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시장 키를 쥔 대형임차인들: 현대차와 쿠팡
지난주에는 현대차가 진행하는 삼성동 GBC 프로젝트 관련한 소식이 있었습니다. 원래 건축 계획인 105층에서 55층 2개동으로 변경하겠다는 현대차의 계획을 서울시에서 반려했다는 내용입니다. 아무래도 GBC의 건설 계획이 늦어지면 오피스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오피스시장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임차인 SI는 '현대차'와 '쿠팡'일 것입니다. 이들은 강남과 잠실권역 인근의 업무지구를 중심으로 공간을 사용하는 보기 드문 대형 임차인이기 때문입니다.
현대차는 스케일타워 매입을 시작으로 얼마 전에는 위워크타워 선릉 1호점에서 클래스101이 빠진 자리를 임차하기도 했습니다. 현대차는 작년 영업이익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인력 채용도 늘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강남권역으로 인력들이 모이는 것은 당연히 GBC 개발과도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GBC가 준공되면 현대차 계열사들이 당연히 이곳으로 통합 이전할 것입니다. 그리고 현대차는 자동차 회사로서 제조업이 아닌 IT기업으로 변모해 가고 있고, IT 전문 인력이나 R&D 전문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서는 강남권역에 터를 잡아야 할 수밖에 없습니다.
향후 GBC로 이전하더라도 인근에 사무실을 쓰고 있어야 이전시 인력의 이탈을 막고 지속적으로 좋은 인재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강남권역의 선호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최근에 매각 시장에 나온 대형 오피스 더에셋이나 강남권에서 매각 보류를 하거나 실패했던 자산들이 현대차에 러브콜을 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거래에 어려움을 겪는 시장 상황에서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우량한 임차인이기 때문입니다.
쿠팡도 최근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잠실의 타워730에서 임대차계약이 만기가 되면 나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형 임차인이며 최근 쿠팡의 실적도 개선되고 있는 가운데 사옥에 준하는 큰 공간을 찾아야 합니다.
쿠팡이 임차를 하고 있는 타워730은 다른 권역 대비 임대료가 낮은 수준이었지만 신축급 수준의 우수한 스펙을 가진 빌딩이었습니다. 만약 이전을 해서 비슷한 수준의 빌딩을 찾으려면 현재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임대료에 대한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쿠팡도 IT 회사에 가깝기 때문에 기존에 있던 권역에서 멀리 떠날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다른 권역으로 이전했을 때 인력 채용에 대한 부담이 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최근 강남권역에는 큰 공급이 예정되어 있지 않고, 현대차가 공간을 계속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대형 면적을 사용하려면 도심이나 마곡 쪽으로 이전을 검토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입니다.
쿠팡이 인력을 대폭 감원했기는 했지만, 1만 명에 가까운 본사 직원을 수용하려면 대형 임차 면적이 필요합니다. 물론 IT 회사이기 때문에 재택근무나 유연근무제를 활용해 공간 활용도를 높일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헤드쿼터 역할을 할 오프라인 공간이 필수적입니다.
현대차와 쿠팡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서 하반기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투자 자금 모집이 잘되지 않는 상황에서 우량한 임차인의 신용도를 바탕으로 투자 자금 유치를 할 수 있다면 대형 자산들의 거래도 예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외에도 강남 아크플레이스에 입주한 토스, 도심의 디타워 돈의문에 입주한 대림 등의 대형 임차인들의 임차 만기가 도래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대형 임차인들의 움직임에 따라 시장에 주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임차인들의 의사 결정을 당분간 주목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