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금융기관, 해외 원전금융 지원에 `올인 '
정부가 원전 수출에 역량을 결집하는 방향으로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자 정책 금융기관들도 원전 금융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상 풍력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사업 관련 움직임이 다소 주춤한 반면 정부가 원전수출전략추진위원회를 가동하는 등 원전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자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민관이 총집결한 원전수출전략추진위원회가 지난 18일 구성된 것을 계기로 정책금융기관들이 원전금융 지원에 온힘을 쏟고 있다. 원전수출전략 추진위에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가 참여했다.
먼저 한 정책금융기관은 조만간 민간 은행들과 함께 원전 금융 지원을 위한 공동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해외 원전 수출시 이 기관이 금융 자문과 주선을 포함한 앵커(Anchor) 대주단으로 참여하고 국내 민간 은행들과 협업해 파이낸싱 물꼬를 트겠다는 구상이다.
수출금융기관(ECA)인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수은과 무보는 각각 대출보증과 대출보험 상품을 재정비하는 한편 원전 수주에 대비해 금융 가용성을 사전에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원전 건설 관련 금융이 몇십억달러에서, 많게는 100억달러 이상의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만큼 글로벌 상업은행은 물론 국내 은행들의 협조 융자도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은행들이 수십년 만기의 중장기 해외 프로젝트금융(PF) 대출을 선뜻 집행하기 쉽지 않은 만큼 국내 은행을 상대로 다양한 대출 보증 상품을 구조화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김형준 수은 프로젝트금융본부장은 "원전 건설에는 거액 여신이 필요해 정책 금융기관만으로 지원할 수 없다"면서 "정부와 기업은 물론 국내 상업 금융기관들도 `팀 코리아'를 형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 원전 강대국간 경쟁에서 금융도 무시할 수 없는 경쟁 요소"라며 "사업이 실제적으로 가시화될수록 단계에 맞춰 대출금융 패키지를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내 은행들도 상황 추이를 봐가며 대출 참여를 저울질한다는 계획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러 은행들이 원전금융 신디케이션에 참여한다면 보증부 대출 조건으로 같이 참여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수은은 아울러 우리 기업이 입찰 참여 중인 대형 원전 사업 수주를 위해 발주처에 금융지원 의향서를 적극 발급해주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이집트와 폴란드, 체코, 사우디 등지에서 나올 원전 관련 수주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중 10억달러 규모의 이집트 원전 수주가 가시권 내에 가장 근접해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원은 지난 1월 이집트 엘다바 원전의 터빈 건물 등 건설사업의 단독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우리 기업들은 지난 4월 폴란드 신규 원전 건설사업 주무 부처에 사업제안서를 제출하고 수주 활동을 시작했으며, 체코 두코바니 지역의 1천㎿(메가와트) 규모 신규 원전 사업 수주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사우디 신규원전도 연내 우리기업을 포함한 국제 경쟁 입찰서를 받는 등 사업자 선정 절차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