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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를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1-시행사업에 PF가 갖는 의미

낭만디벨로퍼 김영철
낭만디벨로퍼 김영철
- 15분 걸림 -

부동산개발 프로젝트의 기나긴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이정표(milestone)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하나를 특정해 말씀드리기 사실 어렵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그것이 PF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시행은 건축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고, 건축물을 만들어 낸 후 매각하거나 운영해 이익을 얻는 행위입니다. 이를 뒤집어 말한다면, 건축물이 잘 지어지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고, 더 나아가 지은 건축물을 적절한 가격에 매각하거나 운영해 이익을 얻지 못하면 또한 의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땅을 얻지 못하면 이 모든 행위가 애초에 성립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가장 중요한 이정표는 a) 토지 취득 행위(i.e., "지주작업")와 b) 건축 행위, 그리고 c) 매각 행위(i.e., "분양")라고 해야 옳을 것입니다.

실제로도 지주작업과 분양은 어느 지점에서는 예술의 경지와 맞닿아 있습니다. 이 지점을 다루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샛길로 새게 되니- 사실 이 이야기들이 훨씬 재미있습니다만 - 이 글에서는 이 정도로 줄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럼에도 PF - 프로젝트 금융(Project Financing)은 전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의 프로세스 중에서 a) 가장 압축적인 이정표이며, b) 동시에 필수불가결한 마일스톤입니다.

"필수불가결하다"는 명제부터 생각해 보겠습니다. 대부분의 시행 프로젝트에서 프로젝트 금융이 일어나지 않으면 토지 단계에서 건축 행위와 분양 행위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우선 "대부분"이라고 말씀 드린 것에 주목해 보시지요. PF 없이 진행되는 건축 행위, 시행 행위도 꽤나 존재합니다. 소위 "풀 에쿼티 사업" 입니다. 자수성가 하신 몇몇 회장님들은 "왜 내가 남의 돈을 비싼 이자를 치러가며  빌려야 하느냐"라고 말씀하시고는 합니다(많은 경우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하십니다).

이런 경우, "미확정 담보물"이라는 불확실한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기 때문에 비쌀 수밖에 없는 프로젝트 금융을 활용할 필요 없이, 당해 회사의 고유 자금 또는 당해 회사의 신용을 기반으로 차입한 금원("corporate financing")으로 건물을 지으면 그만입니다.

그렇지만 많은 경우는 이 선택지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시행 사업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자금은 막대합니다. 서울, 수도권에 있는 좋은 땅을 매입해 시행하는 경우, 필수사업비는 1천억원을 훌쩍 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상당한 수준의 부를 축적한 개인 자산가나 회사를 운영하는 사업가라 할지라도 이정도의 금원을 모두 자기 자금으로 충당할 수 있는 경우는 드뭅니다. 이런 경우 프로젝트 금융을 활용 해야만 사업 진행이 가능합니다.

설령 자기자본만으로 건축 비용을 모두 지불할 수 있는 경우라 할지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경영의 관점에서 언제나 옳은 것도 아닙니다. 소위 "기회 비용"의 문제 때문입니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자기자본이라는 한정된 자산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약 건축주가 별도의 사업을 영위하는 - 예를 들어 화장품 마케팅 회사를 운영하는 - 회사의 대표일 경우, 당해 회사의 고유 사업을 운영하는데 대부분의 여유 자금들을 투입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이러한 경우, 사옥을 지을 수 있는 비용 전부를 커버할 수 있는 금원이 회사에 유보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프로젝트 금융을 활용하는 편이, 회사의 본업에 투자할 금원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옳은 선택일 것입니다.

건축주가 시행사일 경우에도 마찬가지의 경우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M사나 S사와 같은 대형 디벨로퍼를 예로 들어 생각해 보자면, 이 정도 규모의 디벨로퍼들이 단일 사업장에 필요한 자금을 자체 자금으로 댈 수 없어서 투입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은 계속 기업으로서 다수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해야 합니다. 이러한 경우에 단일 사업장에 가진 자금 전부를 투입하는 것보다는, 필요한 만큼의 자금만 투입하고 나머지는 PF로 조달하는 선택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개인 자산을 운용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집을 구입할 때 대부분 대출을 활용하는데, 물론 주택 구매 대금 전액을 지불할 수 없는 경우에 대출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설령 그 금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저리의 대출을 활용해 집을 구입하고, 남은 금원은 다른 투자 자산에 투입하여 "가정"이라는 주체의 자금 운용을 최적화하고 궁극적으로는 부를 극대화하는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많은 경우 자체 자금만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보다 프로젝트 금융을 활용하는 것 - 즉 적절한 수준의 "레버리지(leverage)"를 활용하는 편이 더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프로젝트 금융이 가장"압축적인" 이정표라는 명제 또한 고찰해 보면 좋겠습니다.

시행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는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마치 빅뱅 전의 우주가 "무(無)"의 상태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사업시행자, 즉 시행사가 어떠한 토지를 물색해 냅니다. 건축사들과 협업하여 어떠한 종류, 형태, 규모의 자산을 건축할지를 판단하고, 이를 분양하거나 운영할지를 고민하는 등 의사결정들이 차곡차곡 쌓여 가게 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시행자는 사업의 수익성을 검토해 볼 것입니다.

그러나 이 단계까지의 의사결정은 시행사만의 자의적인 판단일 뿐입니다. 즉, 시행사가 "이 정도면 충분히 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 분양 가격, 그리고 "이 정도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라고 생각했던 평당 시공 단가와 시공사 리스트, "이 정도 금리와 수수료로 금융 조달이 가능할 것이다"고 생각한 금융 조건과 금융 비용 등은 이 시점부터 무수히 많은 도전을 받게 됩니다.

시행사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익을 극대화 하고 싶은 욕구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시행사가 임의로 정한 분양가는 대주단이 되는 금융 기관이나 책임준공 확약, 보증을 제공하는 시공사나 신탁사가 판단한 적정 분양가보다 높은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시행 경험이 풍부한 노련한 시행사의 경우 적정하거나 오히려 시장 가격보다 낮게 책정하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만, 이런 경우는 드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분양가나 준공 후 일괄 매각을 위해 책정된 매각가를 낮추고자 하는 금융기관, 신탁사, 시공사의 하방 압력과의 길고 긴 협상이 시작됩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분양가를 낮출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시행사 대표님 중에는, 길고 긴 협상에 지치거나 브릿지론 연장에 따른 이자 마련이 너무 힘 들어 "본 시행이익 전부를 포기하려고 하니 PF 진행만 되게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하시는 경우가 있지만, 역설적으로 시행이익에서 일정 수준의 이익률이 확보되지 않으면 유사 상황이 발생했을 때 견딜 수 있는 이익의 완충력(buffer)이 없는 것으로 판단해, 바로 그 이유 때문에 PF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기나긴 협상과 줄다리기가 계속 되고 - 물론 작금의 금융 상황에서는 이런 협상이라도 개시되고 진행되는 것이 행복합니다만 - 최초 분양가에 대한 결정과 각종 할인 분양 트리거(trigger) 등이 협의되면서 분양가가 결정되어 갑니다.

시공사 선정과 시공비 협상 또한 기나긴 여정이기는 매양 한가지 입니다. 시행사가 시공사에게 도급을 "주는" 입장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않습니다. 많은 경우는 시공사가 도급을 "받아 주는" 입장입니다. 그러다 보니 협상력을 시공사가 가지고 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초기에 생각했던 시공비보다 시장 가격, 그리고 시공사가 건적 검토 후 제시하는 적정 평당 공사비는 거의 언제나 높습니다.

시행사가 생각했던 등급의 시공사는 대개 그 사업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급 공사비 총액이 100~200억원 상당밖에 되지 않는 사업의 시행주 분께서 브랜드를 가진 시공사를 모시기를 원하면 상당히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합니다. 그래서 당해 사업에 맞는 "적정한" 시공사를 찾고 협의하는 것 자체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당연히 시공사는 할 수 있는 한 "최소한의" 신용을 공여하고자 할 것이고, 대주단과 신탁사는 "최대한의" 신용 공여를 이끌어 낼 것을 원합니다. 시공사의 신용만으로 불충분할 경우 타 사업장의 시행 이익에 대한 질권, 여타 가치 있는 자산의 담보 제공, 또 다른 제 3의 주체의 매입 확약 등을 원하는 경우도 많습니다(특히 최근에는 더욱 그러합니다). 이 또한 굵직한 협상의 주제입니다.

금융 비용 또한 마찬가지의 궤적을 따릅니다. 시행사에서 초안으로 작성해 온 사업성 검토 자료와 사업 수지를 보면, 갈 길이 아주 멀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금융 비용이 기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금언을 기억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모든 비용은 언제나 예상보다 높아지고, 모든 인허가는 항상 예상보다 오래 걸리며, 모든 매출은 일관되게 예상보다 감소하고, 모든 분양률은 예외 없이 예상치를 밑돕니다.

각 분야, 기관의 전문가들은 이 사실을 경험적으로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줄다리기를 합니다. “안전장치”를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이렇게 수많은 영역에 걸친 다양한 포인트들을 하나하나 점검하고 협상해 나가면서, 이해관계자들의 뜻을 한 방향, 궁극적으로는 한 지점으로 수렴해 나갑니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일이 잘 풀렸다면) "합의"에 도달합니다.

분양가 및 분양 트리거, 평당 도급단가와 도급공사비 총액, 신탁 수수료율 및 총액, 대주단의 구성과 개별 트랜치의 금리 및 수수료, 한도대와 일시대의 비율 및 비중, 신용 보강의 주체, 방식 및 강도, 사전 청약이나 추가 에쿼티 투입을 위시한 인출 선·후행 조건 등 시행 프로젝트를 위한 제반 조건들이 사업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들 간 상호 합의에 도달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합의된 조건들을 서면화하고 공식화하며, 한 주체가 다른 모든 주체를 향해 상호 구속하는 법률 행위가 바로 "약정"입니다.

우리 업계에서는 약정 체결을 할 때, 아주 구시대적 방식으로 모든 이해관계자가 한 자리에 모여 수많은 약정서에 직접 날인을 합니다. 저는 처음에 이러한 방식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전자 서명이 기술적,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고 널리 통용되고 있는 2020년대에 수백장의 서류에 사람이 직접 날인, 간인을 한다는 것이 너무도 비효율적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저는 이 이정표를 굳이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잘 이해됩니다. 우리는 이 행위를 "약정식(式)"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일종의 의식(儀式; ritual)입니다. 수개월, 길게는 일년까지도 이어지는 지난한 파트너 선정과 협의, 협상의 과정을 거쳐, 수많은 논쟁과 언쟁의 시간을 지나 마침내 합의에 도달한 우리 모두를 치하하는 자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업 약정과 이어지는 PF 기표는 바로 이러한 의미를 지닙니다.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던 무(無)의 상태에서 디벨로퍼가 사업을 착상하고 토지를 물색하기 시작하면서 "무언가"가 태동하게 되고, 그리 길지 않은 기분 좋은 기획과 두근거림의 시간을 지나, 수많은 이해관계자 및 파트너와의 지리멸렬하고 감정 상하는 협의와 협상의 계곡을 건너, 마침내 도달한 결과물이 "약정 및 PF 기표"라는 한 지점에 압축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PF는 전 시행 프로세스에서 가장 압축적인 이정표라 불리는데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이 글의 제목은 레이먼드 카버의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에서 착안했습니다. 그간 PF에 대해 쓴 글들이 커버하지 못했던 내용들을 중심으로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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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디벨로퍼 김영철

포어모스트자산운용 대표이사. 낭만 디벨로퍼이자 다정한 금융가, 명랑한 스타트업 경영자로 스스로를 정의합니다. 블로그 게시 내용 중 부동산 개발 관련 글을 모아 딜북뉴스 독자분들과 공유합니다. 메신저 서비스인 슬랙(Slack)을 기반으로 부동산 커뮤니티 '레인(Rein)'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메일: eric.youngcheol.kim@gmail.com 커뮤니타: https://join.slack.com/t/reinetwork-hq/shared_invite/zt-285z4g8px-ks6NYuyycyAN14ySN3m0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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