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LNG터미널 사업모델 개요와 운영 리스크
글로벌 LNG시장과 국내 LNG 터미널 동향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취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현 바이든 행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과 기후위기 대응을 강조한 것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 조치로 억제되던 미국 LNG 신규 프로젝트 개발이 트럼프 취임 당일부터 재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현 기준 연간 1억톤을 수출하는 세계 1위 수출국인데, 트럼프 2기 때 수출 규모는 1억6000만톤까지 늘어날 전망입니다.
미국 LNG 수출 증가 전망과 함께 LNG의 장기 수요 전망도 바뀌고 있습니다.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천연가스 소비 역시 2035년께 정점을 찍고 이후 빠르게 감소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에 대한 수정 의견이 나옵니다.
기상 상태에 의존하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이를 보완하는 LNG 발전 수요도 증가해야 하므로 2050년 이후에도 천연가스와 LNG 수요는 견조할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습니다.
한국은 연간 4500만톤 규모의 LNG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2010년까지 도시가스 보급 확대와 LNG 발전량 증가로 수입규모가 빠르게 증가했으나 2010년 4250만톤을 기록한 후 연간 1% 미만 증가세에 그쳤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국내 LNG터미널 규모는 민간기업의 신규 투자를 중심으로 지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국내에는 한국가스공사가 운영하는 5개 기지(인천, 평택, 통영, 삼척, 제주)와 민간이 운영하는 4개 기지(보령, 광양, 통영에코파워, 울산)가 있습니다. 운영중인 LNG 터미널의 연간 처리용량은 총 1억4700만톤으로 LNG 도입량의 3배가 조금 넘습니다.
당진, 여수, 광양에 신규 터미널 건설과 탱크 증설이 진행되고 있으며, 허가 받은 신규 설비가 모두 준공되면 연간 처리용량이 총 1억8000만톤으로 늘어닙니다. 이 경우 LNG 저장 용량은 780만톤(1945만 입방미터)규모가 됩니다. LNG 탱크 전체를 다 채울 경우 연간 소비량의 17%를 비축할 수 있습니다.
LNG터미널 사업모델
LNG 수요는 가정용, 산업용, 발전용으로 나뉘는데, 겨울의 난방용 수요로 인해 우리나라의 월간 편차가 큰 편입니다. LNG는 영하 160도의 극저온을 유지해야 하며, 특수 보온재를 시공한 탱크라도 지속적으로 외부 열이 조금씩 들어와 저장한 LNG를 기화시킵니다.
이로 인해 LNG를 장기 보관할 경우 기화된 기체 천연가스를 다시 재냉각시켜 LNG로 만들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상당한 전력을 소모합니다. 운영비 증가의 원인이 되는 재냉각(재액화) 비용을 아끼기 위해 수요가 몰리는 겨울에만 LNG를 수입하면 좋겠지만, LNG 발전소가 연중 가동되고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2주 정도의 물량은 비축해야 합니다. 때문에 터미널은 연중 내내 LNG를 수입하고 탱크에 저장해야 합니다.
LNG터미널은 크게 '상업 모델'과 '용량 임차 모델'로 구분됩니다. 상업 모델이란 터미널 소유주가 터미널을 이용해 LNG 장사를 겸하는 방식입니다. 터미널 자체는 LNG 장사를 위해 꼭 필요한 설비에 불과하며 실제 사업의 손익은 주로 LNG의 매매에서 발생합니다.
상업 모델은 위험도 크고 수익성도 높은 특징이 있습니다. 상업 모델 기반의 터미널이 활성화되려면 취급하는 상품(commodity)의 유동성이 높고 거래 제약이 적어야 하고, 터미널의 운영권과 LNG의 소유권이 분리돼야 합니다.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 유럽은 상업 모델에 기반한 LNG터미널이 발달돼 있지만, 다른 지역에선 찾기 힘듭니다. 상업 모델 LNG터미널 사업의 어려움은 LNG의 높은 보관 비용과 설비 비용입니다. 하지만 현물 LNG 가격 변동 폭이 크고 보관, 기화, 송출, 재선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영업을 할 수 있다면 단순히 설비를 지어 빌려주는 것 보다는 높은 마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용량 임차 모델은 터미널을 지어 LNG 소유주에게 터미널 용량을 빌려주는 사업 방식입니다. 터미널 이용 계약 (TUA)을 통해 자본 비용과 유지 보수 비용을 상회하는 임차료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수취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LNG 도입 초기에는 가스 공사가 LNG 도입과 관련 설비의 건설/소유/운영을 독점했으므로 용량 임차 모델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2003년 이후 민간 LNG 직도입이 시작되고 민간 LNG 터미널도 건설되면서 용량 임차 모델이 등장했습니다.
현재는 민간 LNG 직도입사도 가스공사 터미널을 빌릴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합니다. 앞에서 설명 드렸듯 국내 LNG터미널의 연간 처리 용량은 실 처리량의 30% 수준이므로 용량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봄부터 가을까지의 여유 용량을 활용하는 방안은 뚜렷하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LNG터미널은 LNG운반선을 접안시키는 계류 설비, LNG 배관, LNG 탱크, 기화설비, 천연가스 배관, 지원설비 등으로 구성됩니다. LNG 탱크의 수와 저장 용량이 핵심인데, 그외 설비도 터미널로 기능하려면 꼭 필요하므로 원가 구조는 탱크 수가 늘어날수록 개선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통상 LNG 탱크 1기가 20만 입방미터 규모인데, 탱크가 3기는 되어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만약 주변 해역의 수심이 얕아 계류 설비를 길게 바다 쪽으로 빼거나 할 경우 더 많은 탱크가 건설돼 임대하기 전까지는 수익성 확보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모델별 LNG 터미널사업 리스크
상업 모델 혹은 통합형 모델은 LNG 가격 변동이 가장 큰 리스크입니다. 그래서 최대한 백투백(back to back)으로 계약해 LNG의 최종 사용자에 리스크를 전가하기 위해 사업자들은 노력합니다.
백투백이란 구매자가 해외 공급자로부터 LNG를 구매하면서, 동시에 국내 고객(발전소나 산업체)에 판매하는 경우 두 계약의 주요 조건(가격, 물량, 인도 시점 등)을 동일하거나 유사하게 설정하는 계약 방식입니다.
그 일환으로 가스공사가 2020년부터 시작한 개별 요금제라는 계약 방식은 최종 사용자들과의 계약을 모아 국제 LNG시장에서 도입계약을 체결해 가격 변동 리스크를 최소화합니다. 이렇게 하면 LNG 터미널 사용 비용도 최종 사용자와의 요금제에 적절히 배분할 수 있어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상업 모델은 최종 사용자와의 계약 기간과 계약 내용에 따라 리스크가 달라집니다. LNG 터미널은 최소 20년에서 최장 60년까지 운영할 수 있는데, 최종 사용자와의 LNG 판매 계약, 국제 LNG 시장에서의 도입 계약은 이보다 짧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PF금융을 시도할 경우 판매 계약과 도입 계약이 PF 상환 기간보다 충분히 길어야 하고, 계약 이행의 구속력이 강한 TOP(테이크 오어 페이, Take or Pay) 방식을 활용해야 합니다.
통합형 모델을 추진하는 에너지기업들은 대부분 규모가 크고 국제 LNG 계약 역시 신뢰성이 높지만, 관건은 국내 최종 사용자와의 판매 계약입니다. 국내 발전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산업 경기 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10년 이상 기간으로 물량과 가격을 확정하는 계약을 맺기가 쉽지 않습니다.
최종 사용자가 경영 악화 등의 이유로 천연가스 사용을 이행할 수 없을 경우 LNG터미널 이용률이 떨어지고 수익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임차형 모델은 LNG 탱크 숫자와 확장 계획의 신뢰성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LNG 직도입 사업자에 탱크를 20년간 확정 임차료로 대여해 주는게 이런 사업의 본질인데, 이들 LNG 직도입 사업자들은 3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스스로 터미널을 건설해서 통합형 모델을 추구하거나, 가스 공사 터미널을 빌리거나, 임차형 모델 사업자에게 터미널을 빌리는 것입니다.
이 때 가스공사 터미널의 임차 조건과 임차형 모델 사업자의 조건과 경쟁 여건을 잘 살펴봐야 합니다. LNG 직도입 사업자가 자사 발전소에 LNG를 공급하기 위해 터미널을 빌리려고 할 경우 발전소의 위치에 따라 LNG터미널 임차료와 배관사용료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LNG 직도입 사업자가 용인의 LNG발전소를 건설하려 할 경우 당진 터미널은 탱크당 임차료가 연간 500억원이고, 울산 터미널은 임차료가 400억원이라 해도 용인까지의 배관 이용료 때문에 당진 터미널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임차형 모델이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내려면 탱크가 3기를 넘어야 합니다. 앞으로의 발전 수요와 산업 수요를 고려하면 전통적인 중공업 지역의 LNG 수요는 정체 혹은 감소하고 수도권의 LNG 수요는 증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해 지역의 발전소에서 수도권으로의 송전망 증설이 어렵기 때문에 수도권 LNG발전소가 늘어나고 도시 개발 등의 수요가 수도권으로 몰리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연해 지역의 임차형 모델 LNG 터미널이 3기 이상의 수요를 과연 확보할 수 있을지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인천, 평택, 당진에 다수의 터미널과 탱크를 확보한 가스공사와의 경쟁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LNG터미널은 결국 LNG를 기화해서 고압의 천연가스를 송출하는 목적으로 지어집니다. LNG터미널 처리 용량은 탱크 숫자와 기화기 용량과 함께 연계된 천연가스망의 천연가스 송출 한계에 따라 좌우됩니다. 만약 LNG 직도입자의 발전소가 내륙에 있다면, 송출 한계로 인해 정작 발전소가 필요할 때 천연가스 공급을 못할 수 있습니다.
임차형 모델에서 천연가스망의 송출 용량 확보가 누구의 책임인지는 첨예한 이슈입니다. 망 사용료 이상으로 필요한 시기, 필요한 압력으로 천연가스를 특정 지점까지 보내는게 망 운영자인 가스공사의 책임인지, 각 터미널들도 협조를 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교통 정리되지 않은 문제입니다.
때문에 임차형 모델의 LNG 터미널은 최대한 최종 수요자가 근거리에 위치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 3기 이상의 탱크 수요 확보라는 다른 문제에 직면합니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국내에서 자기 수요 없는 100% 임차형 LNG터미널 사업은 실현되기 어려우며 자기 수요를 절반 이상 확보하는 준통합형/상업 모델이 PF금융을 확보하는데 유리한 것으로 평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