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책에도 대토리츠 설립 부진한 이유
신도시 등 택지개발 시 현금 대신 땅으로 보상받는 대토보상을 활성화하기 위해 대토리츠가 도입된지 올해로 13년을 맞는다. 대토리츠란 토지주가 수용 토지의 보상금으로 받을 토지(대토보상권)를 출자한 리츠를 말한다. 대토리츠는 대토 토지 개발로 얻은 이익을 출자자(토지주)에 나눠주게 된다.
정부는 지난 2010년 부동산투자회사(리츠)법에 대토개발리츠를 도입하고, 공익사업법을 개정해 대토개발리츠에 대토보상권의 현물출자를 허용했다. 2011년에는 택지개발사업 시행자가 대토리츠에 조성 용지를 수의계약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정부가 대토리츠를 도입하고 제도적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대토 리츠 설립 사례가 많지 않다. 2020년까지 청산된 3개를 제외하고 그 이후 대토리츠는 6개 가량이 추가 설립됐다. 이 중 1개는 2021년 청산됐고, 5개가 현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출범한 `우리양정대토리츠'를 포함해 사업진행중인 리츠는 1000평 미만의 사업부지를 대상으로 오피스텔 및 상업시설 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다. 우리자산신탁이 만든 우리양정대토리츠는 남양주시 양정동과 와부읍 일원에 있는 상업용지에 근린생활시설과 오피스텔을 신축해 분양하는 사업이다. 사업진행 대토리츠 가운데 코람코 평택브레인시티대토리츠를 제외하면 사업비는 평균 300억~500억원에 이른다.
대토리츠 활성화가 부진한 이유는 대토보상을 선택한 토지주가 많지 않은데다, 대토 보상을 선택한 이들도 리츠 구조를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정 기간 리츠 주식을 처분할 수 없어 리츠에 현물 출자하더라도 대토 보상자들이 즉시 현금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토 보상자들은 편법 혹은 불법이더라도 현금을 즉시 지급하는 업무대행사(PM)와의 계약을 선호한다. 2020년 정부가 토지보상법을 개정해 대토보상자에 대한 현금 지급(대토보상 취소 및 현금보상 전환에 따른 현금전환 채권 담보)을 불법으로 명시하고 처벌을 강화했지만, PM사들은 여전히 3기 신도시 등에서 영업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LH(토지주택공사)가 직접 자산관리회사(AMC)를 만들고 대토리츠를 운영하기 시작하는 등 3기 신도시의 대토보상 비율을 끌어올리려 노력하고 있지만, 대토보상 비율은 여전히 10% 초반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대토 보상자가 리츠에 참여하도록 정부는 제도 개선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21년 대토보상권의 리츠 현물출자시 양도세 감면을 15%에서 30%로 확대했다.
또한 영업인가 전이라도 특례등록을 통해 토지보상계약 직후 리츠를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 인해 대토보상자를 조기에 모집해 사업기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됐고, LH 등으로부터 개발사업이 가능한 토지를 공급받을 수 있는 권리를 확인받도록 해 사업부지 확보의 불확실성도 줄었다.
다만, 리츠에 현물출자한 대토보상자가 보상계약일 이후 3년간 리츠 주식을 처분할 수 없도록 전매제한 기간을 두면서, 리츠에 참여하는 대토 보상자들은 여전히 보상권을 조기에 현금화하기 어려웠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지난 4일 리츠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하면서 대토보상자가 대토리츠에 현물 출자를 하고 1∼2년 후 주식을 처분할 수 있도록 제도를 추가 개선하기로 했다. 전매제한 기간을 줄여 대토 보상자들이 지금보다 1~2년 빨리 리츠 주식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금은 대토보상자가 대토리츠에 현물출자하고 받은 주식은 보상계약일로부터 3년 이후 처분이 가능해 보상자가 리츠에 조기 출자할 유인이 사실상 없다. 이에 따라 대토리츠의 투자자산 확보가 지연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국토부의 제도 개선에도 대토리츠의 성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소규모 필지가 많은 도심에서 토지 확보가 쉽지 않듯이 개인을 상대로 작게 분할된 대토보상권을 수집하는 방식으로는 중소형 근린생활시설·오피스텔 개발사업 이상으로 사업을 키우기 어려워서다.
한 경제연구소의 건설 담당 연구위원은 "지주 작업에 해당하는 대토 보상자 모집 외에도 개발부지 매입자금 조달, 인허가 및 사업비 조달, 착공 이후 사업관리(현물출자자 민원 대응 포함) 등 대토리츠는 5년에 이르는 험난한 사업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서 "개발사업을 잘 아는 부동산 신탁사가 아닌 일반 리츠AMC가 접근하기 쉽지 않은 영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들이는 노력에 비해 대토 리츠의 수익 규모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면서 "대토리츠는 리츠 업계의 틈새 중 틈새 영역으로, 신탁을 겸영하는 리츠AMC의 포트폴리오 다각화 영역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