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에너지사업의 'LNG 용량시장' 참여 배경과 시사점
전력거래소는 지난 13일 한국형 LNG 용량시장 시범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대전열병합'과 '한양'을 선정했습니다. 이번 용량시장 경쟁입찰에는 대전열병합, 한양, GS E&R 등 3곳이 참여했습니다.
대전열병합은 대전산업단지에 있는 기존 113MW급에 383MW를 증설해 495MW 규모의 열병합발전소를 오는 2032년까지 준공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한양은 여수 묘도에서 LNG 인수기지 건설을 진행중에 있는데 이 지역에 495MW 규모의 열병합발전소를 오는 2027년 말 준공할 예정입니다.
이번에 선보인 “LNG 용량시장”은 경쟁 입찰을 거쳐 LNG를 주요 연료로 하는 신규 또는 증설 집단에너지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LNG 용량시장은 가격(50점), 비가격 평가(50점) 평가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는 데, 입찰 당락은 용량요금(CP)에서 갈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CP는 전력시장 입찰에 참여한 발전기에 대한 투자비 등 고정비 보상요금을 말합니다.
가격 점수는 상한가격 내에서 입찰자가 제시한 가격을 기준으로 평가하는데, 다소 생소한 개념이 보입니다. 바로 제시 가격이 순진입비용(NET-CONE)을 반영해 제안해야 하는 점입니다. 그리고 LNG 용량입찰인데 집단에너지사업만을 대상으로 시행한 것도 눈에 띕니다. 그동안 전기사업법이 아닌 집단에너지사업법에 따라 별도로 움직이던 집단에너지 사업허가가 결국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체제에 편입돼 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번 기고에서는 집단에너지사업만을 대상으로 용량입찰이 이뤄진 배경과 업계에 생소한 순진입비용(NET-CONE)의 개념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으로 들어온 집단에너지사업
우선 집단에너지사업 개념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국내 집단에너지 역사를 보면 1985년 서울 목동에 주택을 대상으로 최초 지역난방을 공급한 이래 1기 신도시 200만호 건설과정에서 지역난방이 본격 성장합니다. 1985년 한국지역난방공사 설립한 데 이어 1991년 집단에너지사업법을 제정해 본격적으로 집단에너지사업이 확대 보급됐습니다.
집에 보일러 설치하던 개별난방에서 아파트 대중화를 맞아 중앙난방이 도입됐는데, 이후 일정 지역에 난방을 공급하는 지역난방이라는 개념이 도입된 것입니다. 이를 집단에너지라 한 것이죠.
집단에너지사업은 허가구역내 열(난방, 온수)을 공급할 의무가 있고 제도적으로 ‘집단에너지사업법’에 의해 관리됩니다.
여기에다 발전기를 설치하여 열과 함께 전기까지 생산해 전력시장에 판매 가능합니다. 이때 전기 공급과 관련된 내용은 ‘전기사업법’을 따라야 합니다. 전기사업법에 의해 전기를 생산해 전력거래소에 판매하나 의무는 아니고 열 생산의 부산물을 판매하는 개념입니다. 전력생산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그동안 전력시장에서도 열병합발전소는 다른 석탄, 원자력발전소 등 중앙급전 발전기와 달리 직접 통제를 받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전기와 열이라는 서로 다른 운동장으로 성장하다가 이번 LNG 용량입찰 시장이 갑자기 도입된 이유가 무엇일까요. 왜 집단에너지사업을 전기라는 운동장으로 편입해서 관리를 하게 됐을까요.
이를 이해하려면 시간을 거슬러 2010년 즈음으로 가봐야 합니다. 당시 다수의 민간사업자들이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집단에너지사업에 진출했습니다. 대다수 사업자들은 열수요를 기준으로 열병합발전기를 설치했습니다.
대부분 소규모(100MW이하)였고, 규모의 경제에 도달하지 못해 재무건전성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특히 당시 고유가로 인해 연료비는 높았고, 반면 연료비 상승분이 열요금에 전가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지역난방 시장점유율 60%에 근접하는 대형 사업자였습니다. 열배관 효율성, 저가열원 확보 등 경쟁력 측면에서더 집단에너지 사업자 선두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민간사업자는 소규모 사업장에 공급설비 부족과 열원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던 거죠. 문제는 서로 다른 체급인데 열요금은 한국지역난방공사와 같게(거의 비슷) 받아야 했습니다. 비싼 연료를 사와 예를 들어 200원을 받아야 하는데 지역난방공사 요금인 150원을 받아야 하니, 팔면 팔수록 적자가 생기는 구조였죠.
그러던 중 행운의 여신이 민간사업자에 찾아옵니다. 2012년이 되면서 전력시장에 공급예비율이 급감하면서 SMP(계통한계가격)가 치솟았습니다. 효율이 낮은 열병합발전까지 급전이 오면서 SMP가 kWh당 200원을 넘어가면서 집단에너지 업계는 오랜만에 수익을 회복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에 민간 집단에너지사업계가 전기로 수익을 낼 수 있구나하는 마음을 먹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됩니다.
이후 효율 좋은 가스터빈을 탑재한 열병합설비가 속속 도입되면서 집단에너지 시장의 판도 바뀌게 됩니다. 하남, 대구, 양주, 파주, 화성, 세종, 오산, 춘천에서 소규모가 아닌 400∼500MW급의 미들급 집단에너지사업이 줄줄이 추진됩니다.
갈수록 집단에너지사업자의 발전용량이 커지는 이유는 배열생산보다 발전효율 극대화로 방향을 잡은 가스터빈 제조사의 의도도 영향을 끼쳤지만, 궁극적으로는 전력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습니다.
열제약 발전으로는 경쟁력 있는 열 생산이 불가능했기에 어쨌든 효율을 끌어 올려 급전을 받으면서 열을 생산하기 위한 시도였습니다. 열을 생산하면서 생긴 부산물인 전기를 파는 게 아니고 전기를 생산하면서 생긴 부산물인 열을 팔겠다는 거였죠.
전기본의 영향에서 벗어나 있는 집단에너지사업은 별도의 운동장에서 빠르게 몸집을 키웠습니다. 2022년까지 전기를 공급 중인 집단에너지 설비의 총 용량은 14,9GW로 2012년 9GW에서 10년간 63.9%나 늘었습니다. 2023년 집단에너지 총 발전량은 5만6,599 GWh로 국내 총 발전량 59만3949GWh의 9.5%에 달할 만큼 성장했습니다.
이러한 변칙(?)적인 현상을 지켜보던 산업통상자원부는 더 이상 운동장을 따로 할 수 없겠다는 판단을 합니다. 지난 5월 “집단에너지 사업 허가 시 전기본을 벗어나면 사업허가 취득이 안되게” 제도를 변경한 것입니다.
산업부의 입장이 언뜻보면 이해됩니다. 집단에너지 허가신청 용량이 과거에는 전력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작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점점 설치용량이 커지면서 장래 전기본 수립에 빼고 결정하기 점점 어렵게 된 겁니다.
예를 들어 2035년에 예상 전력수요 대비 부족한 용량이 1000MW가 있어 전력만 생산하는 LNG 복합화력발전소 신설을 계획했는데, 한편 2035년에 개발되는 OO택지에 열공급위해 선정한 집단에너지사업자의 설치 용량이 1000MW라면 중복 투자가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때문에 미들급 집단에너지사업을 전기 운동장에 편입해 관리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이번에 도입된 집단에너지사업자 대상 용량요금 입찰은 그 첫 시도며, “한정된 전력수급계획 설비 잔여용량을 경쟁력있는 사업자에 효율적으로 배분, 국가전력망의 안정적 운용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것입니다.
계통안정화가 배경이라지만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번 용량입찰 탓에 집단에너지사업법이 퇴색되고, 용량시장이 줄어들면 대응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사라져 발전사나 대기업에 종속되는 것이 시간문제라는 것입니다.
순진입비용으로 결정하는 용량요금
순진입비용(Net CONE, Cost of New Entry)은 투자비 보전금액에서 변동비(연료비 마진)를 차감한 금액을 의미합니다. 사업자가 시장에서의 수익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비용 개념입니다. 기존의 용량요금은 고정 투자비와 고정 운영비를 토대로 한 일종의 CONE의 개념이었다면 여기에 일정한 에너지순수익을 감안한 Net 개념으로 사업자를 선정하겠다는 것입니다.
2014년 전력거래소의 “전력시장 제도 개선” 자료에 따르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 Net-CONE = CONE - E&AS
- CONE(Cost of New Entry): 신규 발전기의 진입비용을 의미. 가장 많이 건설된 발전기를 기준으로 발전기 건설에 필요한 모든 사항을 고려하여 분석된 비용
- E&AS(Energy & Ancillary service Net Revenue) : 직전 기간 2년 CONE 기준 발전기의 에너지시장에서의 순수익
위의 개념은 시장 전체 발전기를 대상으로 입찰을 설계하면서 적용한 개념이고 미국 최대 전력망 PJM시장의 용량입찰시장에서 적용되는 개념입니다.
PJM에서는 시장에서 새로 발전소를 건설한다면 즉 뉴 엔트리(new entry) 건설비를 조사해서 CONE을 정합니다. 만일 이렇게 전체 건설비를 전부 보전해 준다면 과잉 보조가 될 수 있겠죠. 그래서 앞으로 발전기가 벌어들일 에너지수입과 보조서비스수입의 일부를 차감합니다. 이게 바로 넷 콘(Net CON)E의 개념입니다.
이번에 진행된 용량입찰의 경우 가격부문 평가를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습니다.
-사업자가 GT기준 Net-CONE으로 입찰하면 최저가 기준 평가하고 Pay-as-bid의 차등가격으로 계약
사업자가 경쟁력있는 가격을 제안하려면 연료비 등의 변동비를 얼마나 관리하느냐가 중요해졌습니다. 즉, 연료비 등 변동비를 줄이면 순진입비용이 낮아져 유리한 입찰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낮은 건설비 외에 높은 발전기 효율과 낮은 연료비가 사업자의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순진입비용(Net-CONE)은 새로운 발전소의 경제성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로 출발했지만, 열과 전기를 생산하는 열병합발전기의 용량요금 산정에 도입된다면 이 지표를 어떻게 설계하고 적용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경쟁력이나 효율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번 시범사업의 평가를 토대로 앞으로 순진입비용의 신중한 접근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