뢰성 붕괴→계약 리스크 방치→사후 관리 부재'의 3중 실책으로 발생했습니다. 투자 전 모델링에 반영한 예상 풍속은 6.49~6.81m/s 였지만, 실제로는 5.73~6.22m/s 에 그쳤습니다. 풍력 발전량은 풍속의 세 제곱에 비례합니다. 만약 예상 풍속이 10m/s 였는데, 실제 풍속이 5m/s면 발전량은 절반이 아니라 1/8 수준에 그칩니다.
게다가 2020년 10월 현지 실사에서 이미 모델링에 반영된 것보다 8~11% 낮은 풍속 데이터를 확인했으나 경제성 평가 과정에서 반영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매출액이 과다 계상되고 내부 수익률(IRR)은 7.41%로 나와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풍속과 매출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예측한 것도 문제였으나 더 큰 오류는 전력계약에 있었습니다. 기상 조건에 따라 바람의 세기는 확률적으로 변동되며 바람이 전혀 불지 않는 날도 발생하지만, 서부발전은 시간단위로 최저발전량을 보증하고 대신 평균 매전 단가는 높이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만약 시간대별 의무공급량을 미달하면 발전사는 미달한 발전량에 시장 전력 단가를 곱해서 보상해야 하는 특약이 붙어있었습니다. 이러한 보상 조건은 해당 지역에서 수행된 다른 풍력사업들에서 찾기 힘든 계약 구조였습니다.
다른 회사들이 이러한 조건을 피한 이유는 바람이 불지 않아 풍력 전기가 부족한 시간대는 보통 전력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해서 시장 가격이 인상되므로 리스크가 크게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서부발전은 평균 풍속을 과도하게 예상하고, 보상금에 적용되는 시장 전력 단가도 낮게 책정하여 예상 보상금을 매우 작게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운영 시 보상금 누적액은 3년만에 392억 원을 초과했으며, 그 결과 누적 손실로 투자금 전액이 투자 후 불과 3년만에 모두 소진돼 버렸습니다.
투자를 2020년 하반기에 결정한 후 2021년 1~10월 보상금 발생률이 52.42%에 수익률은 -2.44%로 추락했지만, 서부발전은 상황을 낙관하고 추가 자본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발발은 전력 가격을 급등시켰고, 매전 가격은 고정되어 있는데 보상금은 시장가격으로 정산하는 계약 구조는 사업을 완전히 망가뜨렸습니다. 결국 서부발전은 3년만에 전액 손실로 사업을 정리했습니다.
2.풍력 사업 투자자를 위한 교훈: 데이터·계약·모니터링의 균형
풍력사업의 핵심은 바람의 질과 변동성 평가입니다. 풍력 발전량이 풍속에 세 제곱에 비례하므로 발전기를 설치할 그 장소와 그 높이에서 적어도 12개월 이상 풍속을 실측한 데이터 없이 발전사업 투자를 결정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또한 쓸만한 풍력 데이터를 확보하더라도 장기간 발전량을 평가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전문적인 작업을 필요로 하며, 기관별로 결과물이 상이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통상 독립 검증기관 3곳을 통해 교차 분석하여 발전량 예측을 해야하는데 서부발전은 단일 용역업체 보고서만 참조하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서부발전의 사례에서는 IRR 민감도를 냉정하게 분석하지 않았는데, 실제 계측된 풍속과 전력판매 계약 조건에서는 풍속이 10% 감소시 IRR은 7.41%에서 2.1%로 떨어지게 되어 있었습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연단위 평균 풍속, 계절별 풍속, 일간/시간대별 풍속의 편차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올해는 잘 안 불거나 바람이 2주 이상 거의 불지 않는 현상도 자주 나타납니다. 그러므로 최저 발전량 보증이나 시장가격으로의 미달 발전량 보상 같은 조항은 풍속 변동이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매우 위험합니다.
재생에너지 발전은 본질적으로 발전량을 통제할 수 없으므로 최소 수익 보장 조항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자유화된 전력시장에서 진행되는 사업이라면 전력가격 변동을 감안한 헷징 장치를 마련해야 하며, 보조금이나 기존 발전기의 수익 보장과 관련된 정부 정책을 계속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조금 비싸기는 하지만, 기상재해나 정치적 리스크까지 커버할 수 있는 포괄 보험을 가입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3.시사점
재생에너지 투자 중에서도 풍력 투자는 풍속에 따른 발전량 변동에 예민하며, 자유화된 전력시장에서 운용될 경우 리스크가 높아집니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정밀한 풍속 데이터를 확보하여 여러 기관을 통해 검증하고, 전력 판매 계약 리스크를 정량화하고 풍속 시나리오 분석을 냉정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또한 단계적으로 출자하면서 초기 프로젝트들의 발전량이 예상대로 나오는지, 전력 판매 계약에서 놓친 부분은 없는지 적극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야 합니다. 서부발전이 392억원의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했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업계에서는 풍력사업 투자 시 기술적 타당성보다 계약 구조의 견고성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감사원 보고서의 결론이 인상적입니다. "재생에너지 투자의 성패는 계약서 한 줄에 달렸다". 이번 실패가 한국 금융계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더 스마트한 투자자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