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 PF선순위 전략 `효과 톡톡'...영업익 1조클럽 가입
지난해 부동산금융시장 악화에도 메리츠증권이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했다. 우량 프로젝트의 선순위대출 트랜치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이 통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올해에는 IB수수료 수입 둔화세를 방어하고 자산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일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조9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828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8% 늘었다. 당기순이익 역시 창사 이래 최대치다. 레고랜드발 자금경색이 극심했던 지난해 4분기에도 전년 동기보다 46.1% 늘어난 269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부동산PF로 성장한 메리츠증권이 시장 역풍에도 실적 호조를 보인 것은 안전한 선순위 위주 플레이를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메리츠증권은 엄격한 내부 심사 기준을 통과한 우량 프로젝트에 대해 메리츠화재, 메리츠캐피탈 등 그룹 관계사와 한꺼번에 선순위에 투자하는 전략을 취한다. 전체 PF대출 채권에서 선순위 비율은 90% 이상이다.
신용등급 A급 이상 시공사가 책임준공을 하거나 4대 금융지주 계열 신탁사가 책임준공을 확약한 사업을 고른다. 회사가 정한 몇몇 기준에 적합하면 브릿지론이나 본PF 등 금융단계, 물류창고나 지식산업센터 등 상품을 구분하지 않고 2000억~3000억원 단위로 선순위 투자에 나선다.
예를 들어 평택 고덕신도시 복합시설의 PF 모집금 7400억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3600억원을 메리츠금융그룹이 참여했다. 서울 용산 유엔사부지의 경우 알짜 부지인 점을 고려해 브릿지론 대주단에는 온전히 메리츠금융그룹만 참여했다. 메리츠화재가 5000억원을 투자한 것을 비롯해 메리츠증권 3000억원, 메리츠캐피탈 2000억원을 각각 투입했다.
아스터개발의 서울 역삼동 오피스텔이나, 김포 풍무지구 도시개발사업에서도 브릿지론의 선순위 대주단에 참여했다. 올 초에는 롯데건설과 1조5000억원 규모의 PF투자펀드를 조성했는데 메리츠금융이 선순위 범위 내에서 9000억원을 출자하고, 롯데 계열사가 후순위로 6000억원을 납입했다. 펀드 자금은 1분기에 집중해 만기 도래하는 롯데건설 보증부 PF ABCP 1조2000억원어치를 사들인다.
이 같은 선순위 플레이 전략은 다른 증권사에 비해 부실채권 비율이 낮은 이유다. 작년 말 기준 채권투자액은 9조6595억원이며 이중 고정이하는 1226억원에 그친다.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1.3%다.
증권사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은 작년 하반기부터 자금경색이 올 것을 대비해 실탄(자금)을 선제적으로 확보했고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좋은 상황에서 우량 딜에 고금리로 투자하고 있다"면서 "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 등의 과감한 결단력과 지원도 한몫했다"고 말했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메리츠증권은 최근 다올투자증권에서 PF 사업을 담당하던 인력 25명을 한꺼번에 영입해 'IB사업 3본부'를 새로 꾸리는 등 다른 증권사의 PF인력을 꾸준히 영입하고 있다.
다만 메리츠증권도 올해에는 IB수수료 둔화세와 자산 건전성 훼손 우려에 직면해 있다. 다른 증권사에 비해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금융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크기 때문이다. 작년 4분기 말 채무보증 약정잔액은 4조5624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약정잔액 비중은 85%에 이른다.
실제 작년 2분기만 해도 1590억원에 이르던 IB수수료는 3분기 1124억원으로 줄더니 4분기에는 598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브릿지론 선순위 투자분의 경우 작년까지 부실화가 없었지만 부동산 경기 악화가 지속될 경우 부실 전이를 피할 수 없다. 메리츠증권이 투자한 수도권 개발사업 가운데 브릿지론 대출분의 경우 시행사의 자금난으로 금리를 낮추고 만기를 유예하는 건이 나오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전국 미분양이 계속 쌓이고 분양시장 침체가 지속될 경우 제 아무리 선순위 대출이더라도 정상 이자를 받고 엑시트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