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한투 메리츠 등 민간 자율 PF사업 재구조화 활발..건설사 차환불안 해소 기대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증권 등 증권사 자율의 PF사업 재구조화가 잇따르고 있다. 건설사들은 이들 증권사와 손잡고 유동성을 지원받으면 단기 유동화증권의 차환 불안을 해소하고 안정적으로 개발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증권사 역시 신규 PF 딜 가뭄속에서 새로운 투자기회를 모색할 수 있어 윈윈이라는 평가다.
KB금융그룹이 이번주 계열사별 심사를 마무리하고 5000억원 규모의 건설사 유동성지원 채권담보부증권(CDO)를 발행한다. 산업은행이 선순위로 500억원을, KB금융그룹이 중,후순위로 4500억원을 투자한다. KB금융 계열 중 국민은행 KB손해보험 KB캐피탈이 중순위로, 주간사인 KB증권이 후순위로 참여한다.
현대건설의 서울 가양동 CJ부지를 비롯해 포스코건설의 송도사업지, 롯데건설, GS건설의 수도권 사업지 등 총 4곳이 유동성지원 대상이다. 당초 대우건설의 노들역 사업지(1300억원)를 포함해 7000억원 규모로 조성하려 했으나 대우건설 부지는 막판에 제외됐다. 대우건설 보증 시행사 측은 시중 대출금리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참여하지 않은 쪽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들 미착공 사업장의 A급 건설사 보증물을 KB금융그룹이 유동화해 매입한다. 이 경우 건설사들은 단기물의 차환 불안을 해소할 수 있게 된다. 산은도 정책프로그램을 통해 사업재구조화 관련 선순위 유동화증권을 500억어치 매입한다.
앞서 지난 2일 한국투자증권과 태영건설은 태영건설이 보증한 PF유동화증권의 차환 자금 조달을 위해 2800억원의 공동 펀드를 조성했다. 태영건설과 한국투자증권은 펀드를 조성해 단기의 고금리로 차환 발행되는 태영건설 보증 PF ABCP를 장기간 보유가 가능한 펀드로 사들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태영건설의 신용 우려를 해소하고 금리 부담도 낮출 수 있다. 태영건설의 기업어음(CP)등급은 A2급으로 여전히 두자릿수 내외의 이자율을 부담하고 있다.
태영건설은 펀드에 800억원을 대여하며 2000억원에 대해서는 담보를 제공한다. 담보 제공 자산은 경북 경주시 천북면 화산리 산 33-16번지 일대 루나엑스 골프장(CC)이다. 태영건설의 담보를 토대로 한국투자증권이 2000억원을 투자한다. 2800억원의 펀드자금은 태영건설이 보증한 PF사업장의 자산유동화증권을 매입하는데 쓰인다. 구체적으로 ✅ 천안제6산단(주) 55억원 ✅ (주)인제스피디움 250억원 ✅ 네오시티(주) 650억원 ✅(주)태영디앤아이 140억원 ✅ (주)에코시티 564억원 등이다.
민간 자율의 사업재구조화는 연초 메리츠금융그룹이 가장 먼저 시동을 걸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롯데그룹과 함께 롯데건설을 대상으로 1조50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롯데건설이 보증하는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매입하는 투자로, 메리츠금융그룹 계열사가 9000억원 규모로 선순위 대출에 나서는 게 골자다. 나머지 6000억원은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정밀화학·물산·호텔이 후순위 대출에 나선다. 이에 따라 롯데건설의 차환 불확실성을 어느정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신규 PF사업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PF구조화 경험이 풍부한 증권사들이 기존 사업 재구조화를 통해 사업 불안요소를 해소하고 신규 투자 기회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